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그대로 나에게 다가와

나는 오늘도 글을 썼어.

가장 잘하는 일을 했어.

좋아하는 랜선 친구의 익명게시판 답글을 보고

나는 오늘도 글을 썼어.

내일은 잘해보려 한다고 돌아오면 안아줄 수 있겠냐는 말에

이미 안고 있으니 잘 해내고 돌아오면 된다는

그 친구의 들어본 적 없는 신선한 말들이

나는 꼭 맘에 들었어.

힘들지만 이겨내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말을 듣고 그 글을 보고는

나도 그런 글을 썼어.

너무나도 힘든 날들이 반복돼서

한참을 주저앉아 모든 것을 원망하고 탓했는데

이제는 나도 더이상 도망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겠다는 말을 했어.

틀린 맞춤법은 없는지

어색한 문장을 없는지

꽤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어.

여러번 살피고 그제야서 웃으며 글을 올렸어.

내가 아닌 나를.

친구의 대답을 기다렸어.

나에게도 멋지다는 말을 해줄

그 대답을 기다렸어.

하루 종일 그 친구를 기다렸어.

만나본 적도 없기에

언제인지 모를 다시 올 시간만을 기다렸어.

종일 그에게 기억에 남는 글이 되었기를 바라며

설렘 가득한 시간을 지났어.

 

물기 가득한 걸레로 바닥을 닦고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아이 같던 표정이

속수무책으로 흘러내려

 

생각지 못한 답을 했어.

 

나는 그 순간

바닥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고도 해맑던

그 아이보다도 더 어린 애가 되어

주저앉아

내가 가장 바랐던 말을

온몸으로 곱씹었어.

 

'합리화해도 돼요.'

'도망쳐도 돼요.'

그래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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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규 시인

어둠에서 나를 보다 학생, 안녕하세요. 직접 겪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생생한 상황을 솔직하게 적어 주었어요. 산문시의 구성을 갖고 있는데 행갈이가 굉장히 많이 되어 있네요. 오히려 산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약간 내용이 군데군데 숨겨져 있는데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라는 시를 읽어 보며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