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머물다 가는 이름이 있다

영은 그런 사람이었다
양팔의 각도를 수평으로 맞추고
파란 것이 산들거리며 피어날 것 같은

나의 영은 음독하여 들것에 실려가고
박준의 영은 아침에 가만히 숨을 놓고

응급실에도 동명이인이 있겠지

어리고 맑아서
다른 세계의 영들은 가만히 죽는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종이 속으로 들어간다
도화지가 영의 허리를 삼켰고

영은 글자가 되어 납작하게 떠올랐다

나는 영을 읽었다
발음에 의식할수록
굵은 혀조차 아래에 꾹 눌어붙는다

영이 입었던 바지의 주머니에는
물이 찰랑이는 소리가 난다

온도를 알 수 없어
눈물인지 눈꽃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아마 금붕어가 담겨 있을 수도

영은 더는 말할 수 없어 행복하다

하얀 세상에서
결이 새겨진 방향으로 그를 보며

잉크가 다 닳은 펜으로 적기엔
너무 긴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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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주

안녕하세요, 사랑하마님. 시 잘 읽었어요. 좋습니다. 여태 읽은 사랑하마님의 시들 가운데 가장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크게 걸리는 부분 없이 읽혔어요. 도입부의 “세상에 머물다 가는 이름이 있다 영은 그런 사람이었다 양팔의 각도를 수평으로 맞추고 파란 것이 산들거리며 피어날 것 같은 나의 영은 음독하여 들것에 실려가고”는 비교적 익숙한 방식의 시적언술로 읽히므로 가능하다면 다른 문장으로 바꾸어보시는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