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_시_문] Whipping boy

 

[6월 시_문]

 

 

Whipping boy

 

 

박성준

 

 

 

 

 

    각오한 듯 현이는 화장실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동칼이 정육점에서 고기가 동날 때까지 돌아가듯, 현이 앞에서 부드럽게 미닫이문이 열리고 있었다 한 차례 공사를 끝낸 그 화장실은 일 층이었다 모두 미래를 대비한 복지라고 수고롭게들 생각했지만, 현이는 그게 전부가 아닐 거라고 혼자 끄덕여보았다 현이는 이튿날부터 건강한 아이들의 팔짱을 끼고 그곳을 다른 세상처럼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변기 한 곳에서 번갈아가며 소변을 누었다 때로는 넷 다섯 심지어 여섯 명까지 인원을 늘려가며, 한 쪽에 청소도구들과 비품들을 방치해놓아도 넉넉할 만한 공간에 감탄하곤 했다 서로의 용변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적절한 소음을 만들어주면서 또 수다를 떨고 고민을 털어 놓고 곧 당면한 큰 문제들에 대해 쉽게 흥미를 잃어주기도 했다 휠체어를 끌고 들어와도 충분할 만큼의 미닫이문은 사용 직후부터 부드럽지가 않았지만, 하자라는 건 우리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잔뇨감을 숨기지 못한 얼굴로 현이는 서 있는 아이들의 대화를 도왔다 이곳의 아이들은 충분히 소변이 마렵지 않더라도 변기에 앉고 나면 정해진 할당량만큼의 소변을 누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장애인 화장실에서 추방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현이와 아이들은 서로 견딜 만큼의 제외를 경험했고 또 견딜 만큼의 제외를 행사했다 그리고 곧 현이의 다리가 망가졌다 누군가 꼭 알려주지 않더라도 부드러워진 미닫이문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누구도 할 것 없이 화장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다 예정된 행동이었다

 

 

 

작가소개 / 박성준(시인)

1986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부문에 「돼지표 본드」 외 3편으로 당선. 시지으로 『몰아 쓴 일기』가 있다.

 

 

 

   《글틴 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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