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1)

 

봄이 왔다.


타자 이영도



1. 택배가 왔습니다.


“너 봄 좋아하냐?”


충격적인 대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나는 콧등의 안경을 밀어 올리고는 상황을 살폈다. 안주인지 그 역한 냄새로 파리를 쫓아내기 위한 살충제인지 구분이 안 가는 음식물들이 놓여있는 탁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정체 모호한 음식물 주위엔 불도를 수행 중인 소주병들이 두어 개 놓여있다.

좀 더 고개를 들어보자 공단 근처의 허름한 실비집이라는 것을, 그리고 시각은 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야근하는 사람과 기계의 소음 같은 것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 음울한 고요는 불황을 나타내는 훌륭한 경제 지표다. TV 볼륨을 줄여놓고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를 제외하면 반경 백 미터 내에 사람이라곤 나와 탁자 맞은편에 앉아있는 주혁뿐인 것 같다.

그런데 그 팽주혁이 ‘봄 좋아하니?’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팽주혁이 누구던가. 내 인생의 팝업창, 내 지갑의 맵핵, 내 이성의 블루 스크린 등 화려한 칭호를 가지고 있는 나의 친구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해도 내 친구는 ‘너 봄 좋아하니?’ 같은 말을 해선 안 된다. 하물며 호박 속에 갇힌 모기의 피에서 뽑아낸 공룡 유전자로 태어난 듯한 체구와 어두운 곳에서 맞닥뜨리면 "더 파워 오브 크라이스트 컴펠스 유!" 라고 외쳐주고 싶은 용모를 갖추고 있는 팽주혁은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세상에, 어쩌다가.

나는 이 문제에 대처하기에 앞서 소주병의 수행을 좀 더 도와주기로 했다. 모든 것은 공이다. 비워라, 더욱 비워라. 소주병은 해탈했다. 구제 받아야 할 소주병을 새로 요청하고는 팽주혁을 직시했다.


“좋아하지. PD와 작가들이 어쩔 수 없이 자기 매너리즘을 포기해야 하는 계절이니까.”


“응? 아, 봄철 개편. 텔레비전 좋지.”


보유한 재산을 모두 현금화해서 최후의 환락을 즐겨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이 분명하니까. 충실한 TV 시청자라는 이유로 나를 금치산자 취급하는 주혁의 입에서 텔레비전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보다 더 확실한 지구 멸망의 징조는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에겐 현금화해서 환락을 즐길 재산이 없었다. 지금 주최하고 있는 이 간소한 술자리조차 내겐 버겁다. 당장 은행으로 달려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우울하게 인정하고는 새로 도착한 소주병의 삭발식을 거행했다.

주혁의 잔을 채워주자 주혁은 멍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봄 좋아하냐고.”


“관심이 없는데. 그런데 왜 갑자기 봄 이야기는 꺼내는 거야?”


“오늘 봄이 왔거든.”


“무슨 이야기야? 벌써 4월이잖아. 한식, 청명이면 몰라도 입춘은 오래 전에 지났는데?”


“입춘이라고 하지는 않았어. 오늘 봄이 왔다고 했지. 오전에.”


하긴 봄이 입춘에 오는 것은 아니다. 달력에 있는 입춘이라는 글자만 보고 겨울옷을 벗었다간 감기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달력 위가 아니라면 주혁이 오늘 오전 봄을 발견한 곳은 어디일까.


“벚꽃 핀 것 봤어? 아니면 개나리?”


“못 봤는데.”


“그럼 뭘 봤는데?”


“그야 봄을 봤지.”


“아니, 내 말은 어디에서 봄을 봤냐는 거야. 뭘 봤으니까 봄이 왔다고 한 거 아냐.”


“봄을 봤으니까 봄이 왔다는 거야.”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


주혁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았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었기에 하던 말을 도로 삼켰다. 주혁은 겨우내 입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낡은 작업복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 주혁은 그것을 소주병들의 선방에 올려놓았다. 거기 있는 것은 한 번 뜯었던 조그마한 골판지 상자였다.

주혁은 내가 상자에 관심을 두길 바라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주혁을 응시했다.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던 소주잔을 입가로 옮기던 주혁은 내 시선을 느끼곤 눈썹을 꿈틀했다.

잔을 비운 주혁은 직접 손을 뻗어 골판지 상자의 내용물을 꺼냈다.

밖으로 나온 것은 반지 케이스 크기의 나무 상자와 여러 번 접은 종이였다. 상자 뚜껑을 젖힌 주혁이 그것을 내 쪽으로 밀었다. 상자 안쪽에는 언뜻 보기에 복숭아씨처럼 보이는 것이 놓여있었다. 나는 당황하여 주혁을 바라보았다.

