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서
겨울에게, 봄이. (To.Winter, From.Spring) [1]

※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폭력, 자살, 자해 등)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관련 요소가 포함되어있어 일단 주의문구를 표시해두었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내 19년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였다. 그때는 너무 어두워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당장이라도 우울에 집어 삼켜질까봐 두려웠는데. 이제는 뭐, 나름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작년 초, 나는 친구에게 크게 데인 뒤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커다란 우울의 바다에 빠져 있었다. 매주 병원에 다녔고, 심하면 숨도 잘 못 쉬었다. 우울에 흠뻑 젖은 나는 모두에게 벽을 치고 작은 것에도 예민했다. 가족들과는 툭하면 싸웠고, 친구들은 밀어냈다. 밤에는 잠이 안와 친구에게 데인 일을 계속 생각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친구를 저주했다가, 또[…]

겨울에게, 봄이. (To.Winter, From.Spring)
/ 2021-07-28
가을이라서
나는 지금 종전의 뒤에 서 있다 [1]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땅은 정이 넘치던 집이었다. 낮이면 활기 넘치는 대화가 오가고 밤이면 진솔한 대화가 오가는 누구라도 부러워 할 정이 넘치던 집. 집에만 있으면 편안했고, 7명의 친구들과 함께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오가는 대화에 농담 한 줌 뿌리면 모두가 깔깔대며 재채기를 하고 오가는 대화에 진담 한 줌 뿌리면 모두가 눈물과 함께 재채기를 했다. 하지만 서로의 사이에는 익숙함의 이름으로 상처를 주며 알게 모르게 균열이 자라났고 고3이라는 심리적 부담감에 함께 흘린 눈물이 스며들어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한 명이 쏘아올린 대포알에 다른 한 명이 총성을 내질렀고 세 명은[…]

나는 지금 종전의 뒤에 서 있다
/ 2020-05-06
가을이라서
파란 하늘 [1]

늦은 아침,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익숙한 집 천장과 집 냄새에 대비되는 낯선 우울감. 일어나자 마자 훅 끼쳐 들어오는 보이지 않는 손. 그 손은 내 심장을 뜯어갈듯이 꽉 쥔다. 나는 숨이 가빠져 깊은 심호흡을 한 번 한다. 그제서야 내 심장을 풀어주는 보이지 않는 손. 창문 밖 하늘을 보니 역시나 하늘이 파란색이었다. 매일 아침 먹는 약에 내 신경은 곤두서있고, 사소한 일에도 냉정함을 찾아볼 수 없는 내 모습. 이전과는 달라진 낯선 나의 모습에 한번 더 훅 끼쳐 들어오는 보이지 않는 손. 그냥 차라리 심장을 뜯어가버렸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심장을 뜯어갈 만큼의 용기는 없는 듯[…]

파란 하늘
/ 2020-03-31
가을이라서
고양이 스케치 (퇴고 2) [1]

책상 위에 단정히 놓여있는 뾰족한 연필과 하얀 도화지.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차분하게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다. 얼굴부터 그려볼까. 둥글지만 마냥 둥글지만은 않은 살짝 날카로운 눈매. 오똑하지는 않지만 작고 아담한 코. 그림 속에서 나를 도도하게 노려보는 눈빛은 나를 매혹하기엔 충분했다. 나는 날렵한 턱선에 매료되어 뭔가에 홀린 듯이 그림 속 눈을 바라본다. 고양이가 되고싶어. 째깍, 째깍,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마무리 단계의 고양이 그림. 뒤늦게 처음 생각했던 모양새가 아닌 것을 깨닫지만, 이미 그런 시시콜콜한 것을 따질만큼 여유로운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새 완성되어져버린 그림 속, 나를 향해 뻗어오는 앞발. 고양이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고양이는[…]

고양이 스케치 (퇴고 2)
/ 2020-02-28
26 좋은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요? [2] 가을이라서 2020-02-24 Hit : 170 가을이라서 2020-02-24 170
가을이라서
고양이 스케치 (퇴고) [2]

