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_시_응] 지구를 돌리는 힘

 

[5월_테마시_응]

 

 

지구를 돌리는 힘은

 

 

전동균

 

 

 

 

충주호 하천리 골짜기
외진 돌무지를 찾아와 찰랑대는 물결, 잔물결들

 

미안해, 살며시 솔잎을 따는 손길 같구나
저무는 바람 속을 느릿느릿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 같구나
다시 핀 풀꽃 옆에 앉아 먼 하늘 우러르는 돌의 표정 같구나
문간방 앞에 겉절이 김치 놔두고 아닌 듯 사라지는 슬리퍼 소리 같구나

 

아, 갈 데 없는 잔물결들

 

 

● 시작 노트

 
    나는 낚시를 좋아한다. 자주 가진 못하지만, 조용한 물가에서 낚싯대를 펼치고 찌를 바라보는 일은 내가 누리는 몇 안 되는 즐거움 중 하나다.
    지난해 여름이 끝날 무렵, 나는 충주호 하천리에 갔었다. 며칠 폭우가 쏟아져서 마른 골짜기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물고기들은 먹이 활동이나 산란을 위해 새 물이 흘러오는 곳으로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 차오르는 물결들이 맨땅을 덮고 풀밭을 덮고 산 아래 비탈의 돌무지까지 밀려와 반짝이고 있었다. 여름내 땡볕에 시달렸던 골짜기의 오랜 부름에 응답이라도 하듯.
    차로 한참을 덜컹대며 들어와야 하는, 인가 하나 없는 골짜기까지 찾아온 물결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외진 곳의 잔물결 같은 사람과 사물들이 우리의 삶을 삶이게 하고 이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숨은 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다. 또 막힌 골짜기 끝에서 더는 갈 데도 없이 찰랑대는 모습이 우리들 삶의 어떤 근원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잠시 눈을 감아야 했다.
    내게 주어진 테마는 ‘응’이다. 지금은 전하지 않는 악기 이름이기도 한 ‘응’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응’이란 말 뒤에 느낌표가 붙으면 긍정을, 물음표가 붙으면 강한 의문이나 질책을 뜻한다. 또 한 시인이 말했듯 해와 달이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모양이기도 하다.
    한자어‘應’은 부름에 답한다는 뜻이다. 목마른 골짜기의 부름에 응해 먼 길을 돌아 물결들이 찾아왔듯, 나는 그 물결들에 응해 이 짧은 시를 썼다.
    제각기 파편이 되어 흩어지는 세상의 시간을 살면서, 작고 낮은 목소리일지라도 자기가 자기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응하는 그런 순간들이 많았으면.

 

 

작가소개 / 전동균(시인)

1962년 경주 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 시 당선. 시집 『우리처럼 낯선』 『거룩한 허기』 『함허동천에 서성이다』 『오래 비어있는 길』이 있다. 현재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글틴 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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