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엔 티누비엘
제목 미정 [2]

길 가에 어여삐 솟아난 꽃 한 송이. 생각 없이 걷다 밟아버렸다. 푸른 산 속 작은 풀 한 줄기. 너무 많아 있는지도 몰랐다. 하늘 지나가는 구름은. 매일 같기에 지나가는 것 조차 알지 못하며. 어딘가 빛나는 별 조각들. 하늘을 보지 않아, 빛나는지 빛나지 않는지 잊고 사노라. 항상 거닐던 세상에.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다 말하여도 결국 저만 생각 할 것을. 눈물 한 방울에 사라질. 나라는 인간에 의미란 있는 것입니까.

제목 미정
/ 2021-05-17
루시엔 티누비엘
그 어딘가의 [1]

모두에게. 어디든 가십시오. 자유로우니까요 언제든 돌아오십시오. 기다릴테니까요 가실 때는 무엇이든, 걱정은 두고 가십시오. 돌아오실때는 무엇이든, 기억해 주십시오 좋은 것이었으면 합니다. 어떤 선택이든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었으면 합니다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바랄 뿐입니다. 고마운것, 미안한것. 이런저런 마음이 많지만 모두에게 전할 수는 없기에. 이렇게 말해봅니다. 언제든 다시 돌아오시라고 언제든 기억해 주시라고 잊지 말아 달라고.. ㆍ ㆍ ㆍ ㆍ 잊지 않겠다고, 제게 소중한 사람이었다고. 모두에게 전합니다. 내게서, 언젠가 떠나간 언젠가 떠나갈. 헤어지는 모든 이들에게 드리는 글.

그 어딘가의
/ 2021-04-13
루시엔 티누비엘
바보 [2]

언젠가부터 멈추었던 걸음 한발짝이라도 내딛던 작은 불씨는 언젠가부터 빛을 내지 않아 다시 마음을 다잡아도 잠시. 다시 꺼진 불꽃은 엉뚱한 곳에서만 반짝이는구나 의욕없이 움직인지 오래. 아니, 살아온 날이 얼마 되지 않으니 잠시. 열정없이 움직인지 오래. 살아온 날에 비해 오래. 타오르는건 가끔. 엉뚱한 곳에서만 가끔. 다시 또 다시 멈추었던 걸음을. 차가운 불씨를. 제자리에 서서 생각만 했던. 되살리기 보단 그저 끌고만 갔던. 나는 아직도 여기에

바보
/ 2021-04-12
루시엔 티누비엘
편지 [2]

안녕, 잘 지냈니. 오랜만이야. 혀 끝에 머물던 한마디를 결국 뱉지 못한채. 그 작은 용기를 결국 건네지 못한 채. 속으로만 되뇌어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던 나의 소중한 사람아. 보고싶었어 많이 변했구나 너도 나도. 그때의 시간은 그대로 간직한채 많이 자랐구나. 서로를 알아보았음에도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했고 눈이 마주쳤음에도 살짝 웃어주지 못했던 우리. 그 거리만큼 시간이 지난것이겠지. 싸운것도 아닌데 서서히 멀어져 이제 기억만 남아버린 우리의 사이는 앞으로도 인사 한번 못하고 지낼 그런 사이는 아닐까. 친한 이들이 아니면 잘 다가가지 못하던, 날 대신해서 반갑게 인사해주던 너였는데 그때 그 일로 변한것 같아 조금 안타깝고 나는 있는지도[…]

편지
/ 2021-04-08
루시엔 티누비엘
별거 아닌 [2]

신선한 공기의 색. 입가에 닿던 바닷바람 색에 작별 인사를 보낸다 가벼울 수 없던 인사를. 초록 길을 걷던 그 때엔 보이는 것들이 전부였고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 소중히 빛나던 시절. 가장 아름다웠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성한 곳 없던 나의 앞길은 실패만 가득할줄 알았건만 작게 빛나는 별이 나를, 가없이 흘러가던 나의 앞길을. 여전히 비추고 있더라. 우울했던 날들은 수도없이 많았고, 작별 인사를 보낼 준비를 한 적도. 내 마음의 가장자리에 서서 울어본 적도 있었지만 명료히 빛나던 예전의 행복이 작금에도 있다는걸 알았으니, 그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던 이에게. 작별인사 대신 안녕이라는 행복을 빌어본다. 가장 소중한[…]

별거 아닌
/ 2021-04-08
루시엔 티누비엘
빗물 내음 [1]

똑. 또독. 토도독. 빗물이 삼킨 날. 나를 가두던 창문을 열면 바람이 실어주는 빗물 냄새. 흔들리던 나무 냄새. 풀 냄새. 차갑고 무게있는 공기가 나 대신 울어주던 냄새. 숲 내음. 빗물이 모든걸 삼킨 날 바람따라 흘러오는 빗물 냄새. 상쾌하지만 울적하던 냄새. 맘이 시려 닫아버릴 수 밖에 없던 속 깊은 냄새. 푸른 하늘을 닮은 향. 빗물 냄새. 빗물 내음.

빗물 내음
/ 2021-01-22
루시엔 티누비엘
떠돌이 [1]

빛이 있는곳을 찾아 떠돌다 헤매인 시간이 너무 길어 지치고 또 지쳐 빛을 보아도 뛰어가지 못해 그토록 바라던 빛이었는데 이젠 그 설레임이 없어. 빛을 찾아 어둠을 떠돌다 어둠에 익숙해져. 빛을 찾는다 해도 이제는 빛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걸. 저 푸른 바다 아래 감추어진 어둠. 그 아래에서 솟아 올라 빛을 찾아 날아가는게 꿈이었지. 빛이 있는곳을 찾아 떠돌다 헤메인 시간이 너무 길어 지치고 지치고 또 지쳐 이젠, 빛을 향해 움직일수 없는걸. 어둠에 익숙해져버린 떠돌이, 나그네는 점점 그 빛을 잊어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도 주변엔, 어둠뿐인걸. 나도 저 빛을 찾아 하늘을 날아가고 싶었지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을 닮은[…]

떠돌이
/ 2021-01-15
루시엔 티누비엘
시간의 강 [1]

바스락 소리나는 바닥. 기억을 걷다보면 흐르는 시간과 마주하게 되어. 반짝이는 추억들과 찰나의 순간들이 떠내려가는 시간이란 이름을 가진 강. 저 깊은 물 아래에는 어둠이 햇살에 녹아내리는 표면에는 반짝임이 단 한순간도 끊이지 않고 흐르는 시간의 강. 미처 잡지 못했던 기억 미련없이 놓아버린 기억 그 모든 기억과 찰나의 순간들이 맑은 물에 스며들어 저 먼 바다로 떠나는 곳 오늘도 강의 빛을 바라보며 잃어버린 기억들을 추억해 오늘의 이 추억 역시 기억들의 잔해로만 남겠지.

시간의 강
/ 2021-01-15
루시엔 티누비엘
무감각 [2]

피가 흘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이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도 헷갈릴만큼. 내가 가장 좋아하던 하늘을 보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손목에 붉은 후회가 하나둘 피어났다. 아프지 않았다. 가장 사랑하던 하얀 꽃도 잊고. 나도 잊고. 모든걸 붉게 물들이며 사라져갔다. 모든것이 사라져도 슬프지 않은건 왜일까.

무감각
/ 2021-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