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스탄.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다. 나이는 정말 많다. 별들이 생겼을 때 나 또한 함께 태어났으니까(그래서인지 나는 별들을 관리하는 것에 흥미를 붙이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 외형은 여전히 소년일 뿐 전혀 늙지 않는다. 이유는 잘 모른다. 내 하루를 보면 내가 과로사로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하겠다.

일단 나는 낮에 자고 밤에 일을 시작한다. 하늘이 까맣게 물들어 갈 때쯤 깨어나 별들을

관리한다. 별들이 땅에 가까워지진 않았는지부터 살펴본다. 물론 수명이 다한 녀석들은 별똥별로 바꿔서 땅에 버리긴 하지만 수명이 다하지 않은 녀석들은 자칫하다가는 땅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징계를 먹고 뒷수습을 내가 해야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요즘에는 별들을 만드는 은하수에게 문제가 생겨서 더 이상 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남은 별들을 최대한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게 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의 시간들을 잡아먹는다. 남은 시간들은 더러워져서 빛을 내지 않는 별들을 씻겨주거나 별들에게 온 편지를 처리하는 것으로 쓰인다. 대부분의 편지는 수명이 다한 별똥별에게 가지만 가끔씩 별자리들에게 오기도 한다. 요즘 따라 오리온 자리에게 펜 레터 같은 게 많이 온다. 도대체 점과 선으로 이어진 모양새의 녀석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 많이 보내는지…안 그래도 거들먹거려서 보기가 껄끄러운 녀석인데 계속 자신의 펜 레터를 가지고 내 사무실로 찾아온다. 그것도 정말 있는대로 거드름을 피우며 찾아온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오는 펜 레터를 처리해 달라고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책상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오리온 녀석을 튕겨 내보낸다. 그리고는 그 편지를 기계 속에 넣어서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그렇게 쌓인 편지 조각들이 벌써 기게 하나를 다 채우면 나는 땅으로 떨어지는 별똥별들에게 넣어준다. 땅에서 보면 별똥별이 하얗게 보이는 이유도 다 편지 조각들이 하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 녀석의 편지를 별똥별에게 처리하라고 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내 사무실에 쌓여가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어서 그렇게라도 처리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꽉꽉 채워나가고 있었다.

 

평소처럼 어두워진 느낌에 눈을 떴다. 밤하늘의 길을 걸으며 별들을 살펴봤다. 오늘은 왠일인지 대부분의 별들이 제자리였다. 딱 한 놈만 빼고

 

“얌마 오리온. 네 자리 여기 아니다”

 

처녀자리에게 찝쩍대고 있는 오리온의 머리를 서류로 있는 힘껏 탁 내리치고 손짓으로 오리온의 자리를 가리켰다. 한 대 맞은 오리온은 아프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별들의 관리자인 나의 명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결국 오리온은 자기 자리로 꾸역꾸역 걸어가더니 잔뜩 심술이 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나는 오리온에게 눈빛으로 경고를 주고 내 사무실로 왔다. 내 사무실에는 깔끔하게 접혀 있는 파란색 편지가 보였다. 나는 그 편지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TO.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담당자에게

안녕? 나는 잭이야. 내가 잠이 안 와서 엄마 몰래 침대를 나와서 창문으로 밤하늘을 바라봤을 때 네 모습이 보였어. 너무 멀어서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별들을 하나하나 땅에서 올리고 있는 너의 모습은 정말 신비했어. 하지만 아쉽게도 너는 더 멀어져 가면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 다음날 밤. 내 망원경으로 다시 밤하늘을 관찰했지만 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어. 그 때문에 아쉬운 마음으로 이 편지를 쓰고 있어. 제발 내 편지를 읽고 다시 한번 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 줄 수 있겠니?

