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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세상 사람들 모두 각자의 방이 있다

그러나 첫째 아무도 타인의 방문을 열지 말 것

그러나 둘째 더욱더 불가한 것은 방문을 안에서 여는 것

그래서 셋째 사람들의 방문은 녹이 슬어 벽처럼 굳어버……

.. .. ..

다시 첫째 내 방문의 손잡이는 목 마른 기다림의 시간

다시 둘째 소주 한병을 든 누렁뱅이 손님이 올 것

그렇다면 셋째 나도 방문을 벌컥 열고 여행를 떠날 것

지도에도 없는 그의 방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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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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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이 반짝이는 첫새벽

방충망 사이로 소올

솔 불어오는 샛바람

 

새벽녀엌 이불 속에는

너으 향기 만이

나폴나폴 코를 간지럽

 

눈꺼풀을 감아도

이른거리는 너의 형상

사실 차암 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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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시가 삭제가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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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뒹굴'에 제 아이디 '백구와 까치'로 쓴  '위성 도시'라는 시를 삭제하고 싶은데요. 삭제 버튼을 계속 눌러도 어째서인지 삭제가 안되네요.  가능하시다면 따로 삭제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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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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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쓴 시-

 

대학도 못 가는 내가 시를 쓴다는 것이

부끄러워

내가 쓴 시는 저 구름 위에

숨겨 놓았습니다

 

보잘것 없는 내가 쓴 시가 태양에 굴복할까봐

걱정되어

가끔 멍하니 하늘을 보며

탄식을 뱉습니다

 

보잘 것 없는 내가 한없이 미워질 땐

그리워서

달빛을 따라 구름 위에 올라

몰래 쓴 시를 끌어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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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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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송 동물농장에 눈이 날려요

동물들은 흰눈이 안 조아요 두려어요

햇살로 녹여주어요

송송송 눈이 날려 새장 속 노오란 카나리아

아앙 울어욘 새장은 추어요

내 벌건 날개를 돌려주어요 동물농장 아저씨

송송송 카나리아 작은 가슴에

구멍이 송송송 낫써요 동물들은 모오옷된 눈

때매 우러요밤새애

 

송.송.송 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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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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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나-

 

바람이 불었다.

파도 같은 바람이

불었다.

 

나는

무언가를 쫓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쫓겨 달아나는 산양이었다.

 

눕고 싶어서 눕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불면 그저 눕는 논밭의 보리였다.

 

그럼에도

콧잔등에 부는 바람을

어루만져준다.

 

바람이 불었고

파도처럼 밀었고

나는 지금

여기 서있다.

좋은 바람과 좋은 나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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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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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클로버1, 다이아3 , 하트5, 하트7, 클로버9.. 노페어*다 (포커에서 가장 낮은 패).

노페어가 뜬 우리 보스의 곰 같은 눈은(생긴 것도 곰 같이 생겼다)어색한 시선 처리와 함께 살집이 과다한 앙증맞은 볼따구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누가 봐도 나는 진짜 개좆밥을 뽑았으니 넌 뭘 뽑았든 고 하세요 라고 써있는 거 같았다. 반면에 여유롭게 시가를 태우고 있는 상대 보스는 겁나 거만한 표정으로 하다하다 손까지 떨고 있는 우리 보스를 조롱한다.

“avere paura di, la propria (쫄리면 뒈지시던가)”

