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_시_멍] 요트의 기분

 

[10월_시_멍]

 

 

요트의 기분

 

 

서윤후

 

 

 

 

 

    우리는 발 하나 담갔을 뿐인데
    웅덩이는 바다가 되어 넘쳐흐르고 있었지
    유약한 사람들이 만든 종이 요트 타고
    바다를 찢으며, 그렇게 나아갔지

 

    구멍 난 바다를 채우려드는 저 파도에게, 파도가 게을러질 때쯤 우리는 백사장에 선착장 하나 그려놓고선
    다음 날이면 지워져 돌아올 수 없는 주소를 가지고 그렇게 바람을 찾아갔단다

 

    맨발을 숨기고 자꾸 손으로 걸으려고 하니까
    김 서린 안경을 닦고 돛 끝에 달린
    바람개비를 흔들며 안녕!
    마중인지 배웅인지 헷갈리는 인사를 나눠야만 했지
    요트는 흔들리지 않고 걸을 수 없는 신발

 

    요트 접는 방법을 알아갈 때까지
    몸에 점선들이 생길 때까지 부딪히는 모래들

 

    발 하나만 빼면 수평선은 다시 나란해질 텐데 우리는 우리를 밝혀주지 못한 채로 어둠에 속았어 너무 많은 등대들이 생겨나고 있으니까

 

    웅덩이의 속사정을 붉힐 수 있는 것을 찾으러 가자

 

    선체 모서리부터 조금씩 젖어드는 기분을
    어디에 정박해두어야 할까
    멀미 난 나침반이 파르르, 파르르 떨며 요트를 이해하고
    누군가 짓다 만 모래성에 잠시 머물다
    젖은 종이 요트를 덮고 잠에 들었지

 

    내일 꼭 일찍 일어나자
    금방 무너질 것 같은 약속은 멍든 팔베개처럼
    조금은 다정하고
    조금은 힘이 드는

 

 

 

 

작가소개 / 서윤후(시인)

2009년 《현대시》로 등단

 

 

 

   《글틴 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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