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월장원

수필은 우리 삶과 맞닿아있는 매력 넘치는 장르예요.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느끼고 생각한 것에서 이야기가 나옵니다. 수필란에 올라오는 글은 여러분 자신의 실제 경험을 나누는 것이기에 소중합니다. 그 글이 허구라면 아무리 진짜처럼 잘 묘사되었다고 해도 수필이 될 수 없어요. 장르가 다릅니다.

그렇다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경직되진 마세요. 실제 있었던 일을 글감으로 한다고 해도, 우리는 일어난 모든 일을 순서대로 나열하지는 않아요. 늘어지거나 반복되는 장면을 자르고, 불필요한 조연을 삭제하고,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압축해 이야기의 밀도를 높입니다. 잘 기억나지 않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장면화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을 담은 글이라도 그 안에 어느 정도의 허구가 섞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몹쓸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스스로에 유리하게 기억을 변형하고 왜곡하고 포장해요. 그러니 ‘있는 그대로’ 글을 쓰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글을 쓸 때 소설적 기법을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해 글을 쓰면 좋겠어요. 진짜 중요한 건 개인적 경험의 재현이 아니라, 개인적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을 진실하게 드러내는 일입니다.

글틴 벗님들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수필, 기다리고 있습니다.

7월 월장원은 김 윤 님의 <천성 글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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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님, <몇 달 전 이야기>

교회에서 ‘김화영’이란 이름을 본 뒤에 벌어진 유쾌한 에피소드를 잘 써주었어요. 첫 문장에서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더니만,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전개 덕에 신나게 웃었습니다. 아니라는 확인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믿고 싶은 마음을 재치 있게 드러내어 끝에서 한 번 더 작은 웃음을 주네요. 글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발랄하게 잘 끌어갔어요.

화자의 마음이 팔랑이며 공상이 뭉게뭉게 부풀어 오르는 장면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 공상이 더 과장되게, 더 발랄하게 뻗어 나갔다면 글의 볼륨도 커지고 재미도 커졌을 겁니다.

 

 

양민정 님, <난 여전히 모험심 가득한 아이이다>

8살 때 처음 모험을 하게 된 사연이 담긴 글입니다. 어린 나이에 길을 잃고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지금껏 생생히 기억날 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분명합니다. 이 경험이 독자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가도록 하려면 조금 더 보충이 필요합니다. 아주머니, 엄마, 아빠의 행동묘사 사이사이에 그 상황에서 화자가 느꼈던 공포와 불안, 두려움과 안도, 기쁨 등의 감정을 더 충실히 묘사해주세요. 1인칭 화자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돕습니다.

제목과 첫 문장은 17살인 현재 화자가 모험심 가득한 특별한 여고생이고, 지금껏 여러 모험을 해왔단 걸 드러냅니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8살 때의 모험 이야기만이 나오고 있어요. 본문의 내용에 맞게 제목과 첫 문장을 바꾸거나, 제목에 맞게 17살 화자의 특별한 내적 혹은 외적 모험담을 뒤에 붙여주면 좋겠습니다.

 

 

YP제국 님, <검은 집>

피아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가 배우는 악기에 대해 이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특히 뒷부분이 좋아요. 그리운 날, 우울한 날, 힘든 날 언제나 위로가 되는 피아노! 이 부분이 매력적인 만큼 구체적으로 써주면 좋겠어요. 어떤 노래를 어떤 주법으로 쳤는지, 그럴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등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정리해주세요. 무엇을 빼고 무엇을 강조해야 주제가 더 선명해지는지 생각해보세요. 자세히 쓸 필요 없는 부분은 간결하게 넘기고 중요한 장면은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독자들이 더 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어요. 예로 첫 문장부터 여섯 번째 문장 사이에 들어있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기억에 이 글의 끝부분에 나오는 문장을 더해 다음처럼 바꿔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그때 나는 피아노를 치기보다 친구들과 장난치느라 더 바빴다. 그렇지만 피아노도 좋아했다. 하루는 친구들과 놀다 피아노실 문에 손이 끼었다. 하필 네 번째 손가락이었다. 선생님이 약을 발라주며 물으셨다.

“오늘 하농은 네 번째 손가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연습 쉴래?”

“할래요.”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음표 하나하나가 손끝에서 흐르는 느낌이 좋았다.

 

윗글은 똑같은 내용도 여러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입니다. 자기만의 목소리, 자기만의 스타일로 글을 다듬어주세요. 좋은 글은 부단한 퇴고에서 나옵니다.

 

 

바못 님, <슬럼프와 쿠키>

글쓰기와 쿠키를 연결한 글, 인상 깊게 읽었어요. ‘나의 글이 초콜릿을 너무 많이 넣은 쿠키 같다’는 표현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초콜릿을 넣은 쿠키의 묘미에 대한 얘기가 좋아요. ‘바삭하고 달콤하며 고소한, 우유를 곁들이면 더욱 완벽해지는 쿠키 같은 글’이란 표현에 침이 고여요. 미각을 자극하는 글입니다.

