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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관찰" – "당신 인생의 이야기(2016)을 읽고" [1]

과학 소설은 허구를 그리는 소설이라고 흔히 이해한다. 나도 이 책을 처음 읽은 작년 그렇게 생각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그려보는 허구의 세계. 하지만 1년이 흘러 이 책을 다시 보게 된 나는 이 단편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발견해 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식"이었다. 브라운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한 대만계 미국인 테드 창의<당신 인생의 이야기>(2016)는 하드 sf 단편집이다. <바빌론의 탑>, <이해>, <영으로 나누면>,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두 글자>, <인류 과학의 진화>, <지옥은 신의 부재>,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로 총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말했듯, 이 단편집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내가 전에 찾지 못했던[…]

"인식의 관찰" – "당신 인생의 이야기(2016)을 읽고"
/ 2021-08-05
53 청소년문학상 관련 질문이 있습니다. [1] GLOBE 2021-05-30 Hit : 262 GLOBE 2021-05-30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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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경상 [1]

※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폭력, 자살, 자해 등)

요즘은 잡지 속 헐벗은 그녀의 모습 속에서도 진실은 찾을 수 없어요. 인터넷으로 검색한 관광 명소는 고작 1시간의 눈요기일뿐이고요. 나는 아파트 단지 구석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 자주 비를 기다려요. 가우디의 건축물도, 그랜드 캐니언의 웅장함도,  이세신궁의 고적함도 아니에요. 단지 아파트 외각 누군가의 담배 꽁초를 보며 생각하는거에요. 비라도 내려서, 담배 꽁초 꼭지의 그 실낱같은 불꽃을 짓밟았으면 하고요. 처절하게 소리치지도 못하겠죠. 그렇게 꺼져 버리겠죠. 그랬으면, 그래버렸으면 하고 바라는데.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 앞에서 자살 이야기를 하다니, 마냥 유쾌하게 넘어가는 주제는 아닌가봐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밧줄을 숨겨야겠어요. 튼튼한 것을 골라 자랑하려던 계획이 틀어졌어요.  […]

심야경상
/ 202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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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아버지 [1]

가끔은 내 많고 많은 마음들이 서로를 끌어당겨 나는 이따금 괴로워진다. 그 모난 작은 마음 하나에 비어있는 내 가슴, 흐린 불꽃이 터진다.   그것은 조금식 선명해지며, 단순해지며, 뒤틀리며 퍼져나간다.   나의 우주는 좀처럼 고요하지 못하다. 가청 주파수가 없다고 침묵은 아니다. 단언하건대, 나의 우주는 고통스럽게 요동치고 있다.   너의 작은 마음 하나가, 오롯이 나의 마음이고 나는 긍정의 너를 받을 수 있는 긍정이다. 우리는 우리로써 한 쌍의 긍정과 부정을 이룰 것이고 환희는 빛을 타고 날아가 머나먼 그 곳 어둠에 축복을 내릴 것이다. 기쁨을 내릴 것이다.   나의 우주는 나의 아버지의 것이다. 이젠 그[…]

모든 것의 아버지
/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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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1]

본래 승패에 뜻이 없었다. 그 연속성에서 무의미함을 찾았기 때문이다. 허나, 윗목이 겨울에 쓸쓸하고 아랫목이 여름에 우울하면 그 어리석음에 주먹을 아니 쥘 수 없다. 출전이오, 출전 젖은 사랑방에 분노하는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모순이다.

출전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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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書 [1]

오 창백한 나의 방 나는 순백이 두렵습니다 한치의 숨김없이 눈을 멀게하고 한치의 거짓없이 눈을 뜨게합니다   창백한 나의 방에서 가끔은 빗소리도 듣고싶습니다 빗방울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죠 이곳에 오면 나도 위아래를 구분할 수 있겠죠   나는 이곳에서 잠이 올때 잡니다 끊임없는 낮인지, 백야인지 알 수 없기에 원하는만큼 자고 또 깨어있습니다   모든게 꿈이라면 엄마가 방문을 두들겨주었으면 또 나의 창백한 상상입니다 언제나 창백한 나날입니다

白書
/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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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유리 [1]

 세상 모든 색을 섞고 또 섞으면 무지개가 아닌 검정색이 나온다. 녹색 도자기 컵에 검고 검은 커피가 흘러 들어왔다. 이어 각설탕 두 조각도 흑해로 뛰어들었다. 퐁당 소리가 그러듯 각설탕에 커피가 스며 들었다. 그것은 천천히 또 미련없이 심해로 내려갔다. 그 짧은 컵의 밑바닥도 보이지 않았다. 컵에서 나의 손으로 미세한 흔들림이 전해졌다. 무언가 밑에 닿았다. 나는 그것이 각설탕이라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이 어둠으로 사라진 순간부터 나는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다. 존재의 여부도 확실하지 않았다.  나는 컵을 들어 입술을 가까이했다. 안경에 희뿌연 김이 서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손에 감각이 없었다면[…]

흑색 유리
/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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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의 무지개 [1]

나그네는 면죄부가 없다 내일이면 곡식과 사라질텐데 그 누가 좋은 집을 내어주겠는가   나그네는 늘 불평하고 불편해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그네일 이유 없다 무지개를 향해 뛸 이유 없고 마을에 불 지를 이유 없으며 뭉쳐다니며 부녀자를 팰 이유 없다   Over the Rainbow 꿀단지라도 있을 줄 알까 꿈 단지 꾸는 것일까?   레밍은 결국 죽는다 몇 레밍도 알지 모른다 시작은 부녀자들이다 레밍에게 곡식을 내주지 말라 당부는 잊은 그들이다   무지개에 홀려버린 것이다 다들 신발을 신는다   레밍의 수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우리는 마을에 남을 것이다 무지개를 태워야한다 허상을 벗겨야한다

레밍의 무지개
/ 202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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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1]

 그의 잔은 비어있었다. 그가 컵을 돌릴 때 마다 얼음들은 자신의 과거와 섞여 이리로 저리로 움직였다. 그는 두꺼운 유리컵에 약간의 동정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죽 케이스에 들어있는 주문지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어리버리한 직원이 가격을 이야기했지만, 그는 잘 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대강 자신이 예상하는 가격을 조금 웃도는 지폐를 내려놓았다. 잔돈은 가지라며. 어리버리한 직원이 어리버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계산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눈이 내렸다. 세차게. 아주 세차게. 그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조용히 걸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추위에 몸을 떨었지만, 그는 눈에게도 무뚝뚝했다. 눈은 그 차가운 마음이 더 차가워졌는지 더[…]

얼음
/ 2021-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