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목을 매고 죽은 친구의 장례식에 들렀다. 생전 별로 생각하고 살지 않던 친구가 사진으로 박제되어있는 모습을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건 낯설어서였고 자꾸 우는 사람들 틈에서 억지로 쑤셔 넣은 육개장은 돌아가는 지하철역에서 모조리 토했다. 죽어가는 모든 것들이 잊고 지낸 그 친구 같아서 자꾸 얼굴을 대입해 보는 게 역겨웠다. 집에 들어가기 전 소금을 뿌렸다.

 

오랜만인 이름으로 걸려온 전화에 외출했다. 장례식에서 재회한 하은은 죽은 친구의 중학교 시절 동아리 직속 후배였고 대학에 들어간 후엔 함께 살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등교할 때면 이따금 스피커로 들리던 노래들이 죽은 친구의 선곡이었단 게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와 동시에 같이 담요 뒤집어쓰고 자다 불려 나갔던 기억 같은 것들이 부글부글 끓어 넘쳐서 숨이 턱 막혔다. 앞에 앉은 하은이 씁쓸하게 웃는다. 울지 않는 게 죄를 짓는 것 같아요.

이사를 가기 전엔 하은의 옆집에 살아 서로 얼굴 맞댈 일이 잦았다. 지금도 문득 걔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교복을 입고 들뜨던 모습이 겹치며 지금은 잘살고 있을지 생각하던 날들. 그 인연이 돌고 돌아 이렇게 재회한다. 휘젓기만 한 뜨거운 커피가 차츰 식어갔다. 애초부터 마실 목적이 아니었다. 변기에 쏟아부어도 김이 나지 않을 테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묻지 않아도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나열하던 하은이 별안간 말을 멈추고 뜸 들였다. 선배, 있잖아요. 답지 않게 말꼬리를 축 늘려대다 본론을 꺼내는 목소리가 이상하게 밝다. 일주일만 재워주세요.

세상모르고 잠든 집 잃은 어린 동거인을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대를 잡았다. 하은에게 친구가 어떤 의미였는진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각별한 관계였음은 확실했고 그런 걔를 친구와 동거하던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산 채로 관에 집어넣는 일과 다를 바 없다. 혈액으로 이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장례식 내내 자리를 지키던 어린 뒤통수를 생각하며 별안간 입안이 텁텁해 입술을 깨물었다. 목이나 축여야지 했는데 목이 잘려나간 걸 깨달은 것이다. 이따금 작게 골골대는 하은의 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살던 좁은 자취방을 반으로 갈라 하은에게 건네고 서로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반 칸짜리 방에 빌붙어 사는 동거인은 집을 자주 비웠다. 재워달란 말을 하며 죽은 눈에 억지로 스위치 누르던 그때를 꾹 담아둔 참인지 집을 단지 잠의 용도로만 사용했다. 어디 가냐 물을 필요도 없이 만취해 돌아오는 건 동거한 지 고작 삼 일간의 일상이다.

서로가 서로의 삶을 침범하지 않으려 애쓰다 나흘째가 되었을 때, 그었던 선을 몰래 넘어오는 건 하은이다. 창고가 딸린 좁은 방문을 노크하며 하은이 쌀의 위치를 묻는다. 쌀은 없고 햇반은 있는데, 왜 배고프나. 물으며 방문을 열자 죽어있던 눈이 새삼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럼 제가 쌀을 좀 사 올까요. 빛나는 눈을 보며 거절할 수 없다. 본가에서 가져온 밥솥은 진작에 중고로 팔았단 사실 같은 건 입 다물어 은폐하고 외투 주머니를 뒤적여 지갑을 찾았다. 같이 가자. 그 말에 말갛게 웃는 얼굴이 아프다.

