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동창회 참여 후기] 후기는 호기롭게! 옛살라비 글틴 동창회

 

[글틴 동창회 참여 후기]

 

 

후기는 호기롭게! 옛살라비 글틴 동창회

 

 

 

박선우(문학특!기자단 3기)

 

 

 

    워낙 진지하고 세련된 글을 적는 것을 혐오하는 편이라 표현이 다소 거칠고 투박할지는 모르겠지만 양해를 부탁드린다.
    우선 필자는 글틴 기자단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부산에서 4시간 15분간 고속버스를 타고 혜화역에 모인 여름에, 단원들과 처음으로 면대면 인사를 나누었고 우리는 그렇게 어색했다. 그리고 그 어색함 속에서 글틴 동창회를 받아들였다.
    간략히 역할 분담을 한 후 우리는 헤어졌다. 기자단이 워낙 각지에 흩어져 있는 터라 우리의 회의는 카톡으로만 이루어졌다. 엄청난 길이의 ‘공지사항’이 쌓여 어느 순간부터는 카톡 읽기를 포기해버렸다. 어째 일이 점점 커진다는 생각이 들 즈음, ‘때는 이미 늦었다’, ‘망했다’라고 생각했다.
    글틴 동창회, 사실 글틴을 모르는 필자로선 얼마나 큰 규모일지 어떻게 진행되는 행사인지 1도 아는 바가 없었다. 사회를 맡은 나는, 그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하며 그날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랐다.

 

 

  2015년 9월 5일. 코드네임 블랙.

    우리의 의상 콘셉트는 블랙이었다. 기숙사에 틀어박힌 채 좀처럼 씻지도 않고 지내던 나는 간만에 옷장을 열었다. 검은 신발과 검은 바지, 검은 티셔츠에 검은 외투를 입고 혜화역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에는 새로 장만한 선글라스까지 넣어두었다.
    결과는 역시나 상갓집. 선글라스를 쓴 나는 똥파리가 되어 있지 않는가.
    죄다 상갓집 복장으로 돈가스를 먹었다. 분명 혹자들은 우리에게 우환이 있을 게다, 하며 가엾게 여겼을지 모른다. 회의를 할 때도 우리는 블랙이었다. 각자 서로의 패션에 당황하면서도 우리는 진행해야 했다. 코앞에 다가온 행사였음에도 준비된 바가 너무나도 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부담이 없었다. 진행을 맡았지만 진행을 몰랐고 대본을 받았지만 대본을 몰랐다. 역시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말은 틀린 게 없는 듯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다가오고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정신을 놓고 싶었다.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져도 좋을 듯했다.

 

  첫 미션은 머리끈.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기자단의 의상 콘셉트는 블랙이었다. 그러나 참석하는 글티너들에게도 통일감을 주고자 했던 우리 기자단은 그들에게도 반강제적으로 의상 콘셉트를 부여하기로 했다.
    머리끈을 묶어야 입장 가능.
    많은 이들이 당황해했다. 누군가는 뒤에 가서 우리들을 욕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내가 직접 당했어도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을 게다. 그래도 억지로 해드리면 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경기도 오산’이었다, 하는 말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머리끈을 풀어버리시는 우리 글티너들, 멋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사회의 시간.

    갑작스레 수정된 대본에 솔직히 정신이 없었다. 그냥 말 그대로 혼란스러웠다. 같이 사회를 보는 상학이 형에게 몇 번을 물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려운 일은 아니겠거니 했거늘, 결국 말더듬이요 벙어리가 되어버리더라.
    아무래도 스피치 학원을 다녀야겠다.
    글틴 행사에 오신 주역들을 먼저 소개해 드렸어야 했는데 그걸 과감히 빼먹어버렸다. 옆에서 같이 사회를 보는 우리의 상학이 형은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는 무슨, 당황은 내가 제일 많이 했다.
    나를 때리고 싶었다.
    이때부턴 그냥 악으로 깡으로 사회를 본 것 같다. 생각보다 우리의 지분이 적었기에, 명환이 형과 나은이가 내 멱살을 잡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가까스로 살아난 선우는 그렇게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었다.
    “특기자단이라더니 사회를 별로 못 보네.”라던 어르신(정우영 시인)의 말씀.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열심히 할게요!
    그렇게 전쟁같던 1부가 지나갔다.

 

    2부는 그들의 리그였고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야 하는 자리였다.
    ‘십대, 안녕’에 글을 실은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글을 낭독했다. 과연 자신이 쓴 글을 직접 읽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필자도 언젠가는 내 글을 직접 읽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날이 올까, 싶었다. 그 전에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겠지만.
    그 후로는 유진 누나와 근직이의 화려한 입담이 빛을 발했다. 어떻게 보면 사회자는 나였는데 본인보다 타인이 더 고생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도 적잖게 있었다.
    마지막에 근직이가 “우리 글틴 기자단들 준비한다고 고생 많이 했거든요.” 할 때 좀, 뿌듯했다. 뿌듯할 명분도 없긴 했다마는 그냥 뿌듯해하기로 했다. 나는 이방인이었으니까!
    시간은 황당하리만큼 빠르게 흘러갔고 행사는 무사히 종료되었다. 단체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고 또 찍고 또 또 찍은 우리는 그날 데이터 폭탄을 맞았다. 그 중에 필자가 잘 나온 사진은 하나도 없었지만.
    사실 본인은 아직도 글틴과 글틴 기자단 사이의 그 오묘한 관계를 모른다. 그저 기사를 쓰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 있을 뿐. 이번 행사를 통해 ‘나와 글틴도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열심히 활동한다면 나도 차후에 후배들이 날 기려주겠구나, 생각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아직 생일은 지나지 않아 만으로 낭랑 18세이건만, 스무 살이라는 이름 아래 벌써 청소년 티를 벗으려고 한 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글틴 동창회를 준비하며, ‘십대, 안녕’ 책을 읽으며 새벽 세 시까지 잠자지 않고 글을 적던 내 모습이 생각나서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 20대 중후반이 될 무렵 지금 쓴 글을 읽을 것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그날이 올 때까지 글틴과 문학특!기자단이 건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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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 박선우

– (잠시 쉬어가는 선우입니다)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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