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탐방]동국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실기 현장을 다녀오다

 

[ 입시 실기 현장 탐방 ]

 

 

동국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실기 현장을 다녀오다!

― 전명환의 문예창작과 실기 문제 분석

 

 

 

전명환(문학특!기자단 3기)

 

 

 

  동국대학교 : 모티프와의 조합

    지난 10월 9일 한글날, 공휴일인데도 동국대학교는 시끌벅적했다. 바로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의 실기 시험 전형이 있던 날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외국어 특기자 시험까지 겹쳐 더욱 사람이 많았다.
    지금까지 동국대학교의 실기 전형 문제 출제 양식은 시제(글의 제목)로 사용할 단어 한 개 정도를 내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13학년도 시험의 ‘저울’, 14학년도 시험의 ‘이방인’과 같은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16학년도 입시 시험에 앞서 동국대학교는 입시 경향 변경을 예고하고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특정 상황, 설정을 제시하거나 여러 단어 중 몇 개를 골라 글을 쓰는 방식의 문제를 내는 방식이었다. 이번 시험 문제는 이렇게 출제되었다.

 

 소설 : 혼자 사는 남자/여자를 등장인물로 하여 ‘뭔가를 잃어버린 상황’을 모티프로 소설을 완성하여라.
 시 : ‘편의점’을 모티프로 하여 ‘식물’과 ‘뼈’를 단어로 사용해 시를 완성하여라.

    기존 동국대학교 실기 경향에 익숙한 학생들이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소설은 ‘혼자 사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가 ‘뭔가를 잃어버린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혼자 산다는 의미는 주변에 자신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봐줄 타자가 없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뭔가를 잃어버린’ 상황, 또한 혼자 사는 주체의 주관에 따른 판단이 된다. 섣불리 쓰게 되면 물건을 ‘도둑’ 맞거나, 정말로 물건이 사라지는 판타지적인 서사를 쓰는 데서 그치게 된다. 그러나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 주체의 자아가 개입할 수 있거나, 주체가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사물(거울), 외부와 연결되는 사물(TV, 전화기) 등을 통해서 더 확장된 발상으로 나아갈 여지가 있다. 이 경우 물건이 사라지는 것을 단순한 반전 요소나 플롯의 일부로 남겨두기보다, 주인공이 자아를 갱신하거나, 외부와 단절되거나, 새로운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확장성을 사라지는 물건과 연결시켜 문제의 의도를 충족하는 것이 좋은 방향으로 보인다.
    시는 얼핏 ‘편의점’과 ‘식물’, ‘뼈’ 사이의 관계를 종잡을 수 없어 어설프게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편의점’을 모티프로 하라 하였으니, 편의점의 속성에 대해 떠올리는 것이 좋다. 김애란 작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를 떠올려 보자.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물건을 구매하며, 사회의 일원임을 느끼고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을 기억해줄 거라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은 산산이 깨어진다. 자신은 지나가던 손님 중 하나였으며,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도시화를 상징한다. 어디에나 있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다 ‘똑같이’ 생겼으며, 손님들과의 ‘정’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 때문에 직원이 자주 바뀌기도 해 단골손님이 있어도 정작 그 단골을 기억하는 직원이 없을 수도 있다. 또한 물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걸 다 갖추고 있을 수도 있으며, 이 지점에서 되레 편의점에 ‘부재’하는 것을 포착해낼 수도 있다.
    ‘식물’과 ‘뼈’는 연관성이 매우 떨어진다. 우선 식물에는 뼈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미적으로 유리된 시제의 경우, 강제로 연결시키는 것이 발상의 첫 번째이다. 식물에 뼈가 있다고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곧게 뻗은 줄기? 혹은 식물이 꺾일 때 뼈가 꺾이는 일? 혹은 식물의 성장과 뼈의 성장이 함께 일어나는 일? 혹은 식물만의 속성과 뼈만의 속성을 떠올려본 후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류해보는 것도 좋다.
    또한 앞서 분석한 편의점 역시 ‘식물’과 ‘뼈’는 연결되지 않는다. 다만 편의점이 흔하다는 속성은 이름 모를 식물들이 곳곳에 있다는 점, 그리고 뼈라는 것이 어떤 체계나 기본을 의미하는 점을 생각하면 편의점의 도시적 의미를 역설적으로 풀어 시간적인 면과 존재론적인 면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동국대학교만을 보았을 때 이러한 경향이 낯선 경향처럼 보이나 다른 학교의 실기 문제를 고려했을 때 아주 낯선 편은 아니다. 다만 동국대학교에서 요구하는 바는, ‘모티프’가 되는 것의 기본 속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얼마나 자연스러우면서 낯설게 주어진 조건들을 삽입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1동국대-입시

 

