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 클로버

[소설]

제목 : 네잎 클로버

지금은 아침 8시45분. 50분까지 가야하는 학교지만 나는 지금 집을 나왔다. 지름길로 가면 뛰어서 3분이 걸리지만 다른 길로 가게 된다면 7분이나 걸린다.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름길로 가야겠지만 지름길은 뭔가 가기 꺼림칙한 곳이다. 바로 ‘개 할머니’의 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집 앞으로 가본 적은 없지만 동네 어른들이나 친구들 말로는 그 할머니는 정신병을 앓고 있어서 집 앞 마당에 온갖 고물들을 쌓아두고 개를 목줄 없이 키우는가 하면 그 개의 오물도 제대로 치우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많다. 그래서일까 일부러 그 쪽으로는 가지 않으려 하고 혹시나 그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서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일쑤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길로 가지 않으면 지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뛰어가게 되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사람들의 말대로 고물이 쌓여있는 집이 나타났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도저히 그 집에서 눈을 땔래야 땔 수가 없었다. 넋을 놓고 보다보니 개가 인기척을 느껴서일까 개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개가 짖으니 할머니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나는 무서워서 다시 학교로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각은 하지 않았지만 수업시간 내내 그 집이 생각났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개 할머니’의 집이 생각나서 그 쪽으로 해서 집을 가기로 했다. 다시 와보니 집은 오랜 시간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표시가 났다. 먼지가 쌓인 초인종 녹슨 대문 겨우살이 풀이 가득한 담장. 마치 폐가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왈!왈!”

개가 또 인기척을 느꼈나보다. 나는 개 할머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도망을 갔다. 집에 도착해서 엄마에게 개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엄마는 인상을 쓰시더니 그 할머니는 아직도 고물을 쌓아두고 사시냐면서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 집 앞으로 가면 냄새가 난다면서 빨리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셨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저 할머니와 대화를 제대로 해본 동네 사람도 없다는 말을 덧붙이며 나에게 그 근처로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나는 문뜩 생각이 들었다. 혹시 개 할머니에게 무슨 사정이 있으신 건 아닐까. 마을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원래 개 할머니의 집 개가 밤마다 짖어서 마을 사람들이 화가 나긴 했지만 최근 들어 더 심해져서 마을 사람들이 벼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개 할머니의 개가 예민하긴 하다. 내가 잠깐 서있었다고 인기척을 느끼고 짖어대는 것을 보면. 개는 둘째 치고 쌓여있는 고물들의 정체는 무엇일지도 상당한 의문을 가지게 했다. 막 장롱, 자전거부터 시작해서 후라이팬, 토스트기계, 런닝머신 등 녹슬고 오래된 고물들이었다.

나는 매일 매일 개 할머니 집 앞으로 가서 정체를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먹은지 첫 째날 나는 개 할머니의 집 대문 옆에 있는 우편함을 살짝 보았다. 관리를 안하는 듯, 많은 우편물들이 쌓여있었다. 밀린 전기세를 내라는 우편부터 시작해서 출처를 모르고 받는 사람만 적혀있는 우편, 그러한 모든 우편들을 담고 있는 녹슨 우편함. 그 모든 것들이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살 것같이 보이지 않는 이 집에는 할머니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오랫동안 대문 앞에 서있어서 개가 인기척을 느끼고 짖어서 바로 집으로 향했다. 어떻게 하면 집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할머니를 직접 마주하기에는 마을 어른들이 겁을 줘서 무섭기도 했고 핑계거리도 없었다. 그렇게 매일 매일 할머니의 집 우편함을 확인하며 우편들이 사라지는 날을 기다렸다.

어느 날 우편함을 확인하니 우편들이 모두 사라져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할머니의 집을 항상 체크하고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을 돌이켜보니 머쓱해졌다. 할머니의 집 안으로 대문을 넘고 몰래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거진 겨우살이 때문에 쉽게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그렇게 점점 포기하는 듯 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학교에서 모둠 발표를 한다는 소식에 내심 기대를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모둠 발표 주제가 우리 동네에서 가장 특별한 곳을 조사하고 인터뷰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고는 도저히 할머니의 집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우리 모둠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집에 대해서 말해주고 그곳을 조사하고 인터뷰하자고 주장하였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들은 모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개 할머니의 댁으로 주제를 정하고 시간이 남아서 그 집의 자리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한 마을의 땅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검색되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검색하다 보니 의아한 게시물이 나타났다.

‘ XX동 125-4번지. 이곳의 땅값의 미스테리.’

