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 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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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두리안을 숨긴 조그만 아이 – 나는 네가 싫다
네 검은자와 덧니가 거대한 열대풍 음모를 꾸민다
달큰한 구아바 심장을 훔쳐내야 해!
허둥지둥하는 사이 와앙 베어물면
목구멍을 타고 저절로 미끄러져들어갈 거야
.
엉망진창의 웻 드림
적도의 태양 아래 자라날 수 있는 것은 야쟈수 뿐이다
.
구아바 데이드림
코코넛 댄스
망고 매직
바나나 스플래쉬
아오이 애플
.
애플 들키지 말아줘
날 위해 끝까지 허언의 초록 스콜을 내려 줘
.
열대의 밤은 짧고 템포를 절뚝이는 두리안 나이트메어
끈적한 손가락과 번뜩이는 향을 남기고
구아바 새벽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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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라이카와 외계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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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조르는 라이카의 공전주기는 3초에 1번
날짜가 벗겨진 안식일 버려진 도시의 교회당에서
왼쪽만 들리는 이어폰의 발랑까진 피복 아래로

찌릿한 통신을 시작한다
.
날 데리고 가 외계천사
버블검도 희게 바랠 지구의 오후에서
목사님 입냄새같은 이 사차원에서
파슬리같은 곱슬머리를 흔들며 착륙해
산성비처럼 찬 열한 개 촉수로 내 손발의 십자나사를 풀어줘
.
난 열렬히 기도할 땐 찔끔 눈물을 흘릴 줄도 아는
영민한 아시안 소녀형 안드로이드
그러니까 날 데리고 가 외계천사
라이카의 흔들리는 꼬리가 꾸는 꿈이 다 녹슬기 전에
내 달콤한 전자음이 주파수를 잃어버리기 전에
.
아멘 기도는 이렇게 끝내야 한다는 걸
난 축축한 메모리카드를 더듬어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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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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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반짝거리는 걸 좋아해. 물 안에 헤엄치는 개구리를 좋아해. 해에 비추면 다른 색이 되는 돌들을 좋아해. 털을 간지럽히는 히비스커스 줄기를 좋아해. 숨바꼭질을 좋아해. 별명으로 불리는 걸 좋아해. 그 언젠가 용감한 사람이 선물해준 노래책을 좋아해. 여름을 아주 아주 좋아해. 작은 아이들에게 이름을 불리는 날이면 풀숲에 숨어 인광을 빛낸다. 아이들처럼 작은 목소리로 아는 노래는 다 불러준다. 그르르르렁. 한여름 담력훈련에는 으스스한 역할이 필요하니까. 겁 많은 아이가 흘리고 간 빨간 리본을 주워 뾰족한 귀에 매어본다. 하지만 곧 바람이 달려온다. 쓸쓸한 온기들이 점점이 미소짓는다. 그르르르 웃으며 휑한 벌판의 새벽 가로등 수를 세며 아침에 만들었던 무지개를 떠올리며 리본이 얼마나 약하고 부드러웠는지 기억하며 너무 작은 사람들의 웃음에 대해 생각하며 몽유병에 걸린 꿈들에 대해 생각하며 가끔은 코를 골며 세상 마지막 남은 멋진 진흙탕 늪으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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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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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멍을 주무르다가 하늘 높이 던졌다가 가지고 놀다가 이게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는 사람 있나요 자일리톨처럼 상쾌하게 잊어버렸지 번쩍 하고 성화처럼, 커다랗게 보이는 이처럼 환하게 한 발이 딛고 있을 때 다른 발이 땅에 닿으면 안 된다 오늘부터 새로운 춤 전날의 그 무엇도 알지 못하는 춤 마침표 없는 문장들이 빙글빙글 돈다 다시 정한 생일의 피날레 폭죽이 되어 펑 펑 펑 퐁퐁 향기나는 머리칼을 파고드는 와하하학학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거미줄을 놀리는 나비가 되어 웃음이 나는 마취가스가 되어 go go go go go go go go 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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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죽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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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우리는 토론했다
영원히 끈적한 책걸상과 영원히 투명한 블라우스에
작별인사를 고하는 방법을
.
엄마도 아닌 여자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립글로스를 선물했는지에 대해서도
.
쿠키와 민트 향이 나는 입술을 쭉 내밀어 보며
나는 그녀가 다음 여름에도 행복하기를 바랐다
.
바나나가 멸종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바나나빙수를 시켜먹었다
우리에게 무심한 것은 죄가 아니었다
.
불꽃놀이처럼 주제가 휘익 퍼엉 교체되고
며칠 째 가방에 넣어둔 귤이 무서워서 들여다보지 못할 때에
우리는 항상 용서받았다
모두들 여름을 죽이기가 으레 그렇다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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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기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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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보는데 2일 남았어요 공부하기 너무 싫어요
내일 보는 과목 3개 중 2개를,,오늘 처음 펴보는데 ㅎㅎ
고3이고 수시만 믿으면서도 이러고 있어요 그래도 마지막 내신이라서 반쯤은 기쁜데요
고3이라는 이름이 힘들기보다는 그냥 하기 싫은 공부를 그래도 해야 한다니 싫고
정말 모르겠네요 저는 고2때보다 딱히 공부를 하고 있진 않은데요…
그런데 정말…그럼에도 불구하고 고3은 왜 힘든걸까요 고3이라는 것에 뭔가 이상한 마법이 걸려있는 걸까요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 경쟁사회와 문제집 무게에 눌려있는 나
이런 진지하게 우울하고 불만스러운 마음 보다는…
아 공부하기 싫다 놀고 싶은데 (어쩌다 보니 놀고 있잖아 음,망했군)
이런 마음이 드네요 으앙…제발 수능 안 보면 안될까요 ㅎㅎ ㅠ

