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지는 덴 이유가 없다

꽃이 피고 지는 덴 이유가 없다

호흡함에 이유가 있을까

명분을 찾으려 발버둥 칠때 비로소 사슬에 묶이는 게 아닐까

 

우리는 안다

뜨거운 물에 데이면 황급히 손을 떼는 법을 알며, 오랜 잠수 끝엔 수면을 향해 몸부림을 치는 법을 안다

요란스레 무언가의 본질을 찾는 것이 과연 좋을까?

어쩌면 때론 보여지는 게 다인 경우도 있는 법

존재함의 자체가 어쩌면 까닭과 명목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나 에고(ego)의 소란함을 겪는다

평생을 우리는 생장하고 이 과정에 노화는 없다

 

여전히 목련은 꽃잎을 피울 때 화사한 소리를 낸다

숨막히게 찬란한 벚나무는 잘게 부서진 유리조각이 아우성을 치는 소리가 난다

툭 고꾸라지는 목련의 머리도 흩뿌려지는 벚꽃 이파리도 끝의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이유도 없이 우린 산다 살아간다 살고있다

꽃과 인간이 피고 지는 데에 이유는 없다

그저 만개의 때를 기다리며 같은 어제를 산다

 

초원을 달음박질하는 암사자처럼, 천공을 선회하는 독수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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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규 시인

이나비 학생, 안녕하세요. 비밀댓글은 보이지 않네요.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을 '호흡'과 대응한 점도 좋았구요. 이유나 본질을 굳이 찾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도 와닿았습니다. 목련이나 벚나무가 꽃잎을 피울 때의 소리를 듣는 감각도 훌륭합니다. '에고(ego)' 같은 관념어들을 줄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