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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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올렸던 글인데, 수정한 부분이 있어서 다시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똑 딱 똑 딱..
모두가 잠든 밤, 들리는 소리라고는 조용하고 일정하게 흘러가는 시계 초침 소리뿐.

그 고요한 밤에 불쑥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 짧은 다리로 살금살금 걸어오더니 삐걱거리는 낡은 의자에 앉아 손을 이리저리 더듬어 한참 뒤에야 찾은 스위치를 누르니 두어번 깜빡인 후에야 켜지는 전등.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는 소리는 이 고요함을 방해하기 충분한 소리였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책상을 바라본 아이는 갖은 노력 끝에 기어코 전등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고는 품 속에 고이 품어온 책을 꺼내 펼쳤다.

모두가 자고 있는 고요한 밤을 방해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고 한 마디 해주려 시선을 아이의 얼굴로 가져갔더니 보이는 그 아이의 미소에 숨이 턱 막혀오더란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전등의 빛이 순간 눈부신 햇살같이 빛나 보였던, 그렇게 만들어버린 순진하고 순박한 미소.

고요한 밤에 불청객이 찾아와 방해하는 것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저 미소와 평화를 깨트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하던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아이를 지켜보았더니 그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전등이 낡아 빛도 잘 나오지 않을 텐데.

그 아이는 무슨 책이길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고 있던 건지 때로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때로는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일 정도로 얼굴을 찡그리고는 입을 삐쭉이고, 때로는 눈이 얼굴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어찌나 재미있는 표정 변화였던지 보는 나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하고 있었더란다.

그렇게 보기를 몇 분, 몇 시간이었을까.

어느새 책을 다 읽은 듯한 아이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책을 접어 고이 품에 넣고는 여전히 끼익 거리는 소리를 내는 낡은 의자에서 내려와 전등을 찾고는 전원을 껐다.

너무나도 자연스레 물 흐르듯이 흘러간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는 조금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숨을 한 모금 내뱉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저 멀리 여명이 비춰오고 있었다.

여명을 뒤로하고 도도도 걸어가는 그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나는 해가 다 뜨고 난 후에도 그 아이가 떠난 자리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미 그 자리에는 햇빛이 비추어 남은 그림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내 시선은 그 아이가 떠난 자리에서 진득하게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
.
.
아, 이것은 그 후에 들은 후일담인데, 그 아이는 내가 잠시 여명을 보려 시선을 돌린 짧은 사이에 앙증맞은 그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고 한다.

" 오늘도 감사합니다. "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 뒤돌아선 나는 왼쪽 가슴을 벅벅 긁었다.

분명히 나에게 한 기도가 아닐 텐데, 다른 누군가에게 한 기도임이 분명할 텐데, 그럴 텐데. 그걸 아는데.. 그래도.. 그래도.

심장 안쪽이 마치 누가 강아지풀로 간지럽히는 듯 살살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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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면을 빼곡히 채운 책장들과 그 사이에 꼽힌 책들은 언제나 나를 숨도 못 쉴 정도로 갑갑하게 만들었다.

"여기는 역사, 여기는 과학, 여기는 영어..
이거 다 읽어야 나갈 수 있어. 알았지?"

이건 내 어릴 적의 기억.

어릴 적의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조그만 방 안에서 기억 속의 어린 나는 항상 바쁘게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쓰고, 무언가를 듣고, 만들고, 따라 하고 있었다.

그것이 끝나면 또 다른 것을, 또 그 다른 것을.

그리고 그런 내 옆에는 언제나 조그만 상자처럼 생긴 오르골이 놓여있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언제 어디서나 내 옆에 있던 존재. 나의 아픔과 기쁨이 담긴 종이들이 담긴 존재.

내 나이가 두 자리로 바뀌는 그 년도의 생일날 받은 단 하나뿐인 선물.

누군가 무심코 보면 참 안쓰러운 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 작은 방 안에서 행복했다.
때로는 숨이 턱 턱 막혀 숨도 못 쉴 정도로 갑갑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했다.

' 아니야..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겠지. '

특히나 힘들었던 하루에는 스스로 이런 하루에 대해 무언의 납득을 하며 버텨냈다.

