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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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네….나도 몇 번 말씀드렸지만….자네도 알다시피 회사 사정이….자넨 아직 젊으니까…..이해해 주리라 믿네……자넨 참 열심히 했어

 

짖궂게도 대교 난간 끝에 설 때 생각나는 것들이란 대개 그런 법이다

 

-김과장, 그 개새끼 면상에 침을, 아니지 원 투 스트레이트 콤비네이션을 먹여주고

내 이런 개좆 같은 회사 당장에 때려치워야겠어

세상에 돈 벌 자리가 어디 여기 뿐인가, 썅

상소리와 함께 빛나는 사직서를 그림같이 휘날리며

휘둥그래 놀란 미쓰 김의 시선 따위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나와야지, 그래야지

 

그랬을 터인데, 나라는 인간은 왜 늘 이모양인가

 

-애비야 이번 연휴엔 애들 데리고 내려오지 그러니

내가 너 좋아하는 인절미 많이 해 뒀는데,

콩고물이 국산이다 국산 이게 참 좋은건데, 애비야

엄마 내가 연휴가 어딨어,

그리고 먹지도 않는 떡은 왜 그렇게 많이 해요 어차피 남으면 버릴 거

다음에 갈게요 다음에 끊어요

 

그 많은 인절미는 누가 다 먹었을까

저걸 다 어쩌누, 아, 어머니, 이제야 허기진 제가 그 인절미를 먹지요

인절미를 주세요, 어머니 천국에서도 어머니께선

제가 좋아하는 인절미를 만들고 계신가요

한평생 눈물로 반죽한 인절미를

그러나 저는 어머니 계신 곳에 못 갈 것 같은데

 

-여보 언제쯤 집에 들어와? 회식 좀 줄이면 안될까,

(나 너무 힘들어)…준이는 방금 잠들었어, 여보 듣고있지

저번달 카드 밀린 거 친구가 도와줬어 이번달은 어떻게든…

……준이는 오늘 별주부전 얘길 들었대, 그 왜 거북이가 토끼하고 용궁에 가는 이야기 있잖아

자기도 용궁에 가보고 싶다고 막 조르는데, 여보, 뭐라고 해 줘야 할까

 

그럼, 용궁에 가지

아빠가 먼저 가서 거북이하고 용왕님하고 인사를 드리지, 그럼

왜 홀몸으로 왔는가, 물으시면

그간의 일을 소상히 말씀드리고

금은보화를 얻어다가 준이랑 당신이랑 살지, 그럼, 물론이지

이제 그만 출발해야겠어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두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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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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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칠 하는 옆옆집 오씨는 술만 마셨다 하면, 글쎄 자기가 별이랑 섹-스를 했다고 그렇게 우기는 것이었다. 자기 앞마당에 -사실 오씨네 집에는 앞마당이 없다. 그럼 그 앞에 깔린 재개발 부지가 자기 앞마당이란 소린가- 어젯밤 뭐가 꿍, 하고 -그는 쿵, 이 아니라 꿍, 이라고 씹던 오징어를 튀겨가며 몇 번이고 강조를 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유리시공업체 손씨의 손에 오징어 다리 몇 조각이 떨어지자 손씨가 A, 씨팔이라고 한 것이 기억난다- 떨어져서 나가보니, 아니 웬 별이 꺼질락 말락 깜빡깜빡 하고 있더란 것이었다. -내 차 헤드라이트 처럼? 하고 순진한 배달기사 박씨가 묻자 오씨가 상을 탕, 치면서 그라췌이, 하고 껄껄 웃었는데 손씨가 얼른 손을 빼는 모습은 못 보았을 것이다- 일단 숨은 붙여놓고 봐야지, 오씨가 자기 창고에서 노랑 형광 페인트를 가져다가 몸뚱이에 발라 줬더니만 그제서야 푸하, 하면서 좀 살겠는 표정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 넌 어디서 왔느냐, 하니까 예, 나는 저기, 울트라삐야 깐따삐야 은하에서 왔는데요, 이것 참 감사합니다,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라고 해서 그래 이놈아, 내가 목숨 살려줬으니 값을 치러야지, 라고 했더니 대뜸 어, 저기, 드릴 것은 몸뚱이 뿐이라,  하길래 그러냐, 음, 그것 참, 짐짓 고민하는 척 했더니만,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만 자리에 벌렁 누워버리는 것이 아닌가, 처음이니 살살 해주세요, 눈을 꼭 감고 그러길래, 그러마, 하고 일단 넣었는데 -박씨가 별한테도 구멍이 있냐고 묻자 오씨가 아 그럼 당연하지,  자네 저 달에 구멍난 것 못 봤는가, 그게 다 오입질 한 구멍이여, 하자 손씨가 그게 뭔 개소리여, 못 들어주겠구만, 해서 둘이 막 싸우려는걸 가까스로 말려놓았다- 아니, 이 구멍이, 이 조붓하기도 하고 참 따뜻하고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그런 구멍이라 여하튼 금방 싸 버렸다는 것이었다. 묻지도 않고 안에 해 버린 것이 좀 미안해져서 자는 척을 그만두고 자는감, 했더니 그때는 이미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 그런데, 자기가 오늘 저녁에 나오는 길에 보니,-그러면서 그는 우리에게 얼른 하늘을 보라고 요구했다-저기, 저 별, 저 별 보이지, -저기 저거? 아니, 그거 말고, 그럼 뭐, 저거? 아니 아니, 아니면, 저거? 씨팔, 눈이 삐었냐. 뭐 이 씨불놈아?- 저기 저거, 어제는 없었는데, 오늘 자기가 딱 봤을 때 뭔가 가슴이 찡-한 것이, 어제 그 별이 낳은 자기 새끼가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3년 전에 폐병걸려 보낸 마누라, 마누라도 꼭 그 별 맨키로 따뜻했는데, 그 지랄맞은 돈이, 돈이 없어서, 수술 한 번도 못하고, 어쩌고 하는 중얼거리는 것은 나만 들었고, 손씨가 헛소리 작작 하고 잔이나 들라고 해서 일단 또 따랐는데, 오씨 잔에 출렁거리는 술 안에 별이 비쳐서, 문득 나는 오씨가 마신 별들이 어떻게 소화될 것인지와, 어제 오씨와 잤다는 별의 속살과 배란 수정 착상과, 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오씨더러 아버님, 이제 그만 잡수시지요, 하는 오가네 별을 생각하곤 그만 미친놈처럼 웃고 말았고, 오늘 뭔 날인가, 단체로 왜 이래, 하는 손씨는 그렇다 치고 아무 말 없이 술을 따르는 오씨의 눈가가 축축해진 것은 나하고 별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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