From. 잭]

 

맙소사! 모든 사람들이 자고 있는 사이에 일하는 내 모습을 본 아이가 있다니……보통 내가 본 땅의 모습은 대부분 자거나 아니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아이길래 한밤중에 깨어나 밤하늘을 바라본단 말인가? 아니 그것보다 내가 활동하는 영역이 굉장히 광범위한데 그 광범위 속에서 일하는 나를 발견한 그 아이의 타이밍이 참 신기하다. 그렇게 신기한 와중에 내 마음은 쿵쿵 뛰고 있었다. 왜냐하면 가끔씩 별자리들에게나 편지가 오지 나에게는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풀밭에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을 뿐만 아니라 워낙 거리가 멀기에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나를 수많은 별들 중 하나로 생각했을 뿐. 그래서 나는 이런 아이의 편지가 정말로 반가울 뿐이다. 나는 곧바로 그 편지를 컴퓨터에 넣고 그 아이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름은 잭. 나이는 7살. 출생국가는 미국 등등 다양한 데이터가 화면에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사무실에서 나와 하늘에 떠 있는 별들 중 가장 믿을만한 녀석인 북극성에게 내 임무를 하루동안 일임하고 땅으로 내려가서 그 아이의 창문을 살짝 두드렸다. 자고 있었던 아이는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서 나를 바라보았다. 초점 없는 몽롱한 눈빛에 점점 생기가 어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놀라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 아이는 잔뜩 흥분한 상태로 나에게 다가왔다.

 

“정…왔…말….네”

 

그 아이는 너무 흥분해서 말이 그만 꼬여버렸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 아이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아이와 나의 대화 코드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그렇게 나는 아침이 올 때까지 그 아이와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어느새 새벽이 찾아오고 조금씩 햇빛이 떠오를 쯤에야 우리 둘은 대화를 중단할 수 있었다. 그 아이를 침대에 눕혀주고 나는 내려왔을 때 사용했던 계단을 이용해 하늘 위로 올라가 잠이 들었다.

 

◇◇

[몇 년 후]

 

몇 년 후 내 생활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별들을 돌보느라 하루가 다 지나갔다면 요즘에는 땅에서 올라오는 이상한 연기를 걷어내느라 바빴다. 예전에는 밤에만 활동했다면 이제는 낮에도 연기를 걷어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연기와의 싸움에 내 몸은 점점 지쳐갔다. 다른 별자리들이 걱정할 정도로 내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갔다. 연기가 주는 안 좋은 영향과 그 동안의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연기를 걷는 일은 그만 둘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나를 볼 수 있도록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한때 정말 좋았었던 그 아이와의 우정을 겨우 힘들다는 이유 때문에 망쳐버릴 수는 없었다. 연기가 올라오면 올라올수록 나는 더욱 더 필사적으로 연기를 걷어냈다. 예전처럼 밤하늘의 별들이 잘 보이고 내 모습도 잘 보일 수 있도록….그렇게 필사적으로 연기를 걷어내고 있을 때쯤 처녀자리가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스탄”

 

“어? 처녀자리? 당신은 여기 있으면 안 돼요…당신의 자리는 저기”

 

“알아요….그런데 당신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이렇게 왔어요”

 

“내가요? 말도 안 돼요 겨우 이 정도 일로 힘들어서야 되겠어요?”

 

“당신은 낮에도 계속 연기를 걷어내고 있잖아요”

 

“저는 정말 괜찮아….”

 

순간 시야가 흐려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그만 연기가 들어있는 봉투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내가 꽉 묶지 않았는지 봉투는 금세 풀려 연기로 하늘이 가득했다. 이대로 가다간 저녁이 되도 다 못 끝낼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밤하늘의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내 의지와는 다르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연기를 빨리 걷어내야지만 맑은 밤하늘을 보여줄 수 있는데 내 몸은 연기를 걷어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스러져 버렸다. 깜짝 놀란 처녀자리가 나를 흔들었지만 나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몸이 점점 뻣뻣하게 굳어가더니 이제는 무슨 짓을 해 봐도 움직이지 않았다. 서서히 내 정신이 꺼져갔다. 그렇게 나는 그 아이에게 맑은 밤하늘을 보여주지 못한 채로 사라져 버렸다. 그 아이에게 전하고 싶다.

 

보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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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내가 본 땅의 모습은 대부분 자거나 아니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 "보통 내가 본 땅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거나 아니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 '땅'이 자거나 일하는 것일 수는 없습니다. 글은 말이 아니라서 정확하고 분명하게 쓸 필요가 있습니다. * sdo님은 정말 상상력이 풍부하신 것 같아요. 지난 번 소설도 그랬고 이번 소설도 그런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이런 상상력과 더불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흔히 우리가 소설의 구성요소라고 부르는 '인물, 사건, 배경'이 필요한 거죠. 이 작품의 인물은 스탄이라 불리우는 별 관리자죠. 그 별 관리자가 잭이라 불리우는 소년을 만난게 사건의 거의 전부인 셈인데 그 사건이…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