하은이 내게 기생해 살고 있음을 자각할 때마다 함께 떠오르는 친구 탓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꾸 회상하게 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너무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당근 더미 속에서 조금 더 큰 것을 고르려 뒤적이고 다 똑같은 통조림 일일이 뒤집어 유통기한이 더 긴 걸 찾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선배 본가가 진구랬죠? 서면에 진짜 맛있는 데 있는데. 담에 같이 가요. 사흘이란 시간이 하은에게 어떤 시간이었을는지 알지 못하는 나는 아무렇지 않음을 연기하는 목소리에 어떤 맞장구도 치지 못하고 찬장에 가득 쌓여있을 햇반만 죽어라 담았다.

돌아오는 길에도 하은은 온갖 사사로운 것을 물었다. 학교, 전공, 그러다 연애 경험까지 답하고 있는 건 순식간이었다. 양손에 장바구니를 쥐고 한적한 골목을 걸으며 그런 질물들에 답하다 자취방 계단 앞까지 와서야 신상 까발리는 걸 멈췄다. 대신 손에 든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말했다. 하은아 너 좀 이상하다. 그 말에 입술 깨무는 게 뻔히 보이는데 걘 변명했다. 원래 이랬다고 말하는 눈이 다시 죽어있다. 생기 같은 건 날 때부터 없었던 듯하다.

다시 침묵이다. 장 봐온 것들을 냉장고에 정리하며 하은은 자꾸 고갤 떨구기만 한다. 괜한 말을 했나 싶어 후회될 때쯤 하은은 고개 떨구는 일을 멈추고 다시 제 영역으로 돌아갔다. 죄송해요, 밥이라도 차려드리려 했는데 피곤해서 먼저 잘게요. 다음에 먹어요. 그렇게 말하며 거실 한쪽에 정리된 제 몫의 이불을 펼치는 몸짓이 어딘가 뚝뚝 끊겼다. 그래, 푹 자라. 아까 내가 한 말은 잊고. 비록 각자의 구역이 정해져 있다지만 하은의 구역은 거실인 탓에 회피하려도 회피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그걸 아는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모양새를 보고 가만히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더운 솜이불이 숨통을 짓누를 때까지 무덤 같은 그 속에서 헥헥대며 호흡할 모습이 눈에 선명하다.

 

한결같이 만취한 모습으로 바닥을 기며 귀가한 하은은 비틀대며 변기를 잡고 헛구역질했다. 와중에도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주고 떨리는 등을 처음으로 쓰다듬다 걔가 울고 있단 걸 알았다. 구역질을 핑계로 눈물 흘리는 건지 구역질을 하다 보니 눈물이 나는 건지 구분할 수 없어 동정조차 할 수 없다. 등을 살살 쓸며 제정신도 아닐 걔의 귓가에다 대고 말했다. 이틀 뒤에 갈 곳은 정했나. 구역질 소리가 점점 잦아들기 시작하지만 볼륨은 그대로였다. 사라진 음의 크기를 울음소리가 메웠다.

잔뜩 취해 쓰러지듯 잠든 동거인의 얼굴을 처음으로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네가 뭘 하고 다니는지 왜 항상 만취한 상태인지 그런 건 궁금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사람이니 걱정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나. 덮고 있는 머리를 살살 쓸며 혼잣말했다.

방송실에서 잔뜩 긴장한 채 서 있던 모습이 내가 본 네 첫 모습이었고 나는 아직도 그 얼굴로 너를 기억한다. 지금도 간간이 보여주는 말간 얼굴을 디폴트처럼 장착하고 친구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던 모습을 보면서 사기나 안 당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외양쯤이야 아무리 썩어가도 푸석한 몸뚱어리 가운데서 펄떡펄떡 뛰고 있을 심장은 여전히 순진해서 나는 요즘 계속 친구가 밉다. 적어도 걔는 너한테 그러지 말았어야지. 머리맡에 쪼그려 촘촘히 말을 잇다 잠꼬대로 치장한 하은의 흐느낌이 점차 커져가는 걸 캐치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들지 않았다는 것쯤은 머리를 쓸던 순간 걔의 숨이 잠깐 멈췄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하은은 바닥을 기지 않았다. 멀쩡한 두 발로 계단을 올라 귀가한 동거인을 가만히 쳐다보다 눈을 깔았다. 제정신으로 마주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라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눈치가 빠른 건 하은이었다. 눈칫밥 먹으며 살아온 인생인 양 재회한 날부터 쭈뼛대더니 말하지 않아도 거슬리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이 제법 서울 물 먹은 티가 났다. 오늘은 그냥 수업 듣고 왔어요, 약속 같은 거 없이. 그런 말로 어물쩍 대화를 시작하다 곧바로 본론으로 직행하는 버릇은 조금 악질이다. 시간 되시면 이야기나 한 번 할까요. 흐리게 웃는다.