그 때 접은 종이를 펼친 주혁이 그것을 내게 건넸다. 안에는 약 설명서를 연상시키는 조그마한 글씨가 빽빽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열렬한 텔레비전 애호가인 내 시력은 시원찮았고 가게의 조명도 침침해서 안경을 다시 밀어 올린 후에야 가까스로 읽을 수 있었다.


<봄씨>

주요성분 / 함량 (100g중) : 주간연장제(15g), 야간축소제(15g), 개화촉진제(6g), 탈피유도제(4g), 화분비산제(1g), 황사운반제(1g), 춘곤증유발제(0.5g), 몽상보조제(0.4g), 초연회상제(0.1g) 외 여러 미량성분.

작용 및 특징 : 주간연장제는 야간축소제와 더불어 작용함으로써 낮의 길이를 연장하고 밤을 축소시킵니다. 따라서 주야의 비율이 변하고 기온이 상승하지만 두 약제의 복합작용 때문에 하루의 길이는 바뀌지 않습니다. 개화촉진제는 식물의 발아 및 개화를 촉진하는 약리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목련,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매화 같은 반응성이 높은 식물의 경우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탈피유도제는 동물들의 겨울털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뭔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황급히 읽는 것을 중단하고는 주혁을 바라보았다. 주혁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봄이야. 오늘 오전에 택배로 왔어.”




소주병들의 성불을 도와온 내 음주 역사를 통해 볼 때 술자리에서는 확실히 온갖 해괴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 오전에 봄이 왔다’는 문장이 은유도, 시도, 주정도 아닌 건조하기 짝이 없는 서사가 되는 경우는 난생 처음 겪었다. 물론 그 건조함은 내가 아는 주혁에게 어울리긴 한다.

나는 상자를 가리키며 다시 질문했다.


“이게 뭐라고?”


“너 귀에 축농증 걸렸냐? 봄이라니까. 몇 번 말해야 되는 거야?”


주혁은 약간 성이 난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디펜시브 매트릭스만 걸어주면 맨손으로 울트라리스크도 때려잡을 것처럼 보이는 놈이 ‘약간 화를 낸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취기에 그런 공포까지 더해지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게 봄이구나.”


내 간사함에 치를 떨고 싶었다. 자기 혐오를 곱씹는 대신 질문을 하기로 했다.


“누가 이걸 보냈는데?”


“상자 봐.”


골판지 상자는 인터넷 쇼핑몰 같은 곳에서 사용하는 상품발송용 상자였다. 발송처는 ‘아무래도 서정시 쓸쓸하면 읽으리 한국계절산업진흥단지 (유)봄’이었다. 솔직한 소감으로 얼씨구 잘 논다는 심정이었다.


“네가 여기에 봄 주문했냐? 가격은 얼마였어?”


“무료야. 사은 행사에 당첨됐어.”


많이 듣던 문구다. 그 다음엔 배송료 명목으로 소정의 금액을 요구하겠지. 하지만 이것을 그런 종류의 사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소지나 회사명, 상품 같은 것으로는 우리집 센둥이도 속여넘기기 어려울 테니까. 혹시나 하는 기분에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배송료는?”


“무료 배송.”


아무래도 이걸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나 보다. 주혁이 취해서 헛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진돗개도 속여넘기기 힘든 독특한 사기를 목격한 것도 아니라면, 결국 유한회사 봄이 고객 사은 행사의 일환으로 내 친구 팽주혁에게 봄을 택배로 보낸 것이다. 정리 끝.

뭐가 정리 끝이냐?

텔레비전이 나를 그 정도로 망가뜨리지는 않았다. 냉정을 되찾기 위해 하는 일로는 좀 어울리지 않지만 나는 소주잔을 확 비웠다. 잔을 채워주는 주혁에게 나는 최대한 냉철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어떻게 당첨됐는데?”


아, 젠장. 퍽도 냉철한 질문이다. 주혁은 소주병을 내려놓고는 턱을 긁적거렸다. 말하길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주혁은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야 긴 말을 할 수 있다. 이윽고 주혁이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PC방에서 검색을 하고 있었어. 노동사무소 주소 좀 알아보려고.”


뭐라고?


“진정 넣으려고?”


“뭐? 아, 그냥 한 번 알아본 거야. 네가 하도 떠들어서.”


나는 흥분하여 빠르게 말했다.


“당연히 진정 넣어야지. 그래서 끝까지 받아내야 해. 너는 그럴 자격 있어.”


