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이야기

 

“제발…….제니..”

 

“필요없어 언니….”

 

나는 두려움에 떠는 소녀를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강가로 밀어 버립니다. 순식간에 소녀의 몸뚱아리는 균형을 잃고 강가로 빠져버립니다. 빠지는 과정에서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마치 구해달라는 듯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저 가만히 그 광경을 보다가 한 마디를 날립니다.

 

“잘가~”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보며 비릿한 조소를 날립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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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내 선물이에요?”

 

“그래 마음에 드니?”

 

“네! 너무 마음에 들어요!”

 

눈 오는 추운 겨울날. 나는 어떤 소녀의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5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나는 그 아이의 모든 것을 함께했으니까요. 그 아이가 우울할 때면 내 푹신한 몸뚱아리를 빌려 주었고 그 아이가 기뻐할 때면 내 손목을 빌려주었습니다. 비록 내 몸이 눈물방울로 젖고, 내 손목이 세게 잡히더라도 그것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나마 그 아이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불행은 찾아오는 법이었던가요. 내 몸에 때가 쌓여갈 때쯤 날 사왔던 남자가 새로운 곰돌이 인형을 사왔습니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나와는 달리 그 인형은 짐승을 닮아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뭣도 모르고 한껏 우쭐했습니다. 인간도 아닌 짐승 인형을 그 아이가 좋아할 리 없으니까요. ..내 우월감은 한 순간에 깨지고 말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아이는 나와 같이 공유하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아예 내게 시간을 주지 않았습니다. 내게 줄어든 시간은 고스란히 곰돌이 인형에게로 전해졌습니다. 나는 그저 침대 머리맡에 앉혀진 채 그 아이가 곰돌이 인형을 끌어안고 자는 꼴을 봐야 했습니다. 그때가 처음으로 분노를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분노가 기쁨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순간부터 내 몸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움직여 나는 곰돌이 인형에게로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내 짧은 팔을 곰돌이에게로 닿지 않았습니다. 아슬아슬한 거리가 날 더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그대로 곰돌이 인형에게로 다가가 그것을 들어 올렸습니다. 곰돌이 인형은 온 몸을 흔들었지만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대로 창가로 다가가 곰돌이를 내던졌습니다. 곰돌이 인형은 아래의 나뭇가지에 몸통이 관통되었습니다. 뚫린 구멍 사이로 솜들이 조금씩 비집고 나왔습니다. 순식간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다시 그 아이의 세상이 될 수 있다는 희열감이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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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 곰돌이 인형 못 봤어요?”

 

“미안하구나 엘린. 곰돌이 인형을 찾을 때까지 저 인형을 가지고 놀렴”

 

그 남자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습니다. 나는 한껏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마음 속으로 소녀가 달려 와줬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내 기대는 또 한번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히잉…..”

 

당연히 좋다고 할 줄 알았는데 소녀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때에 조금 쩔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지고 놀기에는 최상의 장난감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건지 소녀는 나를 가지고 놀면서 여전히 불만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그네에 나를 그냥 팽개치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나는 충격을 받아 그네 위에 가만히 엎어져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엎어져 있는 나를 누군가가 바라보았습니다. 바로 이 동네를 떠돌이 잡종 개 였습니다.그 개는 나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더니 혀를 쯧쯧 찼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 개를 확 째려보았습니다.

 

“아저씨! 내가 아저씨 같은 형편은 아니거든요? 동정은 자제해주시죠?”

 

하지만 그 개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너도 나랑 본질은 같은 데 무슨 같은 형편이 아니라는 거냐?”

 

순간 화가 치밀었습니다. 꾀죄죄한 모습의 개와 본질이 같다니…..자존심이 와락 구겨졌습니다. 나는 그 개를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같다는 거죠?”

 

“주인이 너를 싫증 내지 않니?”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한 충격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그 아이의 이상했던 행동이 이해되었습니다. 곰돌이를 없애서 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나였습니다. 새하얀 곰돌이 인형과는 달리 때가 껴 있는 나. 언제나 똑같은 표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언제나 같은 모습인 내가 주인은 싫증났던 겁니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개는 혀를 다시 한번 끌끌 차더니 나에게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너는 이제 쓰레기차가 실어갈 거야”

 

“….어떻게 해야 하죠?”

 

“뭘?”

