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참관기] 두번째이자 마지막 '나는 왜'

 

[나는 왜, 이제니 시인 편 참관기]

 

 

두 번째이자 마지막 ‘나는 왜’

 

 

 

글틴기자 : 송근직
(필자소개/한숨을 먹고 사는 고양이들의 거처를 알아요)

 

 

 

    지난달 윤이형 작가를 놓치고 후회가 컸다. 이번 ‘나는 왜’(2015년 10월 22일 목요일 오후 7시, 아르코미술관)의 초대 작가는 이제니 시인 님. 놓치고 싶지 않았다. 평일에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일을 끝내고 행사에 참여하는 데에는 넉넉했지만 다음 날 출근이 걱정이었다. 나의 낮 동안의 반 백수 생활을 떠올렸다. 피곤해지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했다.
    서울에는 꽤 이른 시각에 도착했다. 나는 여유 시간 동안 센트럴시티 지하에 있는 B서점에 들렀다. 서점 규모가 커서 원하는 만화책을 구할 수 있었다. 꽤 오래 전부터 모아야지 하고 생각했기에 곧바로 구매했다. 흡족한 기분의 가격으로는 나름 저렴했다. 나는 가방에 책들을 넣고 지하철을 탔다. 퇴근 시간대라 역시 사람이 붐볐다. 난 주머니가 유난히 많은 가방을 품속에 꼭 안고 지켰다.
    대학로에 도착하고도 1시간이 남았다. 나는 마로니에 공원 야외 공연장 앞에 앉았다. 마침 공연을 하고 있었다. 가방에서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를 꺼냈다. 시에 눈을 뒀다가, 사람들을 쳐다봤다가, 노래를 들었다. 기억은 휘발해도 분위기는 남는다. 나는 그날의 분위기를 아직 잊지 못한다. 서울로 오고 싶다는 욕심이 더 생겼다.
    나름 알차게 시간을 메웠다. 그러고 나서 나는 ‘나는 왜’ 행사 장소로 향했다. 자리에는 이미 이제니 시인님께서 와 계셨다. 시집에 사인을 받았다. 지금껏 받은 사인 중에 가장 예쁜 글씨였다. 보너스로 이제니 시인님의 쌍둥이 언니 분이 그리신 엽서도 받았다.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편의점에 출근해야 했기에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데 걱정이 꽤 많았다. 하지만 시인님의 사인 한 장으로 충분히 걱정이 사라졌다. (다음 날 5분 정도 지각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제니 시인님의 시에 담긴 무의미, 말놀이. 시인의 언어로 직접 들으니 더욱 흥미가 갔다. 나는 소설로 습작을 하지만 종종 시를 쓰기도 한다. 활자가 예쁘게 진열되고, 밸런스가 훌륭하면 시가 더 예뻐 보인다. 읽기에도 좋다. 이영주 시인님의 말씀, “읽는 데 실패하지 않는 시”를 쓸 때 나는 이제니 시인님이 롤 모델이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 시집에 직접 활자로 그리는 그림. 그 차이에 대해 골몰하게 생각했다.
    행사 중간 나에게 이제니 시인님의 시를 낭송할 기회가 생겼다. 이영주 시인님께 지목된 것이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골랐다. ‘빛으로 걸어가 빛이 되었다’였다. 나는 좀처럼 바다를 보기 힘든 곳에 산다. 그래서 시에 바다가 나오는 게 좋았고, 내 감성에 알맞았고, 활자의 모양이 부드러워 보였다. 낭송하기 전까지 꽤 긴장해 있었는데, 이영주 시인님께 걸렸다. 이제니 시인님 앞에서의 낭송이라 조심스러웠다. 겨우 낭송을 끝마쳤다. 예쁜 시니만큼 역시 읽는 데 실패하지 않았다. 이영주 시인님께서 짝사랑하고 있는 소년의 감성 같다고 해주셨다. 지금 나의 처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
     ‘나는 왜’는 재미있었다. 하루 전부터 거제도에서 올라와주신 이제니 시인님께 감사했다. 오히려 이제니 시인님께서는 청주에서 올라온 나를 신경 써 주셨다.
    뒤풀이 장소는 이번에도 ‘똥고집’. 일부러 저녁도 거르고 왔다. 나는 이제니 시인님의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 같은 테이블에는 대학원생 한 명이랑 시를 습작하는 동생 한 명이 있었다.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조금 어색했지만 상관없었다. 맛있는 음식이 있고, 맥주가 있고, 대화가 있었다. 관심분야가 같으니 통일된 주제도 꽤 나왔다. 도중에 이제니 시인님께서 내 이름을 적어가셨다. 분발해서 등단해야겠다, 다짐했다. 작가 대 작가로서 이제니 시인님을 다시 뵙는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피곤했지만 전혀 힘든 하루로 느껴지지 않았다. 감성이 충만해진 상태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잠들었다. 어느 때보다도 아늑하게.

 

 

   《글틴웹진》

 

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