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세상 사람의 절반은

자기 이름에 만족하지 않은다고

어느 소설책에서 보았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제 이름을 자주 헷갈려하고 그럴 때마다 제

이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자꾸 헷갈리는 것은 아닐까 해서

불안해했던 날이 꽤 되었습니다

(한 절반 정도의 확률로 들어맞았습니다)

 

그런 이유 말고도

제 이름을 싫어하는 것은

제가 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악의를 담고 불릴 때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부구에게 불리고 싶은 것도 아닌데 이름 같은 건 필요없지 않을까- 이런 마음도 있고,

그 세 글자 말이 사람들 입에 담겼던 모든 순간을 씻어내고만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가끔씩 두 글자일 때도 있었습니다만은)

 

이름으로보다는

야, 너, 거기, 얘야, 학생

이런 식이 더 좋습니다

나만 '야'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 5000만 모두가 다

한 번 쯤은 '야'였을 것이고,

'너'나 '거기',  '얘', '학생' 모두 마찬가지, 누구나 다 한 번쯤은 걸쳐봤을 말이니까요

요컨대 저는 그런 공용 호칭에 숨어서

아주 사라져버리고만 싶은 것입니다

강제로 부여된 그 세 음절이 아니라

너무도 많이 쓰여진

너무도 많이 쓰여져 이제는 거의 닳기 직전인

불투명인 누군가의 속에 숨어버리고만 싶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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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주

안녕하세요, 갖바치님. 화자가 자신의 ‘이름’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안정감있게 잘 풀어낸 시네요. ‘이름’이 시에서 많이 쓰여온 소재이니만큼 갖바치님만의 시선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제 이름을 싫어하는 것은 제가 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악의를 담고 불릴 때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의 경우 이름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에 머무른 감이 있습니다.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