그 작은 방 안에서 나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며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적응하여 살아가기를 얼마였을까, 고통스럽지만 행복했던 그 모순되었던 행복이 샅샅이 부서져 조각조각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났던 그 날, 바로 내 나이 열둘이었다.

사고라고 했다.

음주운전으로 역주행을 하던 차가 신호를 기다리던 한 차를 박은 일은. 그것이 하필이면 내 부모님이 타고 있던 차였다는 사실은.

그 날은 음력 설 날 당일이었다. 1월 31일. 1월의 마지막 날.
왜 하필 그 날이었을까. 왜.. 왜 하필 내가 없었던 때에.

영안실 안에서 마지막이니 잘 보내주자며 얼른 부모님을 만져보라는 어른들의 우악스러운 손길과 조각조각 부서진 행복, 추억, 괴로움, 슬픔 등의 감정들을 내 눈 앞에서 마주하는 순간 나는 등을 돌려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달리면 달릴수록 그 손들은 내 발목을 붙잡고 끝없이 늘어지는 것 같았다. 자꾸만 발이 무거워졌다. 눈을 질끈 감고서 이 자리를 마냥 회피하고 싶었던 나에게 누군가는 뒤에서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비겁하게 도망치는 거야? 마지막인데?"

"잘한 것도 없으면서 왜 도망가?"

"겁쟁이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계속해서 귀에 웅웅대며 들리는 소리에 난 귀를 틀어막고 소리를 꽥 지르며 뒤를 돌아보았으나 텅 빈 복도에는 나와 정신없이 달리느라 벗겨진 줄도 몰랐던 내 운동화 한 짝.
그뿐이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꽉 쥐고 펴지 않았던 주먹 안에는 열쇠 한 개가 있었다고 했다.

안 들어간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퍽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집 앞에 서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손에 꼭 쥐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소파, 식탁 심지어 어질러진 신발까지도.

아, 저기서 엄마한테 거짓말해서 한바탕 혼났었지.
저기서는 바닥에 누워 뒹굴다가 책상을 엎어 한참을 그것을 치웠었지.
저기서는.. 저기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 되돌아보니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되어있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나는 간신히 내 방 앞에 도착해 문을 열고서 들어갔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방 안에 상자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새로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항상 내 옆에 있던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와 같은 노래가 담겨있지만 겉모습은 그것보다 더 고급스럽게 생겨 포장지에 소중히 싸여있던 오르골, 그리고 그 밑에 써져있던 진심 어린 엄마의 편지에 나는 힘없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엄마 때문에 항상 미안해. 그래도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우리 딸 '

괴로웠던 기억들이 방 안의 가시가 되어 나를 날카롭게 겨누고서는 마치 조금만 움직이면 나를 찌른다는 듯이 날을 세웠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 가시들은 나를 상처 입히지 못하는구나.

괴로웠던 기억들이 분명히 있었으나 그래도 그만큼 행복했던 기억들이 도로 따스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 방은 그런 추억이 담긴 곳이었다.
모든 기억과 모든 추억을 소중히 어루 모아 묻어놓은 곳.

나는 그곳에다가 1월 31일의 추억도 묻어두었다.

마음대로 튀어나오지 않게, 그러나 언제든지 열어보고 닫을 수 있게.

틀어두지 않았으나 왠지 모르게 오르골 소리가 들려오며 따스한 두 손이 나를 꼭 껴안아준 것 같은 느낌이 든 것도 같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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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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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하지만 잘 부탁드려요.

 

 

똑 딱 똑 딱..
들리는 소리라고는 조용하고 일정하게 흘러가는 시계 초침 소리뿐.

그 고요한 밤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 짧은 다리로 살금살금 걸어오더니 삐걱거리는 낡은 의자에 앉아 손을 이리저리 더듬어 한참 뒤에야 찾은 스위치를 누르니 켜지는 전등.

거기까지만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아이는 기어코 전등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더니 품 속에 고이 가져온 책을 꺼내 펼쳤다.

