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쾅

단편소설

쾅쾅쾅쾅

 

“자네는 내 딸과 평생을 함께할 자신이 있나?”

이 질문에, ‘예 평생을 함께하겠습니다.’ 라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익을 위해 무모한 말을 필터 없이 던지고, 눈과 귀를 닫으며 모르는 척 지나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양심이 가슴을 사정없이, 평소와 다르게 빠르게 쳤다.

‘쾅`쾅`쾅`쾅’

그 속도는 어머니가 때리던 회초리와 같았다. 난 참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다.

난 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도 내 친구들은 내가 좋은 게 아니라 같이 놀 인원수가 부족했던 것이며, 나에게 친절하게 접근하는 모르는 동갑 녀석들은 내가 아니라 내 필통에 있던 것들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난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을 ‘빌려’주었다. 물론 그 물건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회사는 더 심각했다. 내 상사는 자신의 일을 몰래 해줄 충실한 애완견을 원했고, 나는 아주 적합한 대상이었나 보다. 언재나 야근을 해도 돌아오는 보너스는 없었다. 난 몰래 해야 했고, 내 쉬는 시간은 말이 쉬는 시간일 뿐, 다른 선배들의 일을 대신해주는 시간이었다.

나는 언제나 해달라는 일은 해주었으나 일을 맡긴 누군가 ‘할 만 하지?’라고 한다면 나는 ‘아니오’로 대답하는 진실한 청년이 될 작정이었다. 그리고 어떤 친구가 ‘내가 너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는 거 알지?’라고 했어도 ‘아니’라고 대답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어찌 그렇게도 잘 아는지 그런 질문을 한 친구를 난 본 적이 없다. 그러면 나는 인내심이 바닥나서 오히려 내가 먼저 ‘할 말 없어?’라고 물어봤다. 그 질문을 꺼낸 뒤 난 항상 내 질문이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나는 꿈에서도 준비하던 질문들을 내 미래 부인의 아버지께 들었고 지금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대답, ‘아니오.’라고 말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계획대로 말할 수 없었다. 지금 그 말을 한다면 나는 다시는 옆에 있는 여자를 볼 수가 없겠지.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술 한 모금 홀짝 마시고는 차를 몰다가 졸려서 앞차를 박았었다. 나는 경찰서 가서 너무나도 솔직하게 술을 한잔 마셨습니다. 졸려서 박았습니다. 라고 해서 벌금 2000만원이 더 늘었었다. 그 소릴 들은 아버지는 얼마나 기가 막혀 하시던지. 그때 이후로 난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나는 결국 미래의 장인어른에게 ‘예’라고 대답하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연이 있고 나서 나는 장인어른 집에서 빠져나와 여자 친구를 데려다 주고 한강에 갔다. 가서 술을 마셨다. 아버지 탓이라고 돌려봤지만 소용없었다. 언제나 이럴 때면 양심은 사정없이, 사정없이 나를 쳤다.

‘쾅`쾅`쾅`쾅’

나는 몇 분을 거기에서, 아니 몇 시간을 거기에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한강에 있을 때 확실히 기억나는 것이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나는 거기서 있던 내 모습이 처량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붕어빵 아저씨였다.

붕어빵 아저씨는 처음에 어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내 옆에서 말을 걸고 있었다.

“무슨 일 있셔?”

나는 소리 지르던 것을 멈추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자 붕어빵 아저씨가 웃다가 말했다.

“내가 즈기 붕어빵 정도는 줄 수 있는디? 먹어볼텨?”

나는 안주에 괜찮을 것 같아 물었다.

“얼마죠?”

“아이 이 사람아, 공짜라구. 하도 슬퍼 보이니 내가 줄게.”

“아닙니다. 저 돈 있습니다. 얼마죠?” “아, 돈 있어? 그럼 저기 저쪽에 아줌마가 붕어빵 파는데, 거기 가서 묵어.”

“왜요? 왜 굳이 돈 있으면 저쪽에서…….”

“허허, 저쪽이 더 맛있어.”

“혹시 친하세요? 뭐 아는 사람이라 던지.”

“아니, 내가 저쪽을 어떻게 알아. 걍 저기로 가.”

나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옆쪽으로 가봤다. 거기에서 애기를 안고 자고 있는 한 아줌마가 포장마차 주인인 듯 했다. 붕어빵을 달라고 부르려 했지만 난 거기에서 굳이 아줌마를 깨우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난 5만원을 두고 다 식어있는 붕어빵 2개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한 개를 붕어빵 아저씨에게 주었다. 붕어빵 아저씨는 그것을 너무나도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자네는 아직 양심이 제 역할을 하고 있군. 그럼 내가 말해줄 수 있지. 나는 언제 중요한 순간에서 진짜 진실을 말했다가 전 재산을 다 잃었어. 그래서 나도 여기서 자네처럼 소리 지르곤 했지. 근데 갑자기 저 아기 안은 아줌마가 와서는 말없이 붕어빵 하나를 건넸는데, 정말 맛있더라고. 울면서 먹는 붕어빵이란. 그리고 나도 이렇게 여러 도움을 받아 간신히 붕어빵 장사를 하며 살고 있지. 어쩌면 말이야, 저 아줌마도 나랑 너랑 같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그 순간 나는 무엇인가 뜨거움을 느꼈다. 물론 처음엔 나를 보고 접근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아저씨는 나를 원하고 있었다. 내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당신과 얘기해줄 나를 필요로 한 그 아저씨. 그리고 난 일주일에 한번은 그 아저씨를 찾아가 거짓 없이 말을 나눴고, 그럴 때면 나는 내 양심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콰앙`콰아앙`콰아아앙`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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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는 더 심각했다." – "회사에서는 더 심각했다." * "언재나 야근을 해도 돌아오는 보너스는 없었다. 난 몰래 해야 했고, 내 쉬는 시간은 말이 쉬는 시간일 뿐, 다른 선배들의 일을 대신해주는 시간이었다." – "언제나 야근을 해도 돌아오는 보너스는 없었다. 상사가 시킨 일을 나는 늘 몰래 해야 했고 나의 쉬는 시간은 다른 선배들의 일을 대신 해주는 시간이었다." * "나는 언제나 해달라는 일은 해주었으나 일을 맡긴 누군가 ‘할 만 하지?’라고 한다면 나는 ‘아니오’로 대답하는 진실한 청년이 될 작정이었다." -"나는 언제나 해달라는 일은 해주되 일을 맡긴 누군가가 할 만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하는, 진실한 청년이 될 작정이었다." * 그러니까 '나'가 내 진심을 털어놓았던 것은 음주운전으로…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