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1) 영감땡감

1. 영감땡감 

 

영감땡감이 그예 또 삐친 것 같다. 하고 앉아 있는 꼬락서니가 벌써 딱 나 삐쳤소 이다. 눈꽁댕이가 하늘로 달아 매지려 한다. 애가 그러면 귀엽기나 하지, 이건 볼 만도 안 하다. 살집이라곤 하나 없는 버석한 얼굴에, 머리는 어쩌자고 저렇게 싹둑거려 놨는지, 어떤 이발소인지 가위질 한번 원 없이 해 놨다. 사람을 얼마나 허술하게 봤으면 저래 놨을까. 사람은 우선 허우대가 멀쩡해야 어딜 가도 대접을 받는 것을.

 

당장 영감땡감만 봐도 그렇다. 두어 달 시난고난 앓고 나더니 순식간에 영감땡감이 되어버렸다. 이제 겨우 육십 줄 넘어선 사람을 환갑 진갑 다 쇤 칠십 노인으로 본다. 그전에야 어디 그랬던가. 키가 약간 부족해서 그렇지 인물은 어디 내놔도 한 자리 했다. 돈 있고 구변 좋고 권력이라면 권력도 있어 막후 실력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 죽기살기로 앓고 난 뒤부터이다. 젊은 날부터 약이라면 사족을 못 쓰더니 결국엔 그 좋아하던 약들한테 당했다.

 

 스테로이드 과다 복용으로 대퇴골이 괴사되고 한달음에 쭉정이가 되어버렸다. 슈퍼에서 배달돼 온 20Kg들이 쌀부대 하나 집안으로 못 들이고 쩔쩔맸다.

 

게다가 몸이 그 지경이면 성정이라도 유순해지고 구순해져야 할 게 아닌가. 어떻게 된 게 예전보다 더 고약해지고 더 변덕스러워졌다.

 

툭 하면 꽁하니 삐치고 서운해하고 생트집 잡으며 까탈을 부렸다. 턱없이 거만하고 별나게 오만한 것도 여전했다. 오늘 저러고 삐쳐 앉아 있는 것도 순전히 자기 성정에 자기가 토라져서이다. 인부들 탓할 것 하나 없었다. 

 

이삿짐을 싸러 온 인부들은 들어서자마자 대뜸 사방팔방 문부터 열어 젖혔다. 불시에 초겨울 찬바람이 떼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막 늦은 아침 한 술을 뜨고 있다 졸지에 날벼락을 맞았다. 영감땡감이 불쾌해서 이 사람들이? 하고 눈을 부라렸을 때야 인부 하나가 건성으로 아직 식사중이셨어요? 했다.

 

인부의 그 말은 오늘같이 이사하는 날 여태 뭐 했느냐는 다분히 타박으로 들렸다. 인부들은 식사는 아랑곳없이 포장박스더미를 밀어 넣고 줄칼, 테이프, 에어롤러 등을 챙기기에 급급했다. 그 와중에 와르르 먼지가 일었다. 그러기에 인부들 들이닥치기 전에 어서 한 술 뜨고 치우자고 했거늘 순전히 영감땡감 탓이었다.

 

?뭘? 그렇게 찾고 다니는지 아침 내내 혼자서 뒤적뒤적 하고 다녔다. 끝내는 그 ?뭔가?를 찾지도 못하고 다 식어빠진 식탁 앞에 둘러앉았다. 영감땡감 기분이 좋을 턱이 없었다. 어느 손잰 인부가 커튼과 블라인드마저 잽싸게 걷었다. 빗장 걸려 몽그라져 있던 햇살이 손뼉치며 식탁까지 깊숙이 쳐들어왔다. 그 바람에 먼지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화르르 피어올랐다. 그 먼지구덩이 속을 인부들이 신발을 신은 채 뚜벅뚜벅 드나들었다. 밥숟가락을 든 채 화석처럼 굳어 있던 영감땡감이 밥숟가락을 탕 내려놓았다.    

 

“이 사람들이? 시방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왜요? 우선 한쪽에서 쌀 테니까 식사하세요.”

 

한시가 바쁜 인부 딴에는 이쪽을 생각한다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되려 영감땡감 부아만 키워놓았다.  

 

“뭣여?”

 

“아, 한쪽에서 쌀 테니까 식사하시래니까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울 건 뻔한 것, 인부가 부루퉁하여 영감땡감을 쳐다보았다. 그뿐 인부는 이내 또 무심해졌다. 별 것도 아닌 인부 따위한테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영감땡감 인상이 대번에 험악해졌다.            

 

“이 사람이 시방? 우리가 개새끼여 뭐여? 문 열어놓고 찬바람 속에 밥 먹게?”

 

난데없는 호통에 인부가 헛, 웃었다.