저 조롱만 없었다면 뒈졌을.. 아니 보스께선 배팅을 이어나가지 않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상당한 기분파에 다혈질인 우리 보스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못 먹어도 고를 시전하실 것이다. 저 자식 그걸 노리고 우리 보스를 도발하거면 상당히 똑똑한 놈이다. (근데 원래 성격이 재수없는 놈인 거 같다.) 보스가 쫄리긴 누가 쫄리냐고 혼자 더듬으며 중얼거린다. 곰 보스(우리 보스의 별명이다)는 상대 베팅에 응하고 남은 칩을 두꺼운 팔로 밀며 올인까지 한다. 내 옆에 있는 우리 조직 멤버 안드레와 과르다도도 이 끔찍한 상황을 보고 있을 것이다. 작지만 빠른 손놀림이 예술인 안드레는 옷 재킷 안에 숨겨둔 조그마한 셔터 칼 파편을 옷 위로 어루만지며 곧 있을 피바다를 준비한다. 큰 키의 과르다도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나는 목을 가볍게 돌리며 상대 조직 수, 주변 지형을 파악하며 싸움을 ‘계산’한다. 상대 보스 피터, 이번에 미국에서 건너온 놈으로 딱히 정보도 없는 걸로 보아 영향력 있는 놈은 아니다. 즉, 이 자리에서 죽여도 뒷문제는 없다. 우리는 현재 가장 잔인한 조직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폴리 지역에서도 가장 극악무도하기로 유명한 52년 전통(우리 보스가 그랬다.아마 맞을꺼다.암)마피아 조직 ‘샤키리’다. 그러니 뒷문제는 더욱 걱정 없다. 단지 피터 바로 뒤에 뱃살이 내 옆에 있는 안드레만한, 2m에 몸무게 130kg은 족히 넘길 듯한 저 거구의 돼지가 다소 위협적이다. 하지만 뱃살에 비해 짧은 팔 길이는 위안이 된다. 아마 평생 자기 배꼽 한 번 못 씻어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머지 옆에 있는 두 놈, 문을 지키고 있는 놈 1명, 밖에 있을 놈들 무리는 대략 7명 쯤. 보스가 패를 뒤집는다. 곰 보스의 노페어를 보고 배를 잡고 크게 웃는 피터. 저것은 인생 마지막 웃음이다. 얼굴이 시뻘개진 곰 보스가 팔을 부들부들 떤다.

“dijaibbongdis fware! (야이시불놈아!)

시작이다.. 곰 보스가 피터의 얼굴을 시원하게 쳤다.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는다니.. 아구지는 되나보다. 피터의 부하들이 흥분해 곰 보스에게 달려든다. 당혹감에서 오는 흥분은 싸움에서 적에게 헛점을 노출시킨다. 기본도 안 되있는 하수들이다. 날쌔서 제일 앞에 있던 녀석이 안드레가 손가락으로 튕겨서 던진 셔터칼을 목에 맞고 쓰러진다(안드레는 꼬딱지를 튕기듯 자유재재로 셔터칼을 던지는 작은 재주가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먹이를 잡지만, 약한 주제 일찍 일어난 새는 제일 먼저 먹이가 된다. 당황해하고 있는 뒤에 녀석에게 어느 새 과르다도가 다가가 가볍게 팔을 꺽어 제압한다. 그러면서 쓰러진 채 목에 새는 피를 손바닥으로 감싸 막고 있는 앞 녀석을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본다. 자기에게 팔이 꺽이며 이제 다시는 오른 팔을 쓸 수 없을 녀석의 비명은 들리지 않는가 보다. 이때 거구의 돼지가 과르다도에게 황소처럼 돌진한다.

“Gwaldado! Blangkka! (과르다도! 피해!)”

과르다도는 피할려 했지만 조금 늦었다. 과르다도가 돼지의 주먹에 나가 떨어진다. 그래도 치명상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돼지에게 틈이 보인다. 나는 과감하게 몸을 날려 돼지의 얼굴에 돌려차기를 꼿는다. 동작이 큰 기술이라 리스크가 크지만 팔이 짧은 돼지는 막을 수 없었다.

돼지가 기절해 바닥에 쓰러진다. 안드레가 겁에 질린 피터의 목에 셔터칼을 겨눠 인질로 잡은 채 과르다도와 나는 곰 보스를 호위하며 밖에 있는 놈들 무리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기다리고 있던 우리 조직의 상징 ‘붉은 늑대’ 마크가 달린 검은색 리무진 차에 보스를 먼저 태우고 나, 과르라도, 그리고 안드레가 인질 피터를 자신의 몸을 가리는 용도로 같이 탑승한 후 출발하는 차에서 피터를 바깥으로 발로 차 밀어내고 재빨리 문을 닫는다.