모두가 자고 있는 고요한 밤을 방해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고 한 마디 해주려 시선을 아이의 얼굴로 가져갔더니 보이는 그 아이의 미소에 숨이 턱 막혀오더란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전등의 빛이 순간 눈부신 햇살같이 빛나 보였던, 그렇게 만든 순진하고 순박한 미소.

고요한 밤에 불청객이 찾아와 방해하는 것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저 미소와 평화를 깨트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하던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아이를 지켜보았더니 그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전등이 낡아 빛도 잘 나오지 않을 텐데.
그 아이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고 있던 건지 때로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때로는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일 정도로 얼굴을 찡그리고는 입을 삐쭉이고, 때로는 눈이 얼굴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어찌나 재미있는 표정 변화였던지 보는 나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하고 있었더란다.

그렇게 보기를 몇 분, 몇 시간이었을까.

어느새 책을 다 읽은듯한 아이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책을 접어 고이 품에 넣고는 여전히 끼익 거리는 소리를 내는 낡은 의자에서 내려와 더듬거리며 전등을 찾고는 전원을 껐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저 멀리 여명이 비춰오고 있었다.

여명을 뒤로하고 도도도 걸어가는 그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나는 해가 다 뜨고 나서도 그 아이가 떠난 자리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내 시선은 그 아이가 떠난 자리에서 진득하게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
.
.
아, 이것은 그 후에 들은 후일담인데, 그 아이는 내가 잠시 여명을 보고 있는 사이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고 한다.

" 오늘도 감사합니다. "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 뒤돌아선 나는 왼쪽 가슴을 벅벅 긁었다.

분명히 나에게 한 기도가 아닐 텐데, 다른 누군가에게 한 기도임이 분명할 텐데, 그럴 텐데. 그걸 아는데.. 그래도.. 그래도.

심장 안쪽이 마치 누가 강아지풀로 간지럽히는 듯 살살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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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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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많이 미숙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전에 썼던 글 올려보려구요.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바다는 조용히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철썩철썩 귀 아픈 소리를 내며 파도를 일으켰다.

나는 바다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뻥 뚫린 바다를 보면 내 마음 깊은 곳 둥글게 응어리진 무언가가 시원하게 해소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가끔은 뛰어들고 싶다는 강력한 충동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에는 있는 힘껏 마음을 다잡아야 했었지만 말이다.

너는 내게 바다 같았다.

진득한 늪 속에 빠져있는 나를 구해준 사람이 너였고 처음 일어나는 법을, 걷는 법을 그다음은 뛰는 법을 알려준 것도 너였다.

눈치챌 일말의 틈도 없이 나는 너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눈치챈 후에는 이미 늦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커져있었다.

바다는 맑고 투명하고 순수하다.

두 손을 모아 조심스레 물에 담가 손을 들어 올리면 보이는 깨끗하고 투명한 물.
그 물들로 이루어진 바다.
낮과 밤 사이, 그 노을 사이에는 무엇보다도 예쁘게 빛나는 바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했던 점은
바다는 그 무엇보다도 예쁘게 빛나며 맑고 투명하나 그것은 그의 일부일 뿐이었다는 것이었다.

그의 일부가 일부가 일부가 모여 이루어진 바다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어두웠다. 한 번 빠지면 절대로 살아 나올 수 없는 늪. 다시금 나의 공포심 가득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 그게 바다였다.

나만의 바다, 그게 너였다.

너는 나에게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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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친구, 피드백 가능하시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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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주제로 쓴 글이에요. 읽고나신뒤에 피드백 부탁드려요ㅠㅠ! 많은 지적과 감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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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친구라는 것은 사치, 그 한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학교가 끝난 반짝 골든타임에는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으로 달려갔고, 아르바이트가 끝난 저녁에는 옛날부터 보아왔던 추억의 돌담길을 따라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도 나를 반기는 것은 오직 작고 허름한 방 한 켠일뿐이었다. 오랫동안 비워져 있었었다는 듯한 느낌의 휑함, 그와 더불어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이불 속의 자그마한 온기. 이 두 기온들이 공존하며 나를 반겨주었다. 이런 빌어먹을,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 고독함을 익숙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는 지내던 평범한 나날들이 지속됬다. 그리고 고 3, 청소년과 성인의 끝자락과 시작점에 걸터앉듯이 나이를 먹었을 때. 그 해는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나는 해였다.

