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월간총평(꽃피는돌)

나무가 있던 자리 

 

                -韓雪

 

풀이 누웠다

먹구름이 꼈다

바람이 날카롭게 불었다

비가 모든 것을 세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들이 아지랑이처럼 흩날렸고

잎들은 찢겨진 지 오래였다

태풍 오던 그 날

나무 하나

가 온몸을 다해 흔들리고 있었다

그늘 하나가

휘청거리더니 꺾여져버렸다

나무가 있던 자리

나무가 있었던 자리

비어있었다

온갖 빛들이

온갖 어둠들이

온갖 허공들이

빈 자리를 메우려고 몰려들었지만

나무가 있던 자리

여전히

비어있었다

 

강퍅한 태풍에게 나무는 단 한 발짝을 양보했나 봅니다. 그것이 영영 사라지는 일일 줄 몰랐을 리 없는데도 온몸으로 바람 속을 살았나 봅니다. 그러니 나무가 떠난 자리는 비워진 채 나무의 영혼과 일생이 머무는지 모릅니다. (유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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