“Bo..boss….!”

피터의 부하들이 피터를 부축하러 뛰어오기도 하고, 몇 놈은 우리 차 창문을 향해 권총을 쏘기도 한다.

“Pepedanyo oggi è kkk, ssantamaria~ kkk (이거 방탄유리야ㅋㅋㅋ이 개색히들아ㅋㅋㅋ)”

안드레가 창문에 대고 손가락 욕을 하며 깐족댄다.

‘그거 선팅유리기도 해. 멍청한 시키야’

“Blaffe boosse ssangkali da?(정리할까요?)”

운전석에 앉아 있는 점잖으면서도 세련된 노신사 티아고가 물었다.

“Certo. Joldima ulma ga di ana…(당연하죠. 한 놈도 빠짐없이 담궈요…)”

“si (넵)”

티아고가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간단하게 연락한다. 맨 뒷자리(우리 차 리무진은 자리가 세 줄이다)의 과르다도는 자신의 머리를 잡고 인상을 찌뿌린다.

"아아,머리야… 돼지새키… 주먹하난 장난아니구만"

"쯧쯧, 그러게 누가 전투 중에 한 눈을 팔래. 그리고 그 돼지는 좆도 잘못없어. 자기 보스가 판 좀 이겼다고 얼굴에 어퍼컷이 꼿히는데…참 나… 그걸 누가 가만히 있겠어? ”

나는 은근슬쩍 옆자리에 앉은 곰보스를 흘겨 쳐다본다. 곰 보스가 헛기침을 하며 내 눈치를 살핀다.

“크..크흠…아니 항상 지니깐 열받자나..!”

“그니깐요. 그렇게 맨날 지면서 왜 계속 도박판에 가는 거에요? 예전엔 손도 안 대셨잖아요. 도박 같은거. 지는 걸 즐겨요? 마조에요? 제가 엉덩이에 손 좀 대줘요?”

“하하 이해해주세요. 넘버 투. 원래 나이가 들면 안 해봤던 걸 해보고싶어지는겁니다.”

점잖은 티아고가 점잖게 흥분한 나를 말렸다.

“이…이 내가 노망이라도 났다는거야…!? 네가 더 나빠…!티아고”

“하하 보스 제가 언제 노망…”

“그리고 제발 그 자기 뜻대로 안되면 팔 덜덜 떠는 버릇 좀 없애요. 학교에 있는 지체 반 애들 짱이세요? 아주 꼴사납다고요…”

지금도 조금씩 팔을 떨고 있는 곰 보스가 콧물을 팽 삼킨다.

“크응..팽..! 학교 담벼락도 못 넘어본 녀석이 무슨 학교 타령이야..!”

윽. 그렇다. 5살때 조직의 일원이었던 한국인 부모님을 모두 잃고부터 조직이 집이자 학교인듯 1대1다이다이, 다구빨싸움, 갱끼리의 말싸움 등 주요과목(?)들을 우수하게 수려하여 18살 이제 조직의 행동대장 자리 ‘넘버 투’까지 올라온 나는 내 나이 또래 애들이 다니는 진짜 학교에는 가보지 못했다. 고로 할 말을 잃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안드레가 어색해진 분위기를 살려 보려 했다.

“ㅋㅋㅋ여기 학교 나온 사람이 몇 명이나 있어요?ㅋㅋㅋ뭐”

“나”

“ㅋㅋㅋㅋ중학교중퇴는 안껴져욬ㅋㅋㅋ과르다도”

“이 싸가지없는 시키가”

과르다도가 안드레의 뒤통수를 장난치고 꽤 쎄게 쳤다. 하지만 안드레는 깔깔 거리기만 한다. 머리에 든 게 없어 머리에는 데미지가 없나 보다.