멍청한 인문학도인 내가 주혁의 공학적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주혁이 없으면 공장이 안 돌아간다는 것을 누구 앞에서도 증언할 수 있다. 함께 술 마시는 자리로 걸려오는 ‘기계들의 반란이다! 인류가 위험해!’ 류의 구조 요청들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그 때마다 주혁은 휴대전화에 대고 시큰둥하게 몇 마디 중얼거리거나 혹은 직접 가서 기계들의 가소로운 반란을 진압하고는 술자리로 복귀하곤 했다. 물론 이것을 엔지니어 팽주혁의 탁월함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평범한 기계공 한 명에게 매달려야 할만큼 공장 여건이 비참한 거라고 해석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 회사의 입장에서는 주혁의 월급을 올려줄지언정 떼먹을 수는 없다. 그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떼먹은 것이다. 그것도 벌써 여섯 달째 체불이다. 그 기간은 유복한 부모님에게 넉살을 팔아 용돈을 버는 백수인 내가 직장인 팽주혁에게 술을 얻어먹는 대신 사주게 된 기간과 일치한다. 지난 여섯 달 동안 나는 ‘내게 다시 술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너는 근로감독관과 사장의 깊이 있는 만남을 주선해야 한다’고 주혁을 닦달했고 그런 닦달에 주혁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이 멍청이가 마침내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귀찮아서 주소나 알아보았다는 미적지근한 반응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반드시 받아내야 해. 못 주겠다면 콩밥 먹여버려. 개자식. 좋게 좋게 대하니까 사람을 날로 부려먹으려드는 그런 개새끼는 인간 세상과 격리시켜야 해.”


말하길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정리했던 말을 꺼낼 때 흔히 그렇듯, 주혁은 내 방해에 혼란스러워 하다가 하던 말을 그냥 계속했다.


“클릭을 잘못해서 무슨 광고창을 건드렸어. 그래서 이상한 곳으로 넘어갔어.”


“그건 됐고, 술 그만 먹자. 주소 알아봤지? 내일 가서 진정 넣어. 혼자 가기 싫으면 같이 가주지.”


주혁은 또다시 혼란스러워 하다가 묵묵히 술잔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비운 주혁은 입을 쓱 닦고 말했다.


“백스페이스 누르려고 했는데 갑자기 눈을 끄는 것이 보이더라고.”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주혁의 상태는 웃옷을 벌리고 가슴의 B자를 드러낸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B는 불도저의 머릿글자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주혁은 자기 할말을 끝까지 할 것이다. 차라리 빨리 말 끝내게 한 후에 내 말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그냥 입 다물기로 했다.

그리고 곧 그 결심을 철회했다. 소주를 마시려면 입을 열어야 하니까. 성불해라, 성불해. 그리고 소주보살 되거든 나 좀 구제해다오. 나는 팔짱을 낀 채 주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낡은 형광등이 파닥거리는 소리 속에서 주혁이 웅얼거렸다.


“대문에 ‘봄을 잃은 것 같지 않습니까?’라는 카피가 있었어. 그 말이 갑자기 와 닿더라.”


“그게 왜?”


“몇 년 동안 내가 했던 생각이거든.”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그래. 그런 거 느껴본 적 없냐? 아직도 꽤 쌀쌀하다고 말하다가 바로 그 다음 날 벌써 꽤 더워졌다고 말하게 되는 것 말이야.”


“봄이 원래 그렇잖아. 아침저녁은 쌀쌀하고 낮에는 따뜻하고. 그래서 환절기 감기도 있는 거 아냐.”


내 설명은 주혁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았다. 주혁은 말이 잘 안나와서 답답하다는 투로 왼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갑자기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건 맞아. 그런데 그게 봄이 아니라 꼭 겨울하고 여름 짬뽕해 놓은 것 같지 않냐?”


주혁은 자신의 표현에 감동한 것 같았다. 문학의 위기가 왜 발생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팽주혁 때문이다.


“봄이 진짜 봄이 아니라 겨울하고 여름 섞어서 만들어놓은 것 같단 말이야. 그러니까 가짜 휘발유처럼. 진짜 봄이 없어지고 있어. 요 몇 년 새 삼짇날에 흰나비든 노랑나비든 나비를 본 적이 있냐?”


“못 봤어. 하지만 성탄절에 눈 오는 것도 최근 몇 년 동안 본 적이 없는데.”


“성탄절이야 예수님 생일이지 계절하곤 아무 관계없어. 그리고 지금 봄 이야기하고 있잖아. 삼짇날에 나비 못 봤다고 했지? 나도 못 봤어. 뭐가 날아다닌다 싶으면 모기야. 그리고는 ‘모기 날아다니는 거 보니 벌써 여름이네.’ 이렇게 되는 거야.”


