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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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났던 것은 스페인의 순례길 위에서였다. 타국에서 길고 긴 거리를 함께 걷는 고향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참 기뻤다. 고등학생이었던 그녀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미대에 가고 싶어서 열심히 그리는 중인데,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고도.

밤이 노을빛을 거두어 가고, 무수히 많은 별들이 스페인 작은 마을의 교회를 비추었다. 고된 걷기 덕분에 그녀와 나는 일찍 잠에 들었다.

순례길을 걸으며, 나는 그녀에게 물은 적이 있다. “Por qué camino?(왜 이 길을 걷니?)”.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기다란 산티아고의 길의 끝을 바라보며 걷기만 했다.

“교실 밖 풍경이 궁금해서요. 교실 밖에는 어떤 색이 있는지, 어떤 모양이 있고,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지. 궁금해서요.”

잠시 후, 그녀는 말했다. 아주 담담하게.

“이 길 끝에는 뭐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교실 밖 풍경이 되어있는 저요.”

그녀와 나는 길의 끝을 향해 다시 묵묵히 걸었다.

 

순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그녀를 만났다. 드로잉북에 무언가를 열심히 스케치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공부를 잘해요, 명문고를 다니고 있어요, 하고 그녀는 드로잉북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그녀가 명문고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교복에는 다른 지역에도 잘 알려진 유명한 명문고 마크가 박혀있었기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그녀는 여전히 드로잉북에 눈을 고정한 채 내게 물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겠지.”

“그럼 그 다음은?”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면, 다시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지.”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요?”

“은퇴를 하고, 좋은 곳에서 남은 생을 보내게 될 거야. 요즘은 실버타운이나 시설 좋은 곳도 많으니까. 편안하고 안락하게 나이가 들어갈 거야.”

그녀는 스케치를 멈추고 문득, 나를 바라보았다.

“결국 평생 교실을 떠날 수 없는 거군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스케치 소리만 카페 안을 빙빙 돌았다.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장 수상작이 전시된 곳으로 향했다. 그녀의 자화상이 전시장 한 쪽에 걸려 있었다. ‘미완성’이라는 제목을 가지고서.

언제인가, 그녀가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미완성은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포기할 수 없어서 붙잡아 놓은 것이라고.

 

순례길 위에서, 성지가 얼마 남지 않은 마을 알베르게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미성년자였던 그녀였지만, 그날 그녀는 공짜 와인을 진탕 들이켰다. 내가 말려서야 그 기세가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이미 그녀는 잔뜩 취해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매일 반복되는 하얀색, 회색, 검정색 같은 교실 벽면 말고. 텅 비어있는 그런 것들 말고. 교실 바깥에 있는 산뜻하고 신선한 것들을 그리고 싶어요. 내 마음을 온통 빼앗는, 자기 자신만으로도 눈에 띄는 그런 색들을 그리고 싶어요…….”

서늘한 밤공기를 뚫고, 그녀가 와인 냄새를 잔뜩 풍기며 말했다. 그 다음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모님, 선생님 모두 안 된다고만 해요. 편안하고 안정적인 게 휠씬 낫다고. 교실 바깥은 너무 위험하고 힘든 곳이라고. 교실 밖 풍경은, 그 찬란한 경치들은 모두 허망한 것이라고.”

그녀는 서럽게 울었다. 마셨던 포도주를 몽땅 뱉기라도 하듯.

 

그녀는 결국 명문대 자연과학대학에 들어갔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내게 다시 한 번 더 순례길을 걷자고 제안했다. 종강을 한 그녀와 나는, 추운 겨울 곧장 스페인으로 떠났다. 산티아고의 길은 하얗게 젖어있었다.

“대학교는 어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데, 편할 리가 없죠.”

산 속 마을 알베르게에서 그녀와 나는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래된 난로 앞에서 몸을 녹인다. 이 난로가 얼마나 많은 순례자들의 몸을 녹였고, 따뜻한 물을 끓여 순례자들의 목을 축였을지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상관없어요.”

“뭐가?”

“제가 입고 싶은, 저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을 거예요.”