“처리 끝났답니다. 넘버 투”

핸드폰을 가볍게 확인하며 티아고가 말했다. 주위에 대기하고 있던 수십명의 우리 패밀리 말단들이 피터네 일당을 모조리 담궜다. ‘후환을 남기지 않는다.’가 ‘샤키리’의 철칙이며, 적에 대한 일말의 동정이 나 자신 뿐 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화를 불러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워온 나는 그런 철칙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ok.상황종료.”

창문을 열고 시가를 문다. 하아…또 하루 무사히 살아남았구나…신호에 걸려 잠시 멈춘 리무진 창 밖, 져물어가는 나폴리의 노을 아래 가방을 메고 정답게 어울려 집으로 가는 학생들… 이 나를 야렸다.

"뭘 봐? 안 꺼져?"

쟤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뛰어간다. 학교…내 또래 아이들에겐 당연한 곳… 하지만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곳…

나도 만약 평범한 가정에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면 지금쯤 양복 대신 교복을 입고 학교친구들과 하교길을 걷고 있었을까… 아님 나는 원래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괴물’로 태어난 것일까…헷갈렸다. 그저 하루하루의 목숨을 건 생활 만이 이런 잡념에서 나를 구출할 뿐이었다. 후우… 담배연기를 깊게 뱉었다. 아뿔싸 갑자기 역바람이 불어 리무진 안으로 담배 연기가 들어왔다. 곰 보스가 인생에서 구출당하고 싶냐고 한다. 그건 싫다. 서둘러 담배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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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몰아쓰는 6년의 일기-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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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글을 쓰고 올려 봅니다. 소설을 쓰면 어지러웠던 생각이 정리되는 거 같아 시원한 느낌이 들어 좋더라고요. 공지사항을 보니 완결된 소설 만을 올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가 지금 수험생이고 글을 마칠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이렇게 프롤로그만을 올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프롤로그만을 올려 내용도 잘 이해가지않으시겠지만..그래도 일반 학생의 소설을 전문가가 평가해주는 곳은 여기 밖에 없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정말 이런 공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또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소년은 어지러웠고 토할꺼 같았다. 빗물이 소년의 팔을 차갑게 만들었다. 슬리퍼 차림으로 휘청거리며 다급히 편의점 문을 열고 카드대출기를 찾았다. 기계에서 자꾸만 카드를 인식할 수 없다고 메시지가 나왔다. 카드를 넣었다 빼었다를 반복한 후 간신히 돈 30만원을 뽑는다. 돈을 많이 만져보고싶어 전부 만원짜리로 뽑았다. 편의점 알바생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지폐들을 지갑에 넣지도 않은채 편의점 알바생에게 다가가 뒤에 있는 담배를 가리킨다.

"저..저거 주세..요"

"이거요..?"

"아뇨..저거요.."

"이거..?"

"아니..저기 에쎄라고…"

소년은 담배의 종류를 전혀 몰랐지만 웬지 ese뭐라고 써있는 흰 담뱃갑이 꼿혔다. 계산을 하고 편의점 문을 연다. 아차차 소년은 라이터가 없다. 눌러서 불이 나오는 라이터 하나를 사간다. 차도를 건너며 담뱃갑을 만진다. 담뱃갑이 생각보다 얇다. 담배를 꺼냈는데 어디가 앞이고 뒤며 어디다가 불을 지펴야하는지 고민했다. 아니 멍하니 생각했다. 담배에 불이 붙고 담배끝을 수영을 하듯이 크게 들이 마신다. 몇번 아무느낌이 없다니 목구멍에 넘어가는 느낌이 들자 콜록 콜록 기침이 나왔다. 시발 이렇게 맛없는 걸 왜 피는거야… 담배를 잡은 손가락에 뜨거움이 느껴졌다. 담배를 멀리 던져버렸다. 담배갑과 라이터도 차례로 더 멀리 던져버렸다. 멀리 더 쎄게 던질수록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기엔 응어리가 너무 크고 깊었다. 아마 썩어문드러져 검해져버린 피가 섞인 응어리일 것이다.

