건강하게 아파요

죽음은 어른이나 돼야 알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랑은 거리가 멀고 아직은 열여덟이니깐, 그러니 아직은 이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작년 3월의 내가 갖고있던 생각이었다. 죽음을 알기엔 나는 아직 어리고 신체도 건강하니 관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틀렸었다.

매일 만나 웃고 떠들고 감정을 교류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질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나 있었을까? 전혀 아니었다. 작년은 더더욱 코로나로 미뤄진 개학을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도 하고, 영상통화를 하며 놀기도 놀았고 나는 죽음과는 정말 거리가 멀게 행복 속에 살고있었다.

4월 4일에 있던 일 덕에 나의 행복은 깨져버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학병원과 관련된 문자를 받게되었다. 이 문자를 받고 당장 있지도 않은 검은 옷을 찾아 뒤졌다. 그 이후로 그 날의 기억은 없다. 분명 무엇을 했던 것 같긴한데 제대로 기억나는 건 여기까지일 뿐, 그저 주변 사람들이 뭐에 홀린 사람 같았다는 말만 이후에 수없이 했었다. 그 날 했던 생각 중에 기억나는 것이라곤 신이 있다면 아마 내 행복을 싫어하고 경멸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뿐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나를 잘 알고 나를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그런 친구였고,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고 수없이 많은 감정들로 쌓인 친구였다. 소중하다고 하면서도 매일 보는 탓에 익숙해져버려서인지 못해준 게 더 많다는 생각들과 아직 그런 것들을 제대로 말하지도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일방적인 인사와 함께 보내버려야한다는 것이 전부 다 애석하게만 느껴졌다. 먼저 가버린 친구를 미워하고 싶어도 이제는 미워하는 것도 못하니 더 착잡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거의 한 달 정도를 폐인처럼 살았다. 뭐 하나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지만 방 안에서 혼자 생각하고 울다가 친구가 남겨둔 말들을 다시 읽고 복잡하게 차오르는 눈물과 그 감정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감정들을 티 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웠고 매일을 괜찮은 척 하며 살았다. 아무 일 없는 척, 행복한 척을 하며 살았다. 이 때 이후로 이상한 버릇이 들었다. 사람과 눈을 마주칠 때 일단 무조건 웃고 보는 버릇이다. 웃기지 않아도, 웃음이 나오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일단 생기는 눈웃음이 어떠한 척을 했던 나의 흔적이기도 하다.

참 슬프게도 이런 감정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더 죽어갔던 것 같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들을 나 홀로 깨우쳐야만 했다. 이때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었던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이 때의 나에게 참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지나면서 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참 애석하면서도 싫은데 이게 결국 익숙해져버린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그 사람을 잊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보고싶고 그립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이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항상 피하려 하고, 숨기려 들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말하면 안될 것 같고, 이런 내 감정을 이용하려 하는 것만 같은 생각에 피하고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화제를 돌리곤 했었다. 근데 어느 순간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친구를 건강하게 그리워하려면, 건강하게 추억하려면 이러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쓸지 말지 고민을 꽤 오랫동안 했던 이 글을 결국 이 곳에 남기게 되었다. 숨기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건강하게 아파해야 하니깐

아직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미안한 내 친구 예슬이에게, 항상 너무 보고싶어. 여기서 지내던 것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줬으면 좋겠어. 그냥 거기선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별 거 없는 나 항상 응원해줘서 고마웠고 이런 말 이기적일 수도 있는데 지금도 나 응원해주고 있으면 좋겠어. 헤헤… 그냥 멀리서 항상 나 지켜봐주라. 나는 너무 보고싶은데 못보잖아. 그러니까 너라도 나 계속 보고있어줘. 그럼 니 생각 날 것 같아서 그래. 그리고 이제 보고싶다는 말은 되도록 안하려구. 진짜 너무 보고싶고 생각날 땐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거든. 나중에 너 보러 갈 때 명란바게트 두 개 사갈게. 안녕. 나중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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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일

pm1108to 님 부지런하게 작품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소년기 절친의 죽음은 큰 충격이겠죠. 성인이 되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청소년기에는 더욱 더! '아이러니하게도 이 감정들을 티 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웠고 매일을 괜찮은 척 하며 살았다. 아무 일 없는 척, 행복한 척을 하며 살았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척 티를 내지 않아야 대견하다고 말하고 어른스럽다고 추켜세우는데 사실 그것이 안 좋은 거잖아요. 슬프고 힘들고 외롭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야 감정 정화가 되죠. 그래서 우리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그 감정과 마주하죠. 어쩌면 pm1108to님은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려고 애쓰는 상황이죠.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다보니 더 힘든 상황인데, 이런 부분이 앞에 올린 글 애쓰지 말아주세요와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