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지 못한 앵무새

협성독서왕 독후감대회를 포기했다. 쉽게 쓰여지리라 생각한 <앵무새 죽이기> 독후감이 그렇게 어려울 수 없었다. 책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였다. 전개는 너무나 평이했고 이전 세계 고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투성이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꼬마 니콜라> 같은 범작과 비슷한 용모를 띠지만, 그 반에 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학교 권위적인 교육 방식, 흑인 인종차별 등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사회 부조리적 요인들을 풍자했지만 그런 유의 매체가 너무나 많은 지금에 <앵무새 죽이기>는 단지 평범한 성장소설에 지나지 않았다. 중간중간 흐름이 늘어질 때도 있고 납득하기 힘든 대목도 있어 도통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자문해보았지만 나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통찰하기 어려웠고, 내가 착상한 것은 다른 이들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소설은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해석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주제와 장르를 뛰어넘어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독자가 예상한 대로만 흘러간다. <앵무새 죽이기>가 전달하는 교훈은 너무나 간접적이고 가시적이어서 오히려 독자가 상상을 펼치지 못하게 될 정도로 안이하다. 좋은 소설은 읽는 이마다 다른 사유를 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게 <앵무새 죽이기>는 그 어떤 난해한 소설보다 더 힘겹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결국 애써 짜낸 상상의 파편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컴퓨터 한구석에 남게 되었다. 내가 긍정하지 않는 작품의 독후감 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줄 새삼 깨닫고, 교훈을 얻어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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