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 빛나는 달

봄날, 어린이공원에서 사먹었던 솜사탕의 맛은 달고 보드라웠다. 첫 입에는 조심조심 먹다 입이 닿으면 사라져버리는 그 아득한 맛, 기억해두려고 차츰 과감히 먹어가면 어느새 그 많던 솜 뭉치는 사라져버리고, 아쉬움만 남았다.

그럴 때면 느리지만 더 꼼꼼하게 물 티슈로 달라붙은 덩어리를 닦아주던 따스한 어머니가 있었다. 난 왜 그것에는 아쉬움을 느끼진 못했던 걸까. 그저 그 손길이 치워지길 바라고 눈을 질끈 감을뿐이었다. 나긋나긋함만이 남아 미적지근하게 눈썹, 코를 이리저리 훑어 버리면, 어느새 그것마저 턱과 입, 그 언저리 부근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그 땐 입에 남은 단맛에 입맛만 다시고 손을 잡고 산뜻한 봄 길을 노니며 세상을 받아들였다. 마음 놓고 맞이할 수 있게 옆에 있는 사람이 있었고 난 새로운 경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면 내 문은 닫히고 코에서만 유일하게 푸르른 하늘을 가득 채웠다. 산뜻함과 쾌청함이 한 없이 밀려오고, 안으로 들어온 하늘은 쏴아거리며 손끝, 발끝으로 잔 결을 일으킨다. 기나긴 여행을 거쳐 마지막엔 결국 끝에 닿았을 때 작은 물방울이 되어 너울거렸다.

솜이 물에 젖어 들어가는걸 보고, 나는 솜사탕생각을 했나 보다. 물을 흠뻑 먹어 무거워지고 털들은 서로 이리저리 뭉쳐 한없이 삐죽삐죽 잔가시를 만들었다. 빗물에 젖어 사라지기는 커녕 더 모나고 제멋대로가 됐다.

나는 한없이 머금은 맑은 사랑에도 삐뚤삐둘 제멋대로 궤도를 그리며 무거운 몸을 비틀거렸다.

눈을 질끔감아 할 수 있는 한의 감각을 줄여나가며 그날의 기억에 집중한다. 사랑대신 빗물에 젖어가며 눈가, 콧대, 움푹파인 엄지손가락의 옆에 모았다. 다 커버린 나는 더 이상 받아들일 새로운 경험은 없지만, 그 전의 소중함을 이제야 알 수 있다.

이제는 혼자서 마셔대며 그것이 온 몸 곳곳에 스며드는 걸 온전히 느꼈다.

 

몸에 빈틈없이 달라붙어있는 셔츠가 아예 한 몸이 되어가고

달콤한 유년시절의 추억이었지만 이제는 훌훌 날아가버린 분홍빛을 눈으로 쫓으며 세상과 하나가 된다.

가기 전 길거리 노상에 들려 사준 유일한 싸구려 토끼인형만이 같이 가는 길동무가 되어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유난히 네모나고 반짝이는 설탕 결정들만 박혀 있는 길을 사그락거리며 걸어간다.

마침내 꽉 채운 6년 만에 둥그런 솜사탕을 마주하고선 조용히 다녀왔습니다인사를 건 낸다.

언제나 나를 든든하게 뒷받쳐주셨던 어머니, 나에게만 빛나는 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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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푸른물가님 안녕하세요. 유년의 강렬한 기억은 언제나 좋은 글감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다만 소설로서 아쉬운 점에 대해 언급하자면, 솜사탕이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글의 마무리 부분에서 어머니를 달로 은유하는 부분이 살짝 어색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앞에서 달에 대한 묘사가 좀 더 등장하거나 솜사탕과 어머니를 연결지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