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떠는 날

유독 몸이 다친 날보다도 마음이 다친 날은 엄살을 떨게 되는 것 같다. 겉으로 난 상처와는 달리 마음 속에 난 상처는 찾기 힘들다. 고치기는 더더욱 어렵고 이럴 때에 느껴지는 감정은 더욱 증폭되어 느껴지는 날들이 꽤나 많은 것 같다. 평소엔 기분 좋게 느껴질 살결을 스치는 바람은 마치 더이상 견딜 수 없는 태풍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하고 좋아하는 멜로디마저도 날아오는 화살처럼 내 귀에 아프게 꽂혀있게 될 때도 있기도 하며, 아무 문제 없이 맑고 투명한 눈은 온 세상의 먼지를 쓸어담아 부은 듯 따갑고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상태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나는 최근에 이런 느낌들을 느끼곤 했다. 이런 증폭된 아픔을 느낀 이유는 나에겐 꽤 슬프고 지금까지도 우울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나는 열등감이 꽤 심한 편이다. 제 속도를 가겠다고 셀 수 없이 많이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나를 자꾸 비교하려 하고, 남들 속도에 맞추기 급급하다. 최근에 이 느낌을 느낀 이유도 결국 이것이다. 주변 친구들의 발전이 내 눈에 보이지만 내 눈의 나는 너무 어리게만 느껴졌다. 모두 자라고 자라 내년에 성인이라는 역할에 맞춰져가는 것 같은데 나 홀로 제자리 걸음인 것 같은 기분에 우울해지고 무서워졌다. 더 나아가 내 머릿속을 휘어잡은 뒤떨어진 듯한 느낌은 나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기까지 했다. 곧 다가올 대학입시를 두렵고 무서워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저것들을 경험했다. 평소엔 기분 좋게 느껴질 햇살조차도 뜨겁고 저릿하게 느껴지기까지 하고, 평소 가장 행복하게 걷던 아무도 없는 밤의 길거리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섭고 불안한 길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이렇게 증폭되어버린 것들 속에서 살다보니 나는 그것들에 익숙해지는 경험도 하기도 했다.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 일상이고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신기루를 붙잡고 있는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그러다 점점 마음에 난 상처에 굳은살이 생긴 것인지 단단해졌다. 물렁이던 나는 나름대로 단단해진 것 같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어렸을 땐 이런 것들이 무서워서였을까 아픈 것들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당연하다. 아프고 상처가 나면 그것은 신경쓰이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상처들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마치 백신주사를 맞고 더 건강해지는 사람들처럼 요새 아픈 것들은 예전보다도 덜하게 느껴진다. 상처는 엄살덕분이었는지 흉터지지는 않는 것 같다. 굳은 살이 되어 나를 지켜주고 있다. 어쩌면 상처도 결국 경험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아프면 좀 어떤가 아파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엄살도 떨어보고 내 몸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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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일

pm1108to 님 안녕하세요. 부지런하게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창한 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엄살떠는 날’ 잘 읽었습니다. 가끔 엄살떨고 싶은 날이 있죠. 엄살을 떨어서 위로받고 싶고, 너는 잘 살고 있다고 확인을 받고 싶은 날! ‘유독 몸이 다친 날보다도 마음이 다친 날은 엄살을 떨게 되는 것 같다.’ 첫 문장부터 공감할 수 있습니다. 몸이 다치면 푹 쉬거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마음이 다치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느라 더 힘들죠. 사람 관계가 힘들기도 하고. 그 때문에, 상쾌한 바람도 태풍처럼 느껴지고, 음악도 불편하게 다가오죠! 고등학교 3학년의 불안, 타인과의 비교 등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네요. 다들 잘 살고 있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초조함, 특히…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