소년은 집으로 향한다. 엘레베이터에 혼자 남자 소년은 괜한 벽을 한번씩 쳐본다. 엘레베이터가 흔들린다.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머리만 더 어지럽다. 소년은 예전에 몇번 술을 마셔본 적이 있었다. 딱 그 기분이었다. 몽롱하고 꿈 같았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 '모'와 마루 소파에 앉아 태블릿으로 오목을 두고 있는 '부'를 지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책상에 안쓰는 노트를 급히 찾는다. 빈 노트를 피고 적었다. 아니 소년은 적어야만 했다. 2년 전 그 계단에서의 압박감이 소년의 숨통을 조여왔다.

소년은 높이 떠오른 축구공을 향해 달린다. 중학교 2학년인 소년은 축구공이 좋았다. 동글동글한 걸 모두가 단순하게 쫓는 것이 좋았고 행복했다. 그럼에도 소년의 축구 실력은 탁월하지 못했나보다. 꿈으로 쓰기엔 소년 자신도 무리임을 알고 있었다. 아니 부모가 알려줬다. 소년은 축구공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글자들이 빼곡한 책들은 싫었다. 그나마 보기만 하면 되는 책은 나았다. 온갖 명령이 난무한 교과서와 문제집은 좋은 친구가 못 되었다. 그럼에도 소년은 공부 밖에 자신의 길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아니 교육자인 부모가 알려줬다.

소년은 거만했다.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를 정도로 어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소년은 그럼에도 행복한 일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산층의 부모의 그늘과 소년의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그 낙천적임 뒤에는 자신에 대한 오만함과 과대평가도 있음을 소년은 알지 못했지만.

어느 날부터 소년의 모는 소년에게 윽박을 지르는 횟수가 많아졌다. 소년은 좋아하는 아침잠과 모의 기대에 점점 못 미치는 자신의 성적, 그리고 요즘 가정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받을 줄만 아는 자신의 이기적인 어림 때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어린 소년에겐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년은 모가 미웠다. 아니 모의 윽박이 미웠다.  조금씩 모의 윽박이 거칠어진다. 소년은 조금씩 겁에 질린다. 하지만 발전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먼 소년은 오히려 더더욱 반항한다. 하루이틀 점 점 모와 소년은 사이가 나빠진다. 모는 참 말을 잘했다. 아마 국어선생이라는 그의 직업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소년은 그런 유식한 모를 친구들에게 은근슬쩍 자랑하는 등 꽤 자랑스워했고 다른 어른들의 말보다 모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모의 말은 낙천적이고 남의 말을 무시하는 소년에게도 꽤 송곳같았다. 소년은 어쩌면 저 말들이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점점 두려움이 깊어갔다. 모는 그걸 잔소리라고 불렀다. 하지만 소년에겐 '잔'소리가 아니였다. 언제부턴가 모의 잔소리가 소년의 귓가에 메아리가 되어 왼쪽에서 오른쪽, 오른쪽에서 왼쪽 옮겨가며 공명했다. 소년은 귀를 막았다. 귀를 막아도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막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소년이 잔소리를 들을 동안 노려보기만 했던 유리잔을 바닥에 힘껏 던져 깨버렸다.

깽끄랑

미친새끼 정신병자새끼 사이코새끼 부모가 잔소리 좀 했다고 유리컵을 던져? 미친새끼

소년은 처음 보는 자신의 폭력성에 놀라 방으로 들어가 숨는다. 좋아하는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잠이 든다.

밤늦게 요즘 통 보기가 힘들었던 부가 들어왔다. 미친새끼는 오늘 자신이 들었던 극악무도한 그 얘기들을 고발하려 부에게 간다. 하지만 부가 먼저 불렀다. 깨진 유리컵을 보며 윽박지른다.

불효자 새끼 괴물같은 새끼

부는 미친새끼를 야단내고 상황을 정리하기에 바빠 미친새끼의 말을 들을 여유는 없어 보였다. 미친새끼는 '입'을 다문다. 미친새끼는 그 날 처음으로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을 한다. 가족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것이다. 그때는 전부 부모의 탓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소년의 타고난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외'자식인 소년은 그렇게 홀로 어둠에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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