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특집_신작시] 버지니아 외 1편

 

[10주년 특집_신작시]

 

 

버지니아

 

 

김별

 

 

 

 

사람의 마음과 맷돌은 과연 무슨 선착일까

 

여자가 머리를 끄집어냈다
여자가 갓난아기의 머리통을 끄집어냈을 때

 

맷돌은 왜 먼 길을 돌아갈까

 

달래놓았던 애가 다시 울고
여자는
아기를 달래고
여자는 손가락을 두어 개 잘라 가루를 마련할 것이고
우는 아기의 머리통을
돌려가며
멀리 돌아가며 달래고 달래는 여자
또 울음을 그치는 어린애

 

나는 딱딱하다
나는 희고 붉다
나는 엇갈려서 중복으로 돌아간다

 

맷돌은 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숨구멍으로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메주를 조금 떠먹는 여자의
목마른 숟가락은

 

한 번도 마음을 나가지 않는,
어쩔 길 없는 버지니아

 

 

 

 

 

 

 

포레스트 검꼭지

 

 

 

 

 

숲 속에
백치가 하나 살고
그리고 젖꼭지도 있고
만지면 어떤 기분에 들릴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어
어느 쪽
가슴에 달린 비애가
찌릿찌릿할 것인지 어느 짝가슴인지

 

격주로
여자는 콩 한 쪽을 가져와서
우리랑 나눠먹었다
운명이 기회를 엿봤다 동네 사람들이
스스럼없는 횃불을 하나 둘
끌 때마다 백치는

 

백치는 비둘기를 잡고
백치는
성질이 조급하지 않아서 그 사람은
수수깡으로 잇몸을 닦고 백치는
그렇게 여자에게
말을 걸고
그래서 백치는 콩을 먹지 않고

 

삼년마다 소스라치는
삼년상처럼
여자는 보란듯이 콩 두 쪽을 가져와 먹고
산산조각으로 먹고
어린아이가 모두 끊어지고
가슴은
남자의 것처럼 납작해지고
그리고 젖꼭지도 있고 어느 짝가슴인지

 

검은 젖을 다 내보낸 여자의 숲이
백치의 발 밑에서
더 검게 타다가
이따금 죽은 벌레들은
가물가물 산 벌레를 검게
떨어뜨리고
백치는 영원히 살을 먹지 않고

 

 

 

작가소개 / 김별(시인)

1988년 전남 영광 출생. 2010년 계간 〈시인동네〉신인상 등단. 시동인 〈서정시로 해줘♡〉에서 활동 중

 

 

   《글틴 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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