나는 ‘열심히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화자가 게으른 사람일 리 없다고 생각해요. 수필의 글감은 언제나 가까이 있어요. 나와 내 가족, 내 친구, 자꾸 떠오르는 기억, 자주 다니는 장소, 현재의 고민 등 나에게 크고 작은 의미가 되는 것 모두가 글감이 돼요. 수제 쿠키도 좋은 글감이에요. 수제 쿠키 만들기를 도와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글에 수제 쿠키 만들기를 도와봤기에 알 수 있는 지식을 풍성히 담아 주세요. 쿠키를 만들 때 느끼는 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을 풍부하게 묘사해 주세요. 이것들을 글쓰기의 기쁨, 어려움 등과 연결해 주세요.

바못 님, 자신감을 가지세요. 우리는 모두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사람이고, 모두 자신의 깜냥대로 글을 써요. 그렇게 태어난 글들은 완벽하지 않아요.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을 뿐이에요. 그 개성이 너무 매력적이라 완벽한 듯 보이는 거죠. (사실 훌륭한 작가의 글도 초고는 대개 엉성하고 허점투성이예요. 그 안을 채우고, 비우고, 다듬어 멋진 글이 나와요.)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요.

 

모로 님, <기록사랑 백일장에 다녀오다>

백일장에 갔다 돌아오는 버스를 타기까지의 일을 담은 글입니다. 수필처럼 길지 않은 글은 주제를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주제가 보이지 않으면 그 글은 매력을 잃어요. 화자가 꿈을 이루기 위해 백일장에 갔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써주세요. 김윤아의 <꿈>에 대해 말한 뒤, 그녀의 목소리에 대한 칭찬으로 마무리하면 독자는 어리둥절해 합니다. 화자가 굳이 <꿈>의 가사를 적은 것은, 그 가사가 화자의 내면을 건드렸기 때문일 겁니다. 좋은 가수라는 말로 넘길 게 아니라 이 노래를 매개로 때로 짐이 되고 때로 굴레가 되는 꿈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그런데 버스로 이동했고, 음악을 들었고, 아이를 만났고, 글을 썼고, 다시 버스를 탔다고 그 날의 일을 나열하기만 해서는 주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합니다. 꿈(혹은 이 글에 담고 싶었던 주제)과 연결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장면은 충분히 보여주고, 별 의미 없는 상황은 덜어내거나 축약해주세요.

김 윤 님, <천성 글쟁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줄곧 소설을 사랑하고 써온 김 윤 님의 모습이 오롯이 들어 있어요. 반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 목소리로 소설을 읽히는 수모를 당했던 때, 캠프 마지막 날 새벽에 화장지 불빛에 의존해 화장지에 소설을 썼던 때에 대한 이야기가 확 다가와요. 대화나 행동묘사를 넣어 이 부분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도 괜찮을 듯해요. 독자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얻게 될 겁니다.

글이 단정해요. 문장력은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기본을 갖추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어요. 문장을 깨끗이 쓰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온 듯해 반갑습니다. 좋은 문장을 갖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주세요. ‘것’의 사용을 줄이고, 필요 없는 단어를 줄여 간결하게 표현하세요. 문장이 정확한지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예로 ‘억지로나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숙제 뿐’이란 표현은 ‘숙제할 때 억지로나마 손가락을 움직일 뿐’으로 바꾸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자의적으로 나서 글을 써본 것이 언젠지 사실 가늠이 가지 않는다.’는 ‘스스로 글을 쓴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라고 바꿔도 될 듯합니다.

글이 잘 안 써진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글쓰기 실력은 꾸준히 늘지 않아요. 불쑥 늘어났다가 정체기를 거쳤다가 불쑥 늘어나기를 반복합니다. 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계속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정체기는 다음으로 나아가는 디딤판이 됩니다.

이 글을 7월의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김수수 님, <민들레>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민들레 김치를 통해 드러나는 글입니다. 락앤락에 밴 민들레 김치의 알싸한 냄새가 코끝에 감도는 듯해요. 민들레 김치의 상징성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에요. 짧은 글 안에 주제를 잘 담고 있어요. 결말도 인상적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문장입니다. 문장을 더 정확히 사용해주세요.

 

그 민들레 씨앗들은 파마한 것처럼 열매에 둥그렇게 박혀 있었다.

알싸한 맛과 톡, 톡 튀었다.

가스레인지 주변은 불보다 사람에 그을린 듯 내 피부색과 닮아 있었다.

 

위 문장을 다음처럼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민들레 씨앗들은 꽃대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알싸한 맛이 입안에서 톡톡 튀었다.

가스레인지 옆 그을린 벽은 내 피부색과 닮아 있었다.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고, 올바른 문장이 되도록 퇴고해주세요.

 

 

김수수 님, <한국작가회의 백일장에서 내가 시를 쓴 방식>

이 글은 수필이 아니라 시를 쓴 방식을 담고 있는 창작 노트네요. 한 줄 한 줄 따라가며 어떻게 시상을 떠올렸는지 짐작해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생각을 어떻게 잇고, 확장하고, 털어내고, 깎아냈는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하는 귀한 글입니다. 생활 속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창작 노트를 공개해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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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선생님 이번에도 수고하셨어요! 이번 달에는 우연히도 백일장에 관한 글이 두 편이나 올라왔네요 ㅎㅎ 김 윤님 축하드리고 다른 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