그냥, 여느날처럼 학교는 지루했고 등교시간에 맞추어 저절로 줄어든 내 취침시간을 채울 수 있는 잠잘 수 있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 넌 이름이 뭐야? ”

피하고,

“ 우리 같이 다닐래? 아니, 같이 다니자! ”

피해도,

“ 왜 이렇게 늦게왔어! 기다리고 있었다고. ”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아버렸다.

나를 무시하고 까내렸던 사람들과 달리, 나에게 다가오는 그 애의 정체가 궁금했다.

왜? 나는 너가 생각하는 만큼 착한 사람도, 좋은 사람도, 평범한 사람도 아닌데.

계속되는 의문덩어리는 내 머릿속을 집어삼킬 듯이 늘어났고, 결국 계속되는 의문에 폭발한 나는 그 애에게 따지듯이 되물었다.

“ 넌 왜 나한테 다가와? 왜 다른사람과 다른거지? 왜 나를 무시하지 않는거야. ”

아, 바보같아. 순간적으로 폭발해 내뱉고는 곧바로 후회했다. 이런 질문따위,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만 받고 이상한 눈초리만 받을 것이 뻔한데.

“ ? ”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그 애는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나에게 갑자기 다가와 손을 맞잡았다. 저절로 내 시선은 내 손을 맞잡은 그 애의 손으로 내려갔고 말이다. 뒤이어 갑자기 시선 앞에 나타난 두 손은 내 머리를 들어 자신과 눈을 맞추도록 고개를 천천히, 하지만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자신과 눈을 맞춘 뒤에는, 다시금 자신의 손과 내 손을 꼬옥 맞잡았다. 뭐하는거지 얘.

“ 친구잖아? 너랑, 나. ”

그러고는 천연덕스럽게 저런 대답을 내뱉고는 자신의 검지손가락으로 나와 자신을 가르키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수한 악의없는 웃음을 빙그레 지었다. 눈꼬리와 입꼬리가 서로 반비례하며 내려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 아, 얘는 다른건가 ’ 하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뒤이어 내 뇌리를 강타한 생각은, 나를 그 생각의 충격으로 인해 온몸이 마비된 듯 꼿꼿이 서있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나에게.. 친구?

약간의 침묵이 지나고, 한동안 꼿꼿이 서있었던 나는 잡혀있던 손을 거칠게 빼낸 것도 모자라 도리어 내 손을 잡은 그 애의 손을 내팽겨쳤다.

“ 아깝잖아 너가. 나랑 친구되기에는 너가 너무 아까운 사람이야. 니가 손해야. 그러니까.. ”

처음에는 눈을 감고 말했다. 하지만 말하면 말할수록 한심한 내 모습과 빌어먹을 현실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이러면 안되는데, 알면서도 아무 잘못 없는 그 애에게 악에 받쳐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니까 나랑 친구 하지마. – 라고 말하려했다. 막혀버린, 삼켜져 버린 내 뒷말. 고의가 아닌, 타의로 삼켜져버린 내 뒷말.

나를 포근히 감싸안은 손길과 뒤이어 따라오는 따뜻한 사람의 온기에 의해 나는 어쩔 수 없이 뒷말이 삼켜지는 것을 막아낼 수 없었다.

“ 우리, 도덕에서 배웠잖아?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 우리는 사람이고, 그래서 우리는 평등하다. 이 상황에 공부얘기 하는 내가 좀 웃기겠지만, 난 너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건 간에 니 자체가 좋은걸. 앞으로 알아나가고 조율해 나가면 되는 거고. 안그래, 내 친구? ”

하하, 나는 해탈하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사람은 태어나서 난생 처음이였다.

인간관계가 텅 비어있으니 대화력도 제로. 저런 특이한 사람을 막아낼 방도는 내게 없었다.

힘을 빼고는 해탈하게 웃는 나를 보던 그 애도, 나에게서 서서히 몸을 떼어내더니 방긋하고 웃었다.

그렇게, 그 날은 백지같던 내 인간관계 속에 친구 라는 관계가 새겨진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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