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순대

열 해 동안,
본 적 없는 동생 앞에서 수저를 놓는다
순대를 입에 넣어주고 맛있냐 묻고 싶은데
무릎 위 휴대전화에는 부재중 전화 다섯 통

물먹은 네 몸을 보며 혼잣말했다
베란다도 있는데 뭣하러 다리까지 간 거야
아파트 단지에서 물총놀이하는 애들 울리기 싫었나
아니면 내가 너의 허리를 붙들어맬까 봐 그랬나
하얀 운동화 신은 날엔 물길을 피해 걸었으면서
그 신발은 다리 밑으로 흐르며 눅눅해졌어

동네에서 국밥을 먹다가 우린 금방 체했지
오기가 나서 마주 앉아 팔씨름해도 뻔했던 승부
네 마지막 편지에서는 져주던 삶도 아름다웠다고
쓰러진 부모 대신 운동화를 닦고 말리며
나는 단 한 번도 널 이긴 적이 없는데

홀연히 다리에서 지워진 숨을 생각하니
더더욱, 더더욱 이긴 적 없었던 거야

네가 걸음마를 떼던 무렵,
꼭 잡아주었던 언니의 손도 없이
너는 누구를 향해서 추락하고 있는 건지
남은 기억들 비닐에 담아주는 시늉을 한다
아직 그릇 안에 주먹만 한 공기가 뭉쳐있고

그걸 동생이라 불러야겠다며
일 인분의 순대를 더 포장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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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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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주

안녕하세요, 사랑하마님. 시 잘 읽었습니다. 좋네요. “본 적 없는 동생 앞에서 수저를 놓는다”는 도입부가 인상적이고, “하얀 운동화 신은 날엔 물길을 피해 걸었으면서 그 신발은 다리 밑으로 흐르며 눅눅해졌어”“남은 기억들 비닐에 담아주는 시늉을 한다 아직 그릇 안에 주먹만 한 공기가 뭉쳐있고 그걸 동생이라 불러야겠다며”와 같은 표현도 좋습니다. 화자의 독백이 더 압축적으로 제시될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이를테면 “순대를 입에 넣어주고 맛있냐 묻고 싶은데 무릎 위 휴대전화에는 부재중 전화 다섯 통 물먹은 네 몸을 보며 혼잣말했다 베란다도 있는데 뭣하러 다리까지 간 거야 아파트 단지에서 물총놀이하는 애들 울리기 싫었나 아니면 내가 너의 허리를 붙들어맬까 봐 그랬나”의 경우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으므로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