나비에게 도시는 사막이고 모기에게 도시는 뷔페 코스이니 두 곤충의 목격 빈도가 차이나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는 눈빛을 쏘아주었다. 불도저에게 눈빛을 쏘아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주혁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너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이해했나 보군.”


B는 곰의 머릿글자이기도 하다. 미련한 곰 같으니라고.


“아, 좋아. 봄이 없어졌다고 치고, 그래서?”


“그 사이트에도 내 생각과 똑같은 말이 있어서 자세히 봤어. 쇼핑몰이더군. 상품 목록 제일 위쪽에 최근에 가장 많이 팔린 상품으로 봄이 올라 있었어.”


“고객 평가는 읽어봤냐?”


“응.”


농담 삼아 한 말에 이런 대답이 돌아와도 이젠 놀랍지 않다.


“평은 좋아?”


주혁은 자기 동네에 몇 년 째 봄이 안 와서 고민하는 사람이 자기 외에도 많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받은 봄의 효과에 만족하며 잘 쓰고 있다는 호의적인 고객 평가를 올려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 더 자세히 읽어보려던 주혁은 그 날이 판매 마지막 날이었고 게다가 밤 11시 반이었기에 판매 종료까지는 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은 시즌 상품이거든. 그래서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거야.”


어련하겠냐. 당연히 시즌 상품이겠지. 어쨌거나 그래서 주혁은 서둘러 회원 가입을 했다. 그런데 가입 절차가 끝나자 신규 가입자 사은 행사에 당첨되셔서 상품 하나를 무료로 주겠다는 메시지가 떴단다. 그래서 주혁은 봄을 선택했고, 그게 오늘 오전 도착했다.

주혁의 설명이 끝났지만 나는 할말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 말이나 꺼냈다.


“봄을 팔았다면 인터넷 매춘이군. 신고했냐?”


주혁은 내 시시한 농담이 재미있다는 듯이 씩 웃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설명을 내가 완전히 납득했고 이 상황에 두고 있는 자신의 진지함에 내가 완전히 동조하고 있다는 투로 단호하게 말했다.


“가자.”


“가자고?”


“심으러 가자.”


심어? 나는 옆으로 치워두었던 설명서를 끌어당겨 훑어보았다. 작은 글씨들 사이에서 문장 하나가 두드러지듯 눈에 들어왔다.


사용법 : 되도록 넓고 양지바른 땅에 30cm 정도 깊이로 심으십시오.


‘봄씨’라는 물건을 바라보았다. 땅에 심는 것이었군. 그러면 이 동네에 봄이 핀단 말이지.


“지금?”


“설명 안 들었냐? 시즌 상품이야. 오늘 안에 심어야 해. 늦었으니 빨리 가자.”


내 생각에 오늘 안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주혁에게 노동사무소에 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주혁은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봄씨가 든 상자와 설명서를 챙겨든 주혁은 차두리도 감탄할 만한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실비집을 나가버렸다. 황급히 주인 아주머니에게 술값을 치른 나는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리며 주혁의 뒤를 쫓았다. 젠장. 봄씨인지 뭔지를 심는 동안에라도 어떻게 설득을 해봐야겠다.

<계속>

13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13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0 Comment authors
기소반

[반소기] 두번째 읽었더니 왠지 이렇게 하고 싶어졌습니다. 친우들의 말이 이토록 절실하게 들릴 줄이야. "낚였다!"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낚였으니.

바드의노래

흐음….재밌습니다. 그 한 마디면 충분할 듯…아, 저는 좀비 지망생입니다! (퍽!)

카신

흠; 바드님 이미 와계셨군요-_-; 저도놀라서 달려왔습니다;;ㅋ ….근데 ..이걸 직접 쳐야하나;;;

암비

이거 퍼가도 되는건가요…? ^^'

암비

ʹ ƿ

휘(輝)

이영도님 글은, 언제나 좋습니다. ㅋ

마고

라자 다시 읽는중-_-…

MyJ

으응. 역시 이영도님다운 독특한 발상.. ㅇㅁㅇ

Anonymous

역시 글이 좋군요

감시자

̿~!!

린휘(潾輝)

눈물을 마시는 새부터 열혈독자가 되어 최근의 피를 마시는 새까지 관심을 보였던 읽는이입니다. 일반 소설에도 환상소설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낯익으면선도 낯설은 느낌을 주는군요.「봄이 왔다」도 책으로 나오면… 글쎄요. 살 것 같은데요?

골룸뮬란

와!! 이영도작가님 ㅇ_ㅇ..ㅋ 어제 피마새 완독 했는데 ㅜ.. 존경해요

얼음조각

역시 이번에도 영도님의 독특한 문체에 빨려들어 가게 만드셧군요;
곧2편도 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