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빠릇 문학콘서트 참관기] 파릇,빠릇, 다시 여름

 

[ 파릇,빠릇 문학콘서트 참관기 ]

 

 

파릇,빠릇, 다시 여름

 

 

 

강나은(문학특!기자단 3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유망 신인작가 발굴 프로젝트 2015 AYAE(ARKO Young Art Frontier)에 선정된 조수경, 최지애 소설가의 ‘파릇,빠릇 문학콘서트’가 8월 8일 토요일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에서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동안 진행되었다.
    파릇,빠릇 문학콘서트는 등단 5년 미만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며 올해로 3년째다. 그동안 작가들의 강연은 백일장이나 학교에서 많이 들어봤지만 문학콘서트는 처음이라, ‘어떻게 다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기대가 컸다. 행사장에 들어가니 자몽과 오렌지주스와 귀엽게 포장해둔 과자가 눈에 띄었다. 나중에야 그게 두 분의 소설가님들이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몽의 시큼함과 과자의 달콤함에 취해서인지 콘서트의 시작이 더욱 기대되었다.

 

  두 명의 미녀 소설가와 미녀 사회자

    시작을 알리는 별다른 신호도 없이 ‘작년 11월의 어느 날’로 시작되는 한 문단을 낭독하면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졌는데, 1부는 조수경 소설가, 2부는 최지애 소설가의 순서였다. 사회는 신비주의 미녀 소설가 이은선 소설가께서 맡아주셨다. 행사는 작가 소개, 심사평, 사전 독자 감상단의 감상 내용, 상상해본 소설가의 모습, 인상 깊었던 장면, 그리고 낭독공연과 O,X 퀴즈,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 등 다양한 코너로 지루하지 않게 진행되었다.

 

  미궁의 육식식물 소설가 조수경

    무인도에 가져 갈 책으로 좋았던 책이 아닌 읽어야지 하고 안 읽었던 책을 꼽는 소설가,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FBI요원과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유유자적 소설가, 사연 있는 범죄에 관심이 많은 소설가, 잠 못 이루는 이들의 꿈결을 보듬는 심야시간 라디오 작가지만 정작 아침형 인간이고, 여려 보이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난 극단과 극단을 넘나드는 미궁의 육식식물 소설가가 바로 조수경 소설가다.
    그런 미궁의 소설가의 작품은 2호선 순환선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수경 소설가의 소개를 들을 때만 해도 작품 역시 범죄에 대한 작품이거나 조금은 특이한 작품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순환선은 순환한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소개가 끝나고 인천과 서울에서 온 여고생들로 이루어진 사전 독자 감상단이 준비해 온 내용을 보았다. 아무래도 같은 여고생이라 그런지 듣는 내내 딱히 지루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 다음 순서로 파릇,빠릇 문학콘서트의 꽃이라고 불리는 낭독공연을 보았다. 공연은 몇 장의 사진과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진행되었는데 보는 것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혹시라도 졸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런 걱정 역시 가뿐하게 사라져 버렸다.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고는 물론 말할 수 없겠지만, 생각보다 목소리가 주는 울림과 감동은 컸다. 딱 하나 아쉬웠던 점은 있었다. 작품을 먼저 읽었다면 훨씬 공감하기도 쉬웠을 텐데, 하는 생각이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조수경 소설가를 고수라고 칭하는 다른 소설가께서 조수경 소설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신춘문예를 준비하면서 다른 당선작들은 ‘나도 이만큼은 쓸 수 있다’라고 생각했지만 유독 조수경 소설가의 ‘젤리피시’(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만큼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집에 와서 다른 여러 작품들을 읽어보면서 나 역시 ‘너무 잘 써서 짜증난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다.
    그리고 사전 독자 감상단이 조수경 소설가의 차기작 도입부에 이어 쓴 글을 발표했다. 차기작은 나쁜 짓을 할 때마다 같은 꿈을 꾸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단 한 문단의 이야기였을 뿐이었는데 금방 글 속으로 빠져들었다. 조수경 소설가에게 매달려 조금만 더 써달라고 애원하고 싶을 만큼. 글이 매력적이었던 만큼 학생들이 써온 이야기도 매력적이었다. 백일장을 나가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같은 주제, 같은 문장으로도 수없이 다른 글이 나온다는 게 문학의 매력인 것 같다. 이어진 퀴즈에서는 2호선을 주제로 소설을 썼지만 정작 2호선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놓치면 후회할 작품을 소개해주셨다. 10년 만에 만난 연인이 자동차로 미국 서부의 사막을 여행하는 ‘오아시스’라는 이야기였다.(http://munhak.hani.co.kr 에서 전문과 소설가의 다른 작품도 볼 수 있다.)
    조수경 소설가는 마지막으로 내 작품을 쉽게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조만간 출판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소설가의 이번 신작은 누구보다 먼저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창과 흉내 내지 마’ 국제지역학 전공 소설가 최지애