차근차근 식탁에 술병을 나열하는 몸짓이 자연스럽다. 선배랑 먹으려고 약속 안 잡았어요. 굳이 덧붙이면서 마지막 남은 맥주 캔까지 식탁에 내려놓은 하은이 웬일인지 활짝 웃으며 의자를 두드렸다. 앉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떨떠름하게 앉았다. 맞은편에 앉아 뭐가 그리 좋은지 자꾸 웃기만 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이질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술 마시고 들어왔잖아. 계속 술 마셔도 괜찮나.

괜찮아요. 원래도 이렇게 마셨어요.

과거를 회상하는 하은의 눈은 꼭 우주 같다.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할 때마다 동정이 잇따르고 하은이 건네는 술잔을 받아 죄책을 들이켰다. 제정신에 털어놓기 힘든 말을 하려는 모양이지. 곧 약속했던 일주일이 끝나게 된다. 묵혀둔 할 말 같은 건 이미 머리끝까지 쌓여 토해내기 직전일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하은은 술잔에 손을 대지 않고 멀쩡한 정신으로 말부터 뱉었다. 저 오늘 자정에 짐 빼요.

한 달간 유럽 여행을 가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한 달간 지내도 된다고 해서요. 내일 아침 일찍 간다는데 걔가 고양이를 키우거든요. 그래서 그 고양이 돌봐주러 자정에는 가야 해요.

변명하듯 묻지 않은 말을 줄줄 꺼내는 건 버릇인가, 내 얼굴을 읽어대는 탓인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제대로 된 감사 인사도 못 드리고 가서 죄송해요, 라고 사과하는 하은을 보면서 주제넘게 굴지 않아야 함을 자꾸만 상기하려 애썼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소화되지 못한 죽은 친구의 이름을 토해내듯 불러내게 될 것 같다는 기분.

그래도요,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이번에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정말 밥이라도 같이 먹자구요.

그래. 너도 언제든지 연락하고.

선배는, 선배는 죽지 마셔요.

스치듯 중얼거린 목소리에 놀라 고갤 들어 얼굴을 마주하니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잘못 들었나, 생각하며 걔가 건넸던 맥주를 다시 한번 입에 가져다 댄 순간. 호영이 형이랑은요. 낯익은 이름이, 홀로 금기시하던 이름이 동거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호영이 형이랑 살 때는 자주 함께 식사했어요. 부모님이 엄하셔서 배달 음식이나 즉석식품 같은 것들을 금지하셨거든요. 그래서 서툴지만 같이 요리해서 밥 먹고 그랬어요. 그게 저한테는 너무 좋았고 정말 가족 같았고. 친형 같다고 생각했어요. 지방에서 학교 나와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만난 것도 참 질긴 인연이다 싶었고.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이질감의 이유를 알아차렸다. 얼굴은 웃으면서 목소리는 이미 한참 죽어있었으니 그런 것이다. 축축한 목소리를 들으며 구역질을 억지로 참는 일은 고역이다. 휴지를 뽑아 하은의 앞으로 밀어두고 맞장구치지 않았다.

그 형이나 저나 방송부였던 거 기억하고 계실는지 모르겠지만요, 그 형은 노래를 좋아해서 방송부 들어갔다고 했어요. 중학교 방송부래 봤자 하는 일은 매일 같이 선곡해서 노래 트는 일뿐이니까요. 늘 틀던 노래 다 호영이 형 선곡이었던 거 아시나요, 그래도 친하셨으니까. 다른 애들은 구닥다리 음악이라고 싫어했지만 저는 좋아했어요 그 구닥다리 음악들. 음질 다 깨져서 기괴하기만 한 그 음악들.