 

“하, 이 아저씨, 정말 골 때리네.”

 

못마땅해하면서도 인부는 뚜벅뚜벅 걸어나가 현관문은 닫고 들어왔다. 이 방 저 방 인부들이 무슨 일인가 해서 내다보다 들어갔다. 치밀어 오르는 분을 못 참아 영감땡감이 숟가락을 들려다 말고 들려고 말고 했다. 인부는 이내 또 무심히 포장작업에 들어갔다. 타박타박 박스 안을 채워, 탁탁 뚜껑을 덮고, 드드득 테이프를 붙여, 그 끝을 목장갑 낀 손으로 와드득 쳐냈다. 저러다 불벼락 떨어지지 싶은 순간에 아니나다를까 영감땡감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밥이나 먹은 다음에 하란 말여!”

 

그와 동시에 인부가 목장갑을 벗어 던졌다.

 

“하, 시팔. 정말 일할 맛 안 나네.”


안방에 들어있던 대장급 인부가 인부를 안으로 불러들였다. 안에서 울근불근 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하, 돌아버리겠네. 이 집 견적 누가 본 거야? 어떤 새끼가 본 거냐고? 생각보다 짐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저런 오살 것이 있나?”


그러잖아도 분을 못 삭이고 있던 영감땡감이 안으로 쫓아 들어가려 했다. 베란다에서 허드레 짐을 꾸리던 늙수그레한 인부가 얼른 달려 나와 영감땡감을 말렸다. 아직 젊어서 그러니 이해하시고 어서 식사부터 끝내시라고. 그리고는 어이, 우리는 담배나 한 대씩들 태우세, 해서 밖으로 죄 몰고 나갔다.


그것뿐이었다. 남한테 낮은 소리 못 듣고 남한테 낮은 대접 못 받고 남한데 지고는 못 사는 성정에 악착스레 분풀이를 못해 저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성정으로 정치는 어떻게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저래 봬도 한때는 여당 중진 의원 양만호 씨 지구당 부위원장까지 해먹은 인물이다. 최백규 하면 서울까지는 다 몰라도 고향 동네 정치판 지역구에선 알아주는 존재였다. 위원장을 대신해 애경사란 애경사는 다 훑고 다니지, 기자들하고 술 잘 먹어주지, 깡패들 관리 잘 해주지, 무슨 무슨 모임 결성에 도사지, 어디 가서 돈 잘 긁어오지, 지역 민원 잘 들어주지, 과시 그만한 인물이 없었다.

 

서울에서 비서관이 하나 파견 내려와 있기는 했지만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하고 비길 바가 아니었다. 그자는 의원 영감과 부위원장 새를 오가는 연락병에 불과했다. 영감땡감이야말로 의원 영감과 방문 닫아걸고 앉아 머리 맞대고 독대하는 심복 중의 심복이었다. 그런고로 최백규가 떴다 하면 어떤 돈이든 일단 돈이 쫙 깔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모름지기 정치판은 돈과 사람 장사였다. 거기에서 결판났다. 덕분에 감사패에 공로패에 표창장이 쏟아졌다. 자그마치 박스로 세 박스나 되었다. 그 박스가 이날 이태 영감땡감 보물단지 1호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날 평생 그거 우려먹는 재미에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 자랑 많고 떠벌리기 좋아하고 슬쩍슬쩍 둘러치기 잘하는 성격이 빛을 발하는 데가 바로 그 시절의 그 판이었다. 오만과 거만과 변덕과 심술도 그 판에선 상종가를 쳤다. 딱 최백규가 놀 만한 물이었다.

 

그러나 그 변화무쌍한 성격도 딸년 앞에서만큼은 맥을 못 추었다. 부녀지간이라고는 하나 우선 성격부터가 천양지차로 달랐다. 영감땡감이 하지 말라는 짓만 하고 다니는 게 딸년이다. 영감땡감이 하라고, 좀 그래 달라고 하는 짓은 절대 않는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지금 하는 짓으로 봐선 앞으로 그럴 것 같다. 그렇다고 딸년이 못된 청개구리 심보를 지녔냐 하면 그건 아니다. 하여간 그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창과 방패처럼 찌르고 할퀴며 어긋났다.

 

딸년이 한창 예민하던 시절이었으니 고등학교 1학년이나 되었을 무렵이다. 라이온스 클럽 회장으로 취임해 취임 턱을 한 턱 거나하게 쓰고 온 영감땡감이 호기로운 기분에 막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돌아온 딸년을 책가방 채 불러 앉혔다.

 

그러고는 기껏 한다는 말이 집안 선대조의 벼슬 나부랑이들을 들먹였다. 몇 대조 할아버지는 정승판서에 몇 대조 할아버지는 감사 목사에 몇 대조 할아버지는 논밭이 얼마에, 자기 기분에 취해 한껏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열을 뿜어냈다.

