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일기장

 

내 낡은 서랍 속 때 묻은 일기장 안

묻혔던 과거들을 이제야 꺼내 본다

지금은 찾아볼 수조차 없는 그때의 나는

아무리 모진 바람 내 뺨을 때린대도

태풍이 내 전부를 가져가 버린대도

나의 몸 그것 하나면 언제든지 일어서리라

언젠가 먼 훗날에 꿈꾸던 그 곳 도착하면

지금껏 바라 왔던 황홀경에 빠지리라 믿었던 나는 어디로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어느새 색이 바랜 때 묻은 일기장 안

먼지를 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지금의 나는

내 몸마저 잃어버렸나

툭 하고 떨어진 눈물이

누런 표지를 씻는다면

나도 다시 깨끗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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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바람마약김줄 Recent comment authors
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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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줄

왜인지 화자가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엔 의욕이 없고 상실감에 빠진 듯해요. 저는 그 모습이 저와 몹시 닮은 것같은 느낌이 들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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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바람

저도 종종 일기장을 봅니다. 이십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상당히 다르고 그때의 모습이 새삼스럽거나 낯설기도 하죠. 시적화자가 '낡은 서랍 속 때 묻은 일기장'이라 합니다. 근데 서랍이 낡았다는 것, 때가 묻었다는 것이 과거의 시점을 말해주지만 시간성이 애매합니다. 제 일기장은 수십년이 지났지만 자주 만지지 않아서 때가 묻지 않았습니다. 낡고, 때 묻었다는 말은 늘 사용했거나 만졌다는 게 아닐까요. 화자는 묻혀있던 과거를 이제야 꺼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펼쳐보지 않았던 일기장을 꺼낸 셈이죠. 색이 바랬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니까요. 생각해봐야 할 것은 사실과 다르게 상상을 보태서 시를 쓰는 게 아닌가 입니다. 또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어떻게 다르고 '지금의 나는/내 몸마저 잃어버렸나'…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