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자상을 핥을 때까지

봄날에 시를 쓰며
혓바닥에 붙은 솜털을 떼어낼 때마다
자상을 스스로 핥는 고양이가 된다
햇볕은 창틀을 꽉 쥐어 도통 놓아주질 않는데

작은 어미는
굳은살이 정갈히 피어난 손으로 내 이마의 열을 잰다
열감을 식히자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적이며
얼음을 찾는 어미, 나는 한 발짝 물러나 입을 가린다

어미는 마음껏 토해도 괜찮다는데
아니 엄마, 구역질은 그저 하는 것이지
내용물을 하나하나 만지는 게 아니에요
바닥에 들러붙은 소변의 시큼한 향
단정히 죽는 것을 포기하니

짧아지는
그림자
생애

단칸방 모서리, 그 위에 웅크린다
한 줄 읽어달라고 한 줄만 더 읽어달라고
어미는 원고지를 주워 나의 손에 포개어준다
얇은 넋두리 끝에 눈꺼풀을 놓친 얼굴로
들것에 실려서야 벚꽃 여행 가는 왜소한 몸으로

이제야
딸이 쓴 문장처럼 날렵해질 수 있겠지

가장 가벼운 심장을 한 손에 쥐고,
창틀에 가만히 앉아있는
엄마도 고양이도 아닌 것을 쓰다듬는다
봄이 자상을 핥을 때까지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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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규 시인

사랑하마 학생, 안녕하세요. '봄'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객관적 상관물인 '고양이'를 빌려와 '자상을 핥'는 구체적 행위를 한다는 지점이 시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중간 부분이 구체적인 장면이나 상황으로 전개되면 쓰기도 쉽고 시적인 완성도도 높아진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