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새벽

완연한 새벽

 

칸칸이 나누어진 검은색의 건물 중 한 칸만 하얗다
여름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일요일을 기념하려 한다

커다란 적막이 이색적인 자정
고요를 깨는 주차장 경보음 소리
그 소리를 덮는 과거의 기억들
지난해 이 날에도 나는 깨어 있었을 것이다
도시 노동자들의 가난한 사랑 노래와
돌 같은 별에 허둥대며 써내려간 비망록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지

바깥에서 들리는 빗소리를 이어폰으로 막으며 밤을 새던 지난 날들
돌이켜 보면 다 부질없는 짓이더라
노력만큼 나오지 않는 점수에 애써 자기 위안을 하고
어차피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
이제 슬슬 눈 붙일 때 되지 않았나 싶다가도
가능성이라는 것은 언제나 있는 법이니까

어느새 창밖은 보랏빛
완연한 새벽이다
여름으로 가게 된 걸 축하해
이제 눈 붙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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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바람김줄 Recent comment authors
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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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줄

'여름으로 가게 된 걸 축하해' 이 부분이 저는 마음에 들어요! 글 잘읽었습니다:)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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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바람

오랜만에 시를 발표했군요. 새벽의 정서와 분위기처럼 차분한 어조가 느껴집니다. 시적화자에게 뭔가 특별한 날 같기도 한데요. '지난해 이날에도 나는 깨어 있었을 것'이라고 하니까요. '도시 노동자들의 가난한 사랑 노래(신경림 시가 떠오르네요)'와 돌 같은 별에 써내려간 비망록, 노력만큼 나오지 않는 점수, 정해진 운명, 가능성 등등. 뭔가를 암시하는 듯지만 제목처럼 정황이 완연하지 않습니다. 한 칸만 하얗다는 것, 여름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일요일을 기념한다는 것도 모호하고, 여름으로 가게 된 걸 축하하는 것도요. '이제 눈 붙일 수 있길'은 밤샘을 한 화자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같은데 어떤 대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좀 더 정황을 명확히 보여준다면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듯해요. 더 퇴고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