    1부가 끝나고 곧이어 최지애 소설가를 모시고 2부가 시작되었다. 무대로 올라온 소설가를 보자마자 ‘아니 대체 소설을 쓰려면 얼굴도 예뻐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2부의 시작은 선정작 ‘팩토리걸’의 한 문단을 낭독하면서 시작됐다. 조금은 지루하던 참에 최지애 소설가의 지인께서 들고 오신 플래카드 덕에 한 번 웃고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분위기도 한결 밝아졌다. 그리고 소설가의 소개가 이어졌는데, 자주 입는 컬러 스타킹 패션처럼 톡톡 튀는 최지애 소설가는 국제지역학과를 전공하다가 늦게 문예창작과를 복수 전공을 했다고 한다. 지도교수에게 ‘문창과 흉내 내지 마, 귀하의 경쟁력은 그게 아니야’라는 꾸중을 듣고서 지금의 글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팩토리걸’의 낭독공연은 앞의 공연과는 다르게 유쾌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아무래도 주된 내용이 회사와 어른들의 연애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세 분의 배우가 말로만 풀어낸 ‘팩토리걸’은 충분히 재밌었다. 그리고 직접 오진 못했지만 통영과 서울의 독서회 모임 회원들이 사전 독자 감상단으로 참여해 주었다. 역시 여고생과 어머니는 다르다고 한 설문 조사의 돌직구가 너무 웃겼다. 그리고 내가 이번 행사에서 제일 많이 웃었던 부분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최지애 소설가의 차기작 이어쓰기라고 말할 것 같다. 우리나라 드라마처럼 기승전‘사랑’인 내용이 많았는데 화면을 읽는 내내 ‘실장님은 어디 가서 안 나오나’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팩토리걸’의 대표에게 무슨 복수를 하겠냐는 질문에도 ‘왕 눈곱 낀 얼굴 모른 척하기’ ‘커피 건네주는 척하며 옷 위에 엎지르기’ ‘스타킹 올 나간 거 말 안 해 주기’ 등 재밌는 답변이 많이 나와 지루할 수가 없었다. O,X 퀴즈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다 보니 금방 시간이 가버렸다. 마무리는 최지애 소설가의 이동하 소설가의 ‘우울한 귀향’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한 구절을 낭독하며 끝이 났다.

   
    “자잘한 인식의 순간을 붙잡아 두라. 그리고 기록하라. 원고지 위에 영원히 남겨두라. 그것이 비록 끝없는 인류의 역사일지라도.”
    3시간 동안 정신없이 진행된 문학 콘서트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특히 강연 같은 경우에는 관객들이 참여하는 건 질문 정도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함께하는 점이 좋았다. 한 가지 불편함을 뽑으라면 나는 다리가 짧아서 바닥에 발이 안 닿는 불상사가 일어났는데 그래서 의자가 너무 불편했다. 이 외에는 분위기도, 내용도 알차서 다음에도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행사가 늦게 끝나 뒤풀이를 뒤로 하고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진주에 도착하니 이미 날짜가 바뀌어 있었다. 밤이 깊었는데도 더운 바람과 매미 소리에 행사에 취해 있느라 잠깐 잊고 있었던 여름을 다시 느꼈다.

 

 

◆ 필자소개 / 강나은

– (작은 여자아이였던 내가 작은 여자어른이 되기 위한 길목에 서 있다)

 

   《문장웹진 11월호》

 

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