난생처음 걔와의 대화에서 도망치고 싶단 생각을 하며 동시에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 대화에서 도망치면 얘는 두 번 죽는 거겠지. 반복되는 친구의 이름을 들으며 목구멍이 뜨겁다.

호영이 형은 대학 와서도 노래 듣는 거 좋아했어요. 저는 노래 같은 건 중학교 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몰랐고요. 같이 머리 맞대고 앉아서 플레이리스트를 짰어요. 호영이 형 취향만 담긴 플레이리스트라서 여전히 구닥다리예요. 들어보실래요?

괜찮다. 다음에 들을게.

한참 종알거리던 하은의 입술이 내 대답을 기점으로 다물렸다. 그게 의아해 눈 맞대니 또다시 어색한 웃음을 짓는 게 안타깝다. 식탁 위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던 주제에 아래서는 내내 짓뭉개던 손을 식탁 위로 올리고 앞으로 내민 휴지를 조각조각 찢기 시작하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프레임마다 머릿속에 박혔다.

선배는 좋아하는 노래 있으세요?

필요 없는 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데시벨 높여 말하는 목소리가 밝다. 여전한 목소리로 짧게 아니, 대답하고는 재회 후 나눴던 첫 대화를 기억했다. 울지 않는 게 죄를 짓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좋아하는 노래는 여전히 없어요. 팝송이니 힙합이니 다 저한텐 너무 어려워서 들으면서도 머리가 아파요. 클래식은 들으면 졸리고 락은 아무래도 시끄러운 이미지가 강해서요. 대중가요는 몇 곡 들어봤는데 자꾸 머리에 특정한 구절이 맴도는 게 싫어서 안 들어요. 웃기죠, 이런 놈이 그렇게 플레이리스트를 짜서 등하굣길마다 이어폰 끼고 들었다는 게.

술에 취해 바닥을 기면서도 꿋꿋이 귀를 막고 있던 이어폰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 호영이는 너한테 그러면 안 됐는데, 정말로. 친구의 이름을 10년 만에 다시 떠올렸다.

그래서 저는 아는 노래가 플레이리스트에 담겨있던 구닥다리 노래뿐이에요. 그것 말고는 없어요. 좋아할 음악이 없어요. 듣지 않으며 살 때는 몰랐는데 한 번 길들고 나니 아무것도 없는 귀가 허전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단 걸 아는데 이어폰을 뺄 수 없어요.

하은아. 이제 슬슬 짐 싸자 도와줄게.

억지로 웃음을 띤 얼굴이 점차 허물어져 갈 기미를 보이는 걸 보고 말을 끊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떠올리지 않았던 친구의 이름을 듣는 일만으로도 목구멍이 뜨거워지는데 하물며 하은은 어떨까 싶었다. 자꾸만 그 이름을 뱉으며 걔의 목구멍이 화상을 입진 않았을지.

더는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없어서, 그게 너무 슬퍼요.

죽은 친구가 그립다는 말을 그렇게 빙빙 돌려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무너지는 이상한 담담함에 손 뻗어 어깨를 토닥였다.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 거야 그래도 울음을 참지는 마라. 다 타버린 식도로는 물을 마실 때조차도 걔가 생각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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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카임님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글을 올려주셨네요.
떠난 이와 남은 이에 대한 문제는 언제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담담하게 적어간 방식이 좋았어요.
아쉬운 점을 조금 언급하자면 죽은 친구와 나와의 관계가
너무 가려진 느낌이었습니다.
죽은 친구 – 나 – 하은의 관계에서의 에피소드가 하나 정도 더 추가되어도 좋을듯 해요.
그리고 제목이 수몰이니만큼 수몰에 대한 이미지나 메타포를 넣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