책상 위에 단정히 놓여있는 뾰족한 연필과 하얀 도화지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차분하게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다 얼굴부터 그려볼까. 둥글지만 마냥 둥글지만은 않은 살짝 날카로운 눈매. 오똑하지는 않지만 작고 아담한 코. 그림 속에서 나를 도도하게 노려보는 눈빛은 나를 매혹하기엔 충분했다. 나는 날렵한 턱선에 매료되어 뭔가에 홀린 듯이 그림 속 눈을 바라본다. 고양이가 되고싶어. 째깍, 째깍, 시계초침 소리는 그칠 줄을 모른다. 나를 향해 뻗어있는 앞발 고양이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병적인 그루밍을 통해 얻은 윤기나는 검은 털 저 그루밍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계속되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답을 얻지 못한 채 찝찝하게 완성되어버린 고양이 그림.[…]

고양이 스케치 (퇴고)
/ 2020-02-23
가을이라서
언저리 [3]

2020년부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 난 테두리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굉장히 뚜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싶은 일도 뚜렷했고 진학하고 싶은 대학과 학과까지 정해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내 인생이 불분명하다고 느끼고 있다.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에 부산대 화학교육과 또는 지구과학교육과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가겠다는 목표로 생활기록부를 관리했다. 그러나 2021년 부산대학교 입학전형을 찾아보니 이 두 학과에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뽑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확인했다. 맨 처음 이를 확인했을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가 고등학교 2년동안 향하던 목적지가 알고보니 없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허망함은[…]

언저리
/ 2020-02-23
가을이라서
고양이 스케치 [1]

책상 위에 단정히 놓여있는 뾰족한 연필과 하얀 도화지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차분하게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다 우선 눈부터 그려볼까. 둥글지만 마냥 둥글지만은 않은 살짝 날카로운 눈매. 그림 속에서 나를 도도하게 노려보는 눈빛은 나를 매혹하기엔 충분했다. 눈을 그리고 시간이 지나 밑으로 살짝 펜을 옮겼다. 오똑하지는 않지만 작고 아담한 코. 코 주변에 쭉 뻗은 수염의 기세는 그림을 그린 나마저도 압도한다. 시간이 또 얼마나 지났을까. 완성된 둥근 머리에 솟은 뾰족한 귀. 나는 날렵한 턱선에 매료되어 뭔가에 홀린 듯이 그림 속 눈을 바라본다. 고양이가 되고싶어. 계속 흘러가는 시간. 어느새 나는 앞발을 그리고 있다. 나를[…]

고양이 스케치
/ 2020-01-31
가을이라서
추억담 (追憶談) [2]

따뜻한 겨울 분위기. 크리스마스의 잔재가 남아있는 인테리어.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며 맞이하는 새해 타종소리. 내 코 끝을 스치는 익숙한 공기에 주마등이 말을 건네온다. 1월, 내 말따위는 들어주지 않는 과거의 시간. 하는 수 없이 새로 길들이는 새로운 시간. 2월, 시작된 봄방학. 밀려오는 과제. 절망적인 상황 속 머리와 몸이 들려주는 환상적인 불협화음. 눈앞의 오선지와 음표에 압도되어 긴장한 피아니스트.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하는 설렘의 연주. 3월, 새 학년. 새 학기.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 학교를 가득 채운 익숙하지만 낯선 공기에 괜시리 싱숭생숭한 내 마음. 4월, 쉬는 시간 무료히 내려다 보는 창 밖. 아직은 추운 날씨에[…]

추억담 (追憶談)
/ 2020-01-12
가을이라서
어제의 꿈은 어디에 있는가 [1]

주위에 흐르는 적막도 침묵을 지키는 아주 깊은 밤. 자동차도 뜸한 거리를 걷다 문득 별이 그리워 하늘을 바라보았죠. 그러나 별이 보이기는 커녕 밝았던 달빛마저 흐릿해져가네요. 어렸을 때 보았던 찬란한 별빛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칠흑같은 밤하늘만이 남아 과거의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그저 추억에 불과한 망상일 뿐이라고 내게 속삭이는 듯 하네요. 내가 아는 것이 너무 많나봐요. 내가 보았던 것이 너무 많나봐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기에는 각막에 먼지가 너무 많이 붙어있나봐요. 이미 붙어버린 먼지는 다시 떼어낼 수 없기에, 어린시절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그리며 먼지가 씻겨내려가길 바라는 소망을 담은 눈물만 흘려보낼 뿐이죠. 더이상 볼[…]

어제의 꿈은 어디에 있는가
/ 2019-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