  서울예술대학교 : 이미지의 미학

    서울예술대학교는 소설의 시제가 난해한 걸로 유명하다. 시를 문제에 내고 소설로 상상하여 쓰라든지, 시점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든지, 문장을 제시해 이의 이미지를 차용하라는 식이다. 반면 시의 경우에는 매우 단순한 단어를 준다. 소설의 경우 주어진 문제를 파악하고 상징적 의미와 이미지적 설득력을 단시간 안에 구성해내는 능력, 시의 경우 익숙하고 단순한 단어를 얼마나 남과 다르게 새로운 의미로서 재탄생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주어진 시간은 90분이기 때문에 소설의 경우 800자 내외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 물론 시는 어느 정도 보여주기 위해 길게 쓰는 편이 좋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시험은 대체로 인근에 있는 경안고등학교에서 열린다. 다른 학교들이 대학 강의실 분위기에서 시험을 쳐야 하기 때문에 낯설거나 불편함이 있을 수 있는 반면 서울예술대학교의 시험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치기 때문에 비교적 친숙하고 편하게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도 경안고등학교에서 시험이 진행되었고, 천 명이 넘는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소설 : ‘바다와 거울’을 제목으로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쓰시오.
  시 : 구경꾼을 시제로 쓰시오.

    소설은 여전히 난해하다. ‘바다와 거울’, 마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바다와 거울은 속성적으로도 공통된 점이 한 번에 떠오른다. 수면 위에 비춰지는 반사상은 거울의 용도와 비슷하다. 우선 기본적인 발상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바다는 넓고, 생명적이며, 심해를 품고 있다. 거울은 자아가 반영/왜곡되고, 이미지가 복사되며, 때론 환상의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언뜻 무난해 보이기도 하지만, 편지 형식은 학생들을 곤경에 빠트릴 만하다. 우선 편지 형식이기 때문에 수신인과 발신인을 정해야 할 것이다.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편지글이기 때문에 설정이 자유롭다. 아예 가상의 인물이나 미지의 인물에게 보내는 편지부터, 명확한 대상이 있는 편지까지 선택은 자유롭다. 그러나 ‘바다와 거울’이라는 제목도 어느 정도 고려를 해야 한다.
    주인공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상대방과의 심리/물리적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고립되어 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그럴 수도 있다. 편지의 전달방식도 바다라 함은 물병편지를 떠올릴 수도 있고, 실제 우편일 수도, 또 남기는 기록물일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바다와 거울 사이의 같으면서도 다른 미묘한 공통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발상은 서술자가 바다가 되고, 수신인이 거울이 되는 것일 테다. 그 의미는 바다와 거울의 의미 수만큼 많아진다.
    혹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파도’, 거울에서 일어나는 ‘깨짐’ 등 일어날 법한 일들을 인물에 대입시켜도 좋다. 서울예대의 핵심은 짧은 글 안에 시제와 연결되는 인물이 얼마나 잘 드러나느냐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그냥 뭉뚱그려진 인물 말고, 직군이나 나이 같은 것이 아닌 인물의 성격이나 주어진 문제와 연결되는 직관적인 속성 등이 잘 드러나는 인물로 설정해 편지를 주고받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의 경우는 ‘구경꾼’이다. 구경꾼이라는 시제는 화자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말 관찰하는 화자로서 등장하는 경우, 본인이 어떤 풍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는 시제의 의도와는 조금 먼 발상이다. 구경꾼은 기본적으로 무엇을 구경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지만, 반대로 구경하는 자들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자들, 그리고 그것에서 어떤 의미를 창출하는 소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경비원이라고 하자. 경비원은 단지 아파트 보안을 담당하지만 24시간 근무를 한다. 따라서 아파트의 모든 상황을 지켜본다. CCTV든 눈으로든, 이렇게 바라본 상들이 맺히고 그들은 기억한다. 반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경비원 자살 사건을 떠올려보면, 경비원은 아파트의 일부 ‘부품’일 뿐 한 명의 대상으로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아이러니를 잘 나타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즉, 화자가 구경꾼이 되어, 구경하는 대상을 잘 잡아 좋은 이미지와 주제로 전개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우리 주위에 ‘구경꾼’―구경을 업으로 하는―이 될 만한 시적 대상을 잡아서(물론 감독관, 시청자 등 진짜 말 그대로 구경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안 된다.) 그의 행동에 구경꾼적인 요소를 부여하고, 그 이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좋은 글로 평가받기 위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다소 어려울 수 있겠으나, 작품을 읽을 때 확 들어오는 이미지-인물-대상이 있고 그 발상에 설득력이 있다면 무난히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0월 17일, 18일에는 단국대, 숭실대, 중앙대에서 실기가 있다. 입시는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무게이다. 모두 고생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따라오길 이 기사를 통해 소망해본다.

1서울예대-입시

 

◆ 필자소개 / 전명환

– (21세, 남의 집 대문에 낙서하는 게 취미입니다)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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