그래도…다들 시험기간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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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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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도 이제
착한 아이가 되어가고 있나봐요
.
등 뒤에
새로 나려는 이가 간지러워요
셔츠로 꼭 싸매고 있을게요
깨끗해진 손톱 아래로
작은 싹이 자라고 있어요
날카로운 것은 가져다 대지 않을게요
.
배운 것들을
기억하기 시작했어요
.
오늘은 논리학을 공부했어요
.
꽃잎은
못생긴 소녀들의 배중률
다섯 장 봉선화는
p부터 시작할까요
.
짓이겨 달아난 자리마다
좋아한다,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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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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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깐만

지금부터 글자들을 외면할 거야

안그러면 말이지 얘네

슬금슬금 내 위

로 올라타

마침내

내가

갇히고

싶지 않아

도망칠 거야

여기 이 새처럼

반쪽 짜리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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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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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어요 감추고 감추고만 싶어
흘리고 싶어요 틈새로 조그맣게 흘려
꿰메요 할머니 만들던 한복처럼 꿰매
죽여요 괴로워 괴로운 벌레처럼 죽여
진짜가 뭔데요 잠시만 뭐라고요 그게
사람들 알아요 나한테 기대해요 뭐죠
비열한 시들을 써야지 형편없는 것들
다물지 못하는 시침질 기분나쁜 초크
차분히 있는법 몰라요 창피한건 알죠
원피스 입어요 립스틱 나도몰라 이젠
이것도 저것도 나예요 내거예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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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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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파도 앞에 서는 것은
내가 책상 앞에 앉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일까
갈매기처럼 한눈을 팔고
먼 바다의 소리를 초대한다
.
내 시는 계속 더 짧고 예쁘고 알아듣기 어렵게 될까
벙어리 아가씨가 뱉어내는 보석처럼?
방금 사용한 조잡한 상징과 은유처럼?
.
그러다 수많은 어린애들이 어리둥절해하며
호주머니에 난 구멍으로 흘리게 되었던 열매들처럼
발을 달고
지도도 없는 숲속으로 도망가버릴까
.
사라지는 것은 가벼운 것들이라고 믿었는데
모든 것들이 무겁고 복잡해진 채 들어앉았다
몸을 태워도 꼼짝하지 않는다
못된 내성이 생겼나보다
.
사실을 고백하자면 라이터를 켜지도 못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겁이 참 많으니까
.
이건 당신이 좋아하는 시가 아닐 것만 같다
그래도 아직은 붙잡아놓을 수 있었던 내 시다
.
밀물은 그물을 친다
사이사이로 사랑했던 내 단어들이 잡혀간다
썰물이 이것들을 거두어가면
다음의 달은 돌려줄 기력이 있을까
.
열여덟으로 열아홉으로 불렀던 날들은 지나는 걸까
어떻게 지날 수가 있는 걸까
모래성 꾸몄던 조개껍질 조각만 남겨놓고
나 혼자만 남겨두고 터벅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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