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동창회 참여 후기] 열 살짜리 글틴, 세 살짜리 기자단

 

[글틴 동창회 참여 후기]

 

 

열 살짜리 글틴, 세 살짜리 기자단

 

 

 

김유진(문학특!기자단 1기)

 

 

 

    ……그래서 말인데 이걸 너네가 맡아서 진행해보면 어떨까?
    라는 말을 가장 무서워한다. 벌써 기자단 활동이 3년차에 접어드는 1기 기자인데 말이다. 사실상 나는 멤버들의 숙주 같은 존재다. 연차에 비해 쓴 기사도 별로 없을 뿐더러 뚜렷하게 해낸 인터뷰라든가 성과도 없다. 직접 인터뷰를 하러 가도 한 마디 질문도 못 하고 오기 일쑤고……. (약간의 변명을 해보자면 인터뷰를 할 때면 심장이 쿵쿵 뛰고 손발에 땀이 나는 그런 병이 있음) 그렇다고 해서 드문드문 써내도 존재감이 뚜렷할 정도로 ‘글빨’이 죽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글틴 십주년 행사를 한다고 했을 때 기자단의 숙주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1. 단톡방에서 하트를 붙여가며 응원을 한다. 2.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집에서 느긋하게 티브이나 본다. 3. 어찌되었든 참가는 해본다.
    아무래도 답은 3번이긴 하니까……. 일단 서울에 갔다. 장장 3시간에 걸쳐 서울에 도착해 십주년 행사 회의에 참여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많이 나왔다. 남들 하는 거 다 해보고 싶으니까 클럽이라든가, 드레스코드라든가, 추첨이라든가, 번호교환이라든가……. 뇌에서 생산 되는 걸 전혀 필터링하지 않은 채 마구 내뱉었다. 그렇게 한 시간여의 회의가 끝났다.

 

   ……그럼 유진이가 구성 작가가 되어서 중심적으로 짜보는 걸로 하자.
    정신을 차렸을 땐 이런 결론이 나온 후였다. 약간 후회되긴 했는데 이왕 총대가 된 거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1기스러운(고참스러운) 행동을 보여주자! 는 생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김) 고등학교 때부터 내 좌우명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는데……. 그걸 여기도 적용해보았다. 어떻게든 지나가겠지. 뭐, 애들끼리 열심히 의견 나누고 해보겠지.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개강도 준비하고 시간을 보내다보니 행사의 날짜가 다가왔다. 음, 뭘 해야 하지? 일단 스태프를 맡은 기자단들의 단톡을 만들었다. 다들 인사하고, 기자 언니가 보내준 큰 틀을 공유했다. 착한 기자단 멤버들은 그냥 pdf파일 하나만 던져줘도 열심히 회의를 진행했다. 잠깐 어디 갔다 온 새에 단톡방엔 엄청나게 많은 내용들이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중간다리처럼 열심히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붙여넣기’를 열심히 했다. 피드백을 붙여 넣어주고, 의견을 붙여 넣어주고……. 미안했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분명히 제대로 하자고 다짐한 것 같은데 무능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웠다.

 

   드레스코드로 레드를 강하게 밀었다. 사실 그 전엔 핑크를 밀었다. 나는 핑크를 사랑했으니까……. 남자든 여자든 핑크를 착용하면 엄청나게 사랑스럽다. 그렇지만 큰 반발에 부딪혀 레드로 노선 변경. 그런데 빨간 옷 없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지, 빨간 속옷이라도 입고 오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무난하게 블랙이 대세가 되었다. 남자든 여자든 색깔별로 머리끈을 줘서 묶게 하자는 재기발랄한 의견도 나왔다. 축제같이 재밌는 행사가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까만색 옷만 입고 가면 칙칙해질 거 같아서 친구한테 초커도 빌렸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서울로 올라가 일일 사진기사가 된 유진2와, 나은이, 그리고 직후에 근직이 선우를 만나 혜화의 유명한 믹스동을 먹었다. 진짜 맛있었다. 믹스동 찬양으로 한 페이지를 채워도 모자라지만 일단 생략하겠다. 까만 옷을 입고 대학로에서 단체로 움직이니 좀 드라마에 나오는 조폭 같기도 하고……. 약간 기분이 요상했다. 그 옷차림으로 아트박스에 가서 물건들도 구경했다. 예술가의 집에 도착해서는 리허설도 하고 테이블 세팅도 하고, 입구에서 기념품과 머리끈도 나누어주면서 열심히 일했다.
    트루베르의 공연과 1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다시 지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쿵쿵 뛰고 손발에 땀이 나는 그런 병……. 얼결에 맡은 ‘십대, 안녕’의 좌담회 사회 때문이었다. 앞에 나가서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회를 봐야 한다니. 사회를 볼 차례가 되자 몇몇 친구들이 응원을 해주었다. 좀 힘이 났다. 대본대로 읽기만 하면 됐는데 좀 떨었다. 좌담에 참석해준 사람들이 정말 대답을 잘 해주셔서 좀, 아니 많이 감동 받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짠 질문들이 성의를 담은 대답과 함께 내게 돌아왔다는 생각을 했다. 대답을 할 때면 나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어 주셨고 어이없는 질문이나 급작스러운 말도 예쁜 대답으로 포장되었다. 그렇게 좌담회가 끝났다. 동시에, 정식 행사가 끝이 났다.

 

   맛있는 걸 준다고 하기에 기다리면서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많이 바뀐 사람도, 여전한 사람도, 모두 다 ‘그 사람들’ 이었다. 글틴 캠프에서 편안한 잠옷을 입고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그 얼굴들. 수고했다고, 오랜만이라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 모두가 참 소중하게 보였다.
    열 살 먹은 글틴이 이렇게 많은 자식들을 낳았구나. 그리고 까만 옷을 입고 열심히 돌아다니는 멤버들을 보면서, 세 살짜리 기자단도 언젠가는 저렇게 크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행사에선 글틴 100주년 기념행사를 말했지만, 나는 기자단 10주년 행사를 할 때를 상상했다. 1기수 멤버라고 근엄하게 나를 소개하는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기분이 이상했지만 지금 이 친구들을 그때 다시 만나 오랜만이라며 얘기를 나누는 그 순간이 괜히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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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 김유진

– (22살 / 만나면 꽃 같다고 말해주세요)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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