XX동 125-4번지는 분명 개 할머니의 댁이었다. 허름해 보이기 짝이 없는 이 집의 땅값을 거론하여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이 게시물을 들여다봤다. 게시물을 들어가서 첫 줄을 읽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땅의 정체가 뭐길래 50억…….’

땅값이 이렇게나 비싼데 집은 왜 그렇게 허름할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50억이라면 훨씬 더 좋은 집에서도 사실 수 있을 테고 집도 뜯어 고쳐서 호화롭게 살아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할머니의 정체를 알려고 할수록 더 미궁 속에 빠지게 되고 그런 식이다. 우리는 빨리 할머니의 댁으로 찾아가서 정체를 물어보기로 하였다.

오후 5시. 우리는 정신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개 할머니 댁으로 뛰어갔다. 막상 도착해보니 다들 할머니를 부르기에는 무서워서 서로 눈치를 보는 중에 누군가가 제안을 했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노크를 하기로 했다. 기가 막히게도 내가 가위 바위 보에서 져버리고 노크를 하게 되었다.

“똑, 똑, 똑…”

역시 예민한 개는 짖어대기 시작했다. 노크를 한 지 10초가 지났을까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왔다. 대문에 있는 조그마한 구멍으로 얼굴에 주름이 많고 백발의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까칠하고 사람을 피하실 줄로만 알았던 할머니는 의외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우리는 그렇게 다함께 비밀로 가득한 개 할머니의 댁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쓰레기 더미 뒤로 집이 보였다. 그런데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문 밖에서 본모습과 대문을 열고 들어온 모습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을까. 할머니가 거주하고 계시는 공간은 굉장히 세련되고 빛이 나는 현대식 가옥이었다. 이렇게 좋은 집을 쓰레기 더미로 감춰놓다니 더욱 의문이 들었다. 할머니가 우리를 거실로 데려가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왜 이 곳에 왔니? ”

우리는 학교과제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고 그 게시물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시더니 입을 열고 말씀하셨다.

“사실 이 땅은 우리 아버지가 힘들게 사신 땅이어서 그렇단다.”

여태껏 몰랐는데 할머니의 댁의 땅은 비쌀 만도 했다. 얼마 전 우리 동네에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하필 지하철역 입구로 가장 적합한 장소가 개 할머니 댁이 있는 자리였는데 할머니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파시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동네에 들어올 예정이었던 지하철은 그 이유 때문에 취소되어 우리 동네 사람들이 할머니를 원망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우리가 할머니께 계속 마을 사람들과 소통도 안하면서 지내실 것이냐고 묻자 할머니가 가장 마음 편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그 땅을 파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을 거라면서 안 그래도 할머니의 아버지께는 죄송하지만 땅을 팔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셨다.

우리는 할머니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뭔가 허전한 마음으로 각자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개 할머니의 댁에 이삿짐센터의 트럭들이 2대나 와있었다. 나는 놀래서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친구들과 함께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는 땅이 바로 팔려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셨다면서 힘든 결정을 내리셨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우리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눠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 동네 사람들을 부르러 가려고 모퉁이를 도는 순간 동네 사람들이 모두 서 계셨다. 그 분들은 그래도 할머니가 그런 선택을 하셨으니 고마운 감정을 느꼈다면서 찾아 뵐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개 할머니 댁의 앞으로 가는 순간 할머니 댁 안에 쌓여있던 쓰레기들은 모두 사라지고 트럭들도 온대간대 없이 사라져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문을 열고 들어 가보았지만 할머니도 이미 떠나신 뒤였고 마당에는 쪽지가 하나 있었다.

‘그동안 미안했습니다, 여러분. 저는 이제 떠나겠습니다.’

쪽지 옆에는 조그마한 네잎클로버가 자라고 있었다.

 

작성일 : 2017년 8월 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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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재

* ~했지만, ~했다,의 구문 형태가 발단 부분의 거의 모든 문장에서 쓰이고 있어요. 퇴고를 하며 이런 건 다른 형태로 고쳐보는 연습을 해 보시길. * "할머니의 집 안으로 대문을 넘고 몰래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거진 겨우살이 때문에 쉽게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그렇게 점점 포기하는 듯 했다." : 포기하는 건 누구인가요? 짐작컨대 포기하는 주체는 화자인 '나'로 여겨집니다. ~듯하다,는 표현은 짐작이나 추측을 의미하죠. 그러므로 내가 포기하는 듯 하다,는 표현은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요? *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개 할머니는 왜 그토록 많은 고물을 모으고 있었던 걸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물론 소설에서 모든 상황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고물이 쌓인 집'은…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