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사서함

음성 사서함

 

1.
삐-
외롭게 다리 위에 선
처절한 이들의 귀에 울리는
이명이자, 심장이 멎는 소리이다

 

목소리에 고독이 가득 묻어난다
고독 말곤 더 남을 것이 없었다

 

공중전화 속에서 써내린
소리 없는 절규, 그들의 유서는
아무도 들을 이가 없다

 

2.
그 목소리 또한
살아 있을 때가 있었다

 

그 목소리 또한
누군가를 사모해,
또는 꿈과 행복에 젖어
격렬히 꿈틀댈 때가 있었다

 

3.
미수취 메시지
끝끝내 그 손은 잡히지 못하고
목소리는 찰나의 필름 속에
단 구십 일간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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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바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때 신호음의 끝에는 음성 안내가 나오고 삐 소리를 듣기도 하죠. 요즘은 아무도 음성 메시지를 남기지 않아 저는 음성 사서함을 이용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 시는 '목소리'의 정체가 분명해질 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시적 정황을 보면 목소리의 주인공은 '외롭게 다리 위에 선/처절한 이들'이나 '그들의 유서'에서 유추할 수 있듯 누군가 죽기 전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남긴 음성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들'이 나오므로 불특정한 누군가가 여럿이라는 게 광범위해서 3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마저 희석되는 느낌입니다. 문학에서 인물의 전형이 있듯 한 인물에 집중했다면 더 확장력이 생길 듯 해요. 물론 시적화자(보이지 않는 화자)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면 더더욱 울림이 있는 시가…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