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수
폭풍우 치는 밤에 [1]

베게에 머리를 눕히고 눈을 감으면   창밖에서부터 비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밤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새벽을 적시는 빗방울   나는 깊은 꿈의 바다에 잠겨가고 그대는 별이 있는 하늘로 높아져간다.   깊게 더 깊게 빛이 도달하지 못 할 심해를 향해   높게 더 높게 구름을 넘어 저 하늘로   창밖 폭풍우가 지나가는 소리가 서서히 희미해지고   두 사람이 꿈에 잠기고서야 하루가 끝났다고 밤이 속삭였다   우레 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어도 바람이 바다를 헤집어놔도   두 사람은 그 폭풍우 소리 속에서   자장가도 없이 평온하게 그립게도 잠들었다

폭풍우 치는 밤에
/ 2019-12-25
리액수
고향별 비치는 바다

    고향 멀리 떠나와 이 자리에 뿌리 내렸다   다신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린 그 땅에서부터 불어오는 찬바람은 내게 그리움만을 전하곤 다시 멀어져간다   다른 사람들 다른 풍경들 그리고 다른 기억들   고향과는 무엇 하나 같은 것 없는 이 자리서 보이는 저 먼 바다   갈길 없는 파도소리만 들려오는 그 밤바다는 그 바로 위 밤하늘을 비추는 거울 하나   고향의 하늘보다 적은 별들을 새긴 저 구름 너머를 비추어 그 개수를 맞추었다   다른 별들 다른 하늘 다른 바다   기억의 너머와는 무엇 하나 같은 것 없는 이 자리서 보이는[…]

고향별 비치는 바다
/ 2019-12-25
리액수
편지 [1]

1. 내가 여행 도중 어느 항구에 이틀 정도 머물게 된 일이 있었다.   원래 나는 그 항구에 머물 계획이 딱히 없었다. 나는 마음만 같아서는 다음 행선지로 빨리 출발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참이었다. 바다에 폭풍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날씨는 정말로 한없이 맑아 보였다.   들리는 말로는, 맑아 보이는 건 항구 주변뿐이라는 것 같았다. 어선들이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어장이나, 내 다음 행선지까지의 여로는 지금 폭풍이 지나가고 있다는 듯했다. 눈을 찌푸리며 수평선 쪽을 노려보니, 먹구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편지
/ 201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