 

“쓰레기차에 들어가기는 싫어요….”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내 마음 속은 이미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표정이 변하지 못한다는 게 처음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많이 상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개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쓰레기차가 오는 날이면 내가 그 옆을 지키고 있다가 네가 들어간 봉지를 물어뜯어주마”

 

“……쓰레기차가 실어가지 않게 해줄 거에요?”

 

“그럼~너를 물어서 다시 집 앞에 놔 주마”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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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그로부터 정확히 10일 후. 주인은 쓰레기 봉투에 나를 욱여넣고 길목에다 방치해 놓았습니다. 가로등 아래 불빛에는 온갖 벌레들이 꼬여 있었고 내 위에 쓰레기 봉투들은 나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나는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순간

 

“제니 괜찮니?”

 

“나 좀….빨리 꺼내줘요”

 

개의 손놀림이 빨라졌습니다. 개는 순식간에 내가 들어있는 봉투를 찾아내더니 봉투를 손톱으로 갈기갈기 찢어 놓았습니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런 나를 개는 한참을 쳐다보더니 문득 이상한 말을 꺼내놓았습니다.

 

“다시 집에 데려가 줄까 아니면……”

 

“아니면요?”

 

“다른 삶을 살게 도와줄까?”

 

어이없으면서도 뭔가 솔깃해지는 제안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그 개는 내 앞에서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여우의 피가 섞인 개여서 그런지 몸놀림이 여우와 흡사했습니다. 한참 동안 개가 도는 것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어디론가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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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아아아앙~”

 

두려움과 울음소리가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꼭 감았던 눈을 뜨자 어떤 사람들이 나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 보았습니다.

 

“엄마 이 아이가 제 동생이에요?”

 

고개를 돌리자 내 주인이었던 소녀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나를 안고 있던 여인은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맞아”

 

“우와~신난다!”

 

그 아이가 웃는 모습을 다시 보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마지막 날 버렸던 그 모습 때문에 그 아이가 웃는 것이 그리 반갑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웃는 얼굴을 망가뜨리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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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흐르고 흘러 내가 15살이 되었습니다. 내 언니는 21살이 되었습니다. 언니는 내 생일선물을 고르려고 나와 함께 매장으로 갔습니다. 언니는 내게 줄 선물을 심사숙고해서 골랐습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무관심했습니다.

 

“언니 가자”

 

언니는 그제서야 선물을 골라 내게 안겨 주었습니다. 새하얀 곰돌이 인형의 촉감이 왠지 소름 끼쳐 두 손가락으로만 잡고 갔습니다.

 

터벅터벅

 

한참을 걷다가 어느새 강가에 도착했습니다. 해가 져서 어둑해진 강가는 완벽한 장소였습니다. 강가 중간에 갔을 때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언니를 불렀습니다. 폰을 하고 있던 언니는 내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언니”

 

“응? 왜?”

 

“언니는 내가 싫증이 안 나?”

 

“무슨 소리야 네가 왜 싫증이 나?”

 

나는 언니에게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정말 싫증 안 나?”

 

“그렇대도?”

 

“그럼 다르게 물어볼게….”

 

“…….”

 

“나 기억 나?”

 

언니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습니다. 다가오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언니는 다리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무, 무슨 소리야?”

 

“언니가 싫증나서 쓰레기통에 욱여넣었던 인형.”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았냐고?”

 

나는 피식 웃었습니다. 그와 반대로 언니는 거의 울 듯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언니가 버린 그 인형이 나니까!”

 

나는 그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언니는 그걸 알아차리고 내게 애원했지만 나는 싸늘하게 언니를 난간으로 밀어 버렸습니다. 조소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돌아오는 내내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니, 그 생각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합니다.

 

과연 날 버린 그 아이가 잘못했는지….아니면 똑같이 되돌려 준 내가 잘못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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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재

* "내 짧은 팔을 곰돌이에게로 닿지 않았습니다." – "내 짧은 팔은 곰돌이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 "곰돌이 인형은 온 몸을 흔들었지만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습니다." – "곰돌이 인형은 온 몸을 흔들었지만 내 행동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습니다." * 오랜만에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무서운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ㅠ SDO님의 작품은 잘 읽힌다는 장점을 가졌습니다. 군더더기가 거의 없는 문장들과 분명한 서사 때문이겠죠. 지난 작품들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 님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아던의 이야기에서 했던 말인 것 같습니다만 SDO님의 작품에는 묘사가 거의 없고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서사를 진행하는 쪽입니다.…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