그녀는 슬며시 웃었다.

“이번 순례길을 다 걷고 나면, 지금 다니는 대학교, 그만둘 거예요. 다시 미대 입시 준비하려고요. 교실 안에만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니까. 공허하게 덧칠 되어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니까. 무심코 창문으로 시선을 던졌을 때,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될 거예요.”

그녀는 단숨에 말했다.

“걷고 있던 길 위를 벗어나는 건, 많이 힘들고 위험할 수도 있어. 아니면 네가 원하던 것들이 그려지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야. 많은 사람들이 걷는 길에는 이유가 있단다. 정말 그 길을, 그 풍경 속을, 그 교실을 떠나도 괜찮겠니?”

나는 말했다. 그녀를 아끼는 마음에,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어떻게든 합리화 시키려는 마음에.

“결국 길 위를 걷는 것은 저잖아요. 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길을 걷는 제가 중요한 거죠.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저를 위해 고생하고 계신다는 거 알아요. 잘 알아요. 하지만 이 모든 건 부모님과 선생님의 그림이지 제 그림이 아니에요. 그건 나일 수 없는 거구요. 그래서 이번엔 당당히 제 손으로 그려 나갈려고요. 직접 제가 걸어갈 길을, 제가 있고 싶은 풍경을 조금 서투를 수도 있지만 그려 내려고요.

후회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유로운 저로서 후회하는 건, 두렵지 않아요. 결국 그 후회조차 나 자신일 테니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을 모두, 지금껏 내가 살면서 소리 높여 말하지 못했던 말들이었다. 나 또한 형형색색 빛나는 삶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녀를 기다리는 길이 풍부한 색들로 가득차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길 위를 걸으면서 많은 색을 보렴. 그리고 너의 색을 찾아 그리렴.”

그녀의 얼굴에 따스한 햇살이 드리웠다. 활짝 웃는 그녀. 미완성이 완성되어 가는 경이로운 순간을 나는 선명히 보았다. 그녀는 점점 스페인의 여명을 받으며 교실 밖 풍경이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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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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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의 그림자

 

밖과 안의 경계를 선명하게 가르는
저 투명한 유리병에게도
그림자가 있다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시간의 품 속에서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가는
그림자가 있다

 

아무리 투명하고 깨끗한 유리병 조차도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고
사라질 때까지 불투명한
그림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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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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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을 쓰는 청소년입니다.

조용히 혼자서 쓰고 만족하면서 지냈는데, 막상 이렇게 글 쓴다고 가입하니 쑥스럽네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자연스레 글 쓰는 데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읽는 것보다 쓰는 양이 더 많아져서 균형을 맞춰야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인으로는 나희덕 시인과 한용운 시인을 가장 좋아합니다. 소설로 따지자면, 파울로 코엘료를 가장 좋아하고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중학교 1학년 때 읽었는데, 정말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때 받았던 충격들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에쿠니 가오리도 좋아하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는 매달 한 번씩 읽을 정도로 끼고 살고 있습니다.  한용운 시인의 시집이나 나희덕 시인의 시집 등, 시집도 좋아합니다. 짧고 간결한 게 좋죠. 문제는 책을 편독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비문학은 거의 읽지 않고 문학만 주구장창 읽어대고 있는데, 언젠가는 고쳐야겠죠. 무엇에 치우친 건 좋지 않으니까요.

일단 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이랄까요. 비현실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이러나 저러나 저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니, 긍정적인 내용이든 부정적인 내용이든 허구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속 읽고 있고, 그래서 계속 써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필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본다거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글을 볼 때면 참 좋죠. 하지만 저는 수필을 보는 것보다는 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수필을 쓸 때 너무나도 솔직해지기 때문에, 수필을 다 쓰고나면 해방감을 느낍니다. 일종의 고해성사 같은 것이죠. 이게 글을 쓰는 순기능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느낌.

비평같은 건 한 번도 본 적도, 해본 적도 없습니다. 여기에 비평을 쓰는 곳도 있던데, 보면서 알아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글들을 블로그 같이 편하게 올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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