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백일장 수상작품 함께 읽기④]변변찮은 풍경에서 새로이 찾아낸 시

 

[청소년백일장 수상작품 함께 읽기④]

 

 

변변찮은 풍경에서 새로이 찾아낸 시

 

 

박찬세(시인)

 

 

 

 

    「식구」라는 시를 읽고 나니 아침저녁이면 둥그런 상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식사를 하던 풍경이 떠오릅니다. 밥을 먹으며 까불라치면 “밥 먹을 때는 말하는 것 아니다.” 하시는 아버지 호령에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던, 조금은 엄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던 풍경이 떠오릅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눈앞으로 고기반찬이나 계란프라이가 담긴 접시를 슬그머니 밀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그때 소리 없이 웃고 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젓가락,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만 분주하게 들리던 둥그런 밥상의 날들. 지금은 희미해져 그리운, 다시 한 번 앉아 보고 싶은, 풍경이 떠오릅니다.

 

제2회 EBS 글쓰기 축제 으뜸상

  식구

 

    유병록(옥천고등학교 3학년)

매일 함께 하는 식구들 얼굴에서
삼시세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때마다 비슷한 변변찮은 반찬에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잡는데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다시금 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한 번에 먹자하니 입 속이 먼저 짜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나머지 한 장을 떼 내어주려고
젓가락 몇 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런 게 식구이겠거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내 식구들 얼굴이겠거니.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부릅니다. 매일 함께하는, 해야만 하는, 때마다 비슷하고 변변찮은 반찬 같은 얼굴들. 햇빛에 그을려 간장에 절여진 깻잎 같은 얼굴들. 그런 식구들에게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고 화자는 말합니다. 살다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습니다. 작게는 들러붙은 깻잎 두 장 같은 일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일들까지. 그럴 때마다 묵묵히 지켜보던 식구들의 젓가락이 한꺼번에 달려듭니다. 식구들의 얼굴이 새롭게 보이는 순간입니다. 늘 곁에 있어 잊고 있었던 내 식구들의 얼굴 말입니다. 어쩌면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깻잎 한 장 같은 맛을 반찬삼아 우리는 밥을 먹고 힘을 얻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시는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일상 곳곳에 시가 숨어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시를 쓰는 사람은 매순간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언제 시의 머리카락이 보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 시를 시작으로 연재에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글틴 친구들이 기대할 만한 글들을 찾고 있어요. 눈치 빠른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여백으로 남겨둡니다.

 

 

작가소개 / 박찬세(시인)

– 200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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