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를 용서하는 일

어린 나는 조용한 악보 위에 얹혀진 채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노래 위에서 걸음마를 시작했다

얇은 동화책에 스며든 색색의 안개를 보며 자랐다

유리창 밖에는 빛나는 해 또는 빛나는 달

작은 눈으로 담은 아주 작은 세상의 모습들

 

시간은 지나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고

온몸에 달라붙은 살이 연약한 마음을 묶어 둔다

유리창 밖에는 검은 새벽 또는 검은 밤

나는 동 트기 직전에야 눈을 뜬 새끼 새 같다

악보의 흐름을 대충 읽어갈 수 있을 때쯤

되풀이되는 가사가 끝나기를 바라게 될 때쯤에

 

나는 어린 나를 용서한다

그 애가 잘못한 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애는 단지 보고 배운 대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오해는 그 애로부터 시작된 거니까

어리고 순진한 그 애를 질책하기보다는 그냥 이해해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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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바람

나를 이해한다는 것은 나를 알아간다는 말 같아요.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겠죠. '그 애가 잘못한 건 없을지도 모르지만' 시적화자가 어린 나를 용서한다고 합니다. '모든 오해'의 시발점이 되는 어린 화자겠죠. 저는 그 어린 화자가 어떤 오해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답니다. 악보의 노래가 끝나지 않고 도롤이표처럼 반복된다는 것은 계속 후회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무엇이 화자를 힘들게하는지 친절한 정보가 필요할 듯해요. 그리고 '시간은 지나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는 표현은 경구 같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표현을 빌려온 듯해요. 자기만의 표현, 진술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스스로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더 멋진 표현이 나올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