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자신을 믿어보는 오늘

문학은 우리의 삶에 돋보기를 가져다 대는 행위이다. 보통 어른은 렌즈에 얼굴을 들이밀어 그 안을 관찰한다. 거대해진 내면에서 우리는 정답을 뽑아내려고 혈안이 된다. 글을 쓰는 것은 그저 삶을 올바르게 바라보기 위한 자기성찰의 도구일 뿐인가? 글이 긍정적인 힘을 주는가? 사실 우리는 돋보기를 비틀었을 때 주어진 대상을 더 왜곡된 모습으로 인지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돋보기에 햇빛을 쐬어 대상을 태우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돋보기를 쥐여줄 때처럼, 단어들을 쥔 채로 마음껏 가지고 놀아야만 한다. 아이들은 보통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행동하기에. 돋보기를 처음 본 유아는 렌즈의 섬광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뜰 수도 있고, 조금 더 자란 아동은 실수로 렌즈를 깨트린 후 도망칠 수도 있다. 권장하는 돋보기 사용법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과정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라 믿는다.

평소에 트로피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고, 투명한 약병을 직사광선이 있는 데에 두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많아진다. 물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쓸데없는 낭비를 불러일으키거나 우리에게 해가 간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생활법을 우리의 상상과 감정 그리고 표현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생각에 기준을 두는 것, 이것이 습관이 되기 시작하면 당연히 자유로운 사고를 펼치기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훌륭하다고 주장하는 이상향과 찬양에 매달리기 쉽다. 양심이 그렇듯, 가슴을 울리는 주체는 도덕심을 높이곤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상식인 셈이다. 글을 쓰며 온갖 위대한 대상에 몰두할 수 있다. 구름이 어머니의 손길 같다며 탄성을 내지를 수도 있겠지만. 진정으로 다양한 면을 묘사하고 싶다면? 한 움큼의 구름이 우리의 손에 들어온 것처럼. 그 대상을 자르고 붙이고 찢어버리고 뭉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반듯한 구름의 모서리를 만지고, 겹겹이 쌓인 구름 사이로 흐르는 빗물을 떠올릴 수 있다. 잠시 상식에서 독립해보는 것은 어떨까.

의미상 더 진중한 대상을 찾아도 똑같이 대하자. 큰 병원에서 간혹 듣는 코드 블루 즉, ‘심정지 방송’은 어떤가. 의료진은 바로 현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 속에서 다른 환자가 ‘코드 블루’를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검색할 테고. 병원에 온 아이는 방송에 흘러나오는 음을 따라 부르지 않을까. 긴박한 건 맞는데 우스꽝스러운 모든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방송을 잡아 음파를 늘이고 압축도 해보며, 글의 분량을 조절할 수 있다. 물론 몇몇 물질은 손에 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반문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 이것이 불가능한지 불만을 내뱉지 않는다. 물리적으론 거부당할 만해도. 수만 가지의 비유는 거부당할 권리와 한계 또한 없다. 우리는 비행기의 창문을 열어보진 못해도, 베란다의 창문은 열 수 있다. 햇빛의 파편에 베일 수는 없지만, 실수로 깨뜨린 컵에 자상을 입을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제 세상을 만지고 흥미로운 생각에 감각을 이입해보자. 느낄 수 없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문학이 좋다. 작은 문자들이 자리를 뒤바꾸다 보니 어느새 단단한 글이 세워진다. 쓴다는 것은 늘 세계의 건축과 같다. 작은 상상으로부터 불현듯이 생기는 여러 세계는, 현재의 기록으로부터 파생된다. 부조리를 느꼈을 때, 기록의 개선이 필요할 때, 칼 대신 펜을 드는 치열한 시대에서 살며. 몇몇은 글을 통해 분개하고 원고지 안에 현실과 닮은 세계를 만들어 잘못을 파악하도록 이끈다. 그럴 땐 다른 이들도 눈물을 흘리거나 한 번 고함을 치는 부정적 감정부터, 사회 불안을 대놓고 터뜨리는 것도 나쁘지 않음을 깨닫는다. 강압적인 명령으로 굳어버린 답습을 녹이는. 한 번쯤 밝은 날이 있다면 한 번쯤 그늘진 날도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편안한 언어가 있다. 그러므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문학의 힘을 믿는 것 같다.

나는 글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서도 우리의 환상과 문학적인 힘을 제대로 믿을 필요가 있다. 환상은 우리의 삶에 자리를 잡고 현실의 감각을 빌린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일단 수십 각도의 시선으로, 자신의 마음부터 뒤집어보자. 고통으로 산산이 부서진 정신에도 가장 빛나는 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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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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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일

사랑하마 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어느덧 연말이 다가옵니다.

'기록의 개선이 필요할 때, 칼 대신 펜을 드는 치열한 시대에서 살며. 몇몇은 글을 통해 분개하고 원고지 안에 현실과 닮은 세계를 만들어 잘못을 파악하도록 이끈다. '
' 지금도 많은 이들이 문학의 힘을 믿는 것 같다.'

멋진 문장입니다. 글틴에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문학을 지망하는 열정 넘치는 분들이 많아 든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