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_빛_시] 어둠과 빛의 춤


  어둠과 빛의 춤

   ― 왈츠와 마주르카

 

   유형진

 

 

 

 

 

   일 년 중 이틀, 춘분과 추분에만
   눈물을 흘리는
   ‘샤콘느’라는 이름의 노인이 있다
   노인에겐 ‘왈츠’와 ‘마주르카’라는 이름의
   이란성 쌍둥이 남매가 있었다


   왈츠는 달개비꽃을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양귀비를 좋아했다
   왈츠는 저녁노을을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무지개를 좋아했다
   왈츠는 계란의 흰자를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계란의 노른자를 좋아했다
   왈츠는 시를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소설을 좋아했다
   왈츠는 진한 커피를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맑은 홍차를 좋아했다
   왈츠는 계곡을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바다를 좋아했다
   왈츠는 고양이를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개를 좋아했다
   왈츠는 삶은 시금치 무침을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당근 볶음을 좋아했다
   그러나 왈츠는 마주르카가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주르카도 왈츠가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남매는 장성하여 열일곱 살이 되었는데
   둘은 동시에 사랑에 빠졌다.
   왈츠가 사랑한 이의 이름은 ‘자청(紫靑)’
   마주르카가 사랑한 이의 이름은 ‘난하(蘭河)’였다

 

   자청(紫靑)은 어둠의 딸,
   난하(蘭河)는 빛의 아들이었다

 

   샤콘느는 슬픔에 빠졌다
   사랑하는 쌍둥이들이
   서로 너무 먼 곳으로 떨어지지 않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왈츠와 마주르카는 자신의 길을 갔다

 

   달개비꽃을 좋아하며 양귀비를 생각하는
   무지개를 좋아하며 저녁노을을 쳐다보는
   계란 프라이를 하면 흰자와 노른자를 사이좋게 먹는
   시를 쓰면서 소설을 읽는
   아침엔 진한 커피를 마시고 오후엔 맑은 홍차를 마시는
   계곡이 있는 산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는
   개를 키우며 길고양이 밥을 골목에 갖다두는
   당근을 볶아서 삶은 시금치와 함께 무쳐 먹는
   그런 사람이 되어

 

   동지의 깊은 밤, 어둠이 짙어질수록 왈츠 춤을
   하지의 뜨거운 한낮, 그늘이 익어갈수록 마주르카 춤을
   추게 된 것이다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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