 

그러자 책 사 볼 돈이나 좀 얻어낼 요량으로 짐짓 앉아 있던 딸년 표정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비위가 틀리는데 용돈 몇 푼 얻자고 가만있을 딸년이 아니었다. 피식 웃는가 싶더니 정색하고 물었다. 

 

“아버지, 그런 거 말고요, 우리 증조할아버지는 동학농민혁명 때 어디서 뭐 하셨나요?”

 

느닷없는 소리에 영감땡감이 어리둥절해 했다.

 

“그럼 우리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때 어디서 뭐 하셨나요?”


“뭐?”

 

“우리 집안은 한국 전쟁 때 좌익활동 하신 분이 한 분 도 안 계시나요?” 

 

졸지에 벼락을 맞은 영감땡감이 그제야 대갈일성을 질렀다.

 

그 며칠 뒤 영감땡감의 보복으로 딸년은 일종의 필화사건을 당했다. 딸년이 파묻혀 지내던 책들이 몽땅 불쏘시개가 되어버렸다. 김지하와 함석헌과 문익환은 물론이고 고리끼와 사르트르와 까뮈마저 책꽂이에서 뽑혀 나왔다.           

 

그 둘은 여태도 서로 상극이다.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고 거부하며 냉소지으며 인정하지 않는다. 가급적 서로 안 만나고 안 보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어미 아비 이삿날이라고 딸년이 아침 일찍 오기로 한 날이다. 생각해주는 마음은 갸륵하지만 오늘이라고 영감땡감과 딸년이 아무런 마찰이 없을지 조마조마하다.

인부들 앞에서 우세사는 일이나 없어야 할 텐데……

 

그런데 우세는 이미 영감땡감 쪽에서 벌어진 것 같다. 참다 못한 인부들 입에서 마침내 불평이 터져 나왔다. 일손 바빠 죽겠는데 식탁의자 하나 탁 뽑아 갖고 거실 한가운데 버티고 앉아 있으니 오죽 성가시겠는가. 영감땡감과 설전을 벌였던 인부가 쳐다보고 한숨 쉬기를 벌써 몇번째이다.

 

“오늘 같은 날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어떻게 해요? 일을 할 수가 없잖아요!”

 

“아, 한쪽서 하면 되잖아.”

 

“어떻게 이삿짐을 한쪽서 싸요? 아저씨가 한쪽에 가 계셔야지. 저쪽으로 좀 가 계셔요.”

 

“아니 그런데, 이 사람이 말끝마다 아저씨, 아저씨네? 내가 왜 아저씨여?”

 

난데없는 대목에서 영감땡감이 벌컥 성질을 부리자 인부가 어안이 벙벙해했다.

 

영감땡감이 뭐였던가를 알려주던 것들은 이미 벽에서 떼어지거나 문갑에서 내려져 단단히 박스포장 되어 있었다. 그 외 나머지 것들, 감사패나 공로패들은 영감땡감 모르게 내가 감쪽같이 감춰버렸다. 안방 거실 할 것 없이 벽이고 어디고 어디든 틈만 나면 걸어 붙이고 줄줄이 늘어놓는 통에 지난번 이사에서 한 박스만 내주고 두 박스는 꼭꼭 숨겨뒀다. 무겁고 거추장스럽기나 할 뿐 쓸모라곤 하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차마 내다버리지는 못했다. 오늘 아침에 영감땡감이 여기저기를 뒤지고 쑤시고 다닌 것도 실은 그 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영감땡감이 뭐인가를 모르겠던지 인부는 영감땡감 위아래를 세세히 훑어보기까지 한다. 싹둑 깎아진 머리, 버썩 마른 얼굴, 부실해 뵈는 하체. 암만 봐도 아저씨이지 아니면 별 것 아니다 싶은 모양이다. 그냥 그대로 아저씨 타령이다. 

 

“하여간 아저씨, 저리 좀 가 계셔요.”          

 

“이 사람이 시방? 나도 할 일이 있어 그런단 말여.”

 

“오늘 같은 날 아저씨가 하실 일이 뭐 있으세요? 저희가 다 해드릴 텐데?”

 

넉살좋게 인부가 영감땡감이 앉아 있는 의자 채 현관 복도로 떠밀고 나간다.

 

“허, 이 사람이. 어허? 어허?”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인부는 기어코 영감땡감을 현관 복도까지 밀어부쳤다.

 

“거기서 보고 계시다 제게 다 말씀하세요.”

 

“지가 뭘 안다고 거기다 말해!”

 

귀신처럼 부스스 일어서 영감땡감은 바로 인부 뒤를 따라 들어가 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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