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 참관기] 우리가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면 하루를 견딜 수 있을까

 

[ 웹진 기획소설 낭독회 참관기 ]

 

 

우리가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면 하루를 견딜 수 있을까

― 기획소설-HOTEL 소설가 서진 편

 

 

 

문학특!기자단 전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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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이 끝나고 재수생활에도 약간 공백의 시간이 생겼다. 글틴 기자단을 맡고 있는 미지 누나에게 연락을 했다. 덕분에 서진 소설가의 낭독이 있다는 걸, 불과 행사 시작 몇 시간 전에 알게 되었다. 사실 서진 소설가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웹진으로 몇 편의 시를 읽어볼 기회가 있던 최지인 시인이 진행하는 작가 콘서트이며, 이전에 기사를 통해 작가 레지던스 행사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 호텔 프린스에서 행사가 진행된다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 두 가지만으로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나는 가보겠다, 라고 말한 뒤 ‘작가 콘서트’인데 어떤 작가가 오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은 채 인천에서 명동으로 곧장 향했다.
    행사는 일곱 시에 시작한다고 했지만 내가 도착한 건 네 시 무렵이었다. 일찍 도착해 도움을 줄 게 있는지 최지인 시인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섯 시가 좀 넘어 와달라는 답장이 왔다. 막상 도착해도 영상을 틀기 위해 노트북을 빌려주는 거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나는 행사 장소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벽면에 붙은 행사 일정을 확인하고서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호텔 프린스가 공동 주관하는 릴레이 소설 낭독회라는 걸 알았다. 마침 초대 작가인 서진 소설가와 그의 아내인 강선제 화가가 도착한 참이었다. 일정표를 보니 대담회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어 있었다. 다른 작가 콘서트에 비해 눈에 띄는 점은 독자와 작가의 소통을 시도하기보다 작가와 작품을 온전히 독자에게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었다.
    일곱 시가 되자 서장으로 마련된 서진 시인의 피아노 연주 영상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최지인 시인의 간단한 소개 멘트가 이어졌다. 서진 작가는 서서히 근황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부부가 현재 작가 레지던스의 일환으로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서울에 오고 싶었지만 제주도에 가니 다닐 만한 곳도 많고 집필하는 데 집중이 되어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여러 이야기가 오고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어른인 척할 뿐 사춘기’라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공대 박사 학위를 준비하다 글을 쓴다고도 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그걸 당당히 말하는 태도가 참 자기 글을 믿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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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낭독자들을 통해 서진 소설가의 작품인 <해피아워>의 낭독이 이어졌다. <해피아워>의 내용은 아내를 찾아 헤매던 남자가 아내와 관련된 단서를 찾아 하와이에 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남자는 하와이에서 한 남자를 만나 맥주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해피아워 타임에 맞춰 술집에 가고,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아내를 찾는 중 평범히 여기던 아내의 삶에도 아내라는 주체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거기서 남자가 점점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의 하와이를 보는 인식에서 사람이 사는 하와이의 모습으로 인식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진 소설가의 말인지 내 생각인지 모르지만 메모 가운데 ‘파라다이스의 감옥’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나는 지금도 가보지 못한 곳들이나 (이를테면 페루나 산티아고 같은) 어떤 삶들이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 거란 낭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지닌 낭만성이 거기 사는 이름 모를 그들에게는 일상의 삶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자 왠지 모를 허탈한 감정이 들었다. 더는 유토피아를 기대해선 안 될 것 같았다. 굳이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내가 지내는 공동체,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 원활하고 화기애애하게 이어져 나가는 그런 세계마저도 착각은 아닐까 싶은. 만약 우리가 우리의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면, 그걸 인지한다면 온전한 마음으로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낭독회 이후로는 대담회가 이어졌다. 서진 소설가는 답답할 때 자주 여행을 간다고 말했다. 이번 <해피아워>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쓰였고, 서진 소설가의 작품이나 말에서 종종 캘리포니아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소설가의 자유로운 성격 탓인지 그의 아내인 강선제 화가는 ‘작가는 이기적이며 이기적이기에 작가가 된다’는 말을 농처럼 던졌다. 서진 소설가는 돈도 벌고 밥도 한다며 나름 좋은 남편의 역할을 한다고 웃으며 반박했다. 저런 유쾌한 대처를 보자니 <해피아워>에 나오는 하와이에 사는 능글맞은 남자가 서진 소설가를 닮았다 싶었다. 유쾌한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부가 번갈아가며 문화잡지 <보일라>에서 활동할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글과 그림을 조화할 수 있는 전시를 부산센터에서 연 적이 있다며,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렇게 대화가 오가고 나서 행사가 끝이 났다. 다시 서진 소설가의 연주가 끝을 장식했다. 그리고 작가 분들과 함께 간단히 저녁을 같이 했다. 유쾌하고 참 인간적인 작가 콘서트를 볼 수 있어 좋은 시간. 딱 이 정도의 유토피아라면 하루를 견디기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틴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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