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엔 티누비엘
여름 겨울

벌써 겨울인겁니까. 며칠 새에 계절을 다 보낸 것만 같습니다. 아직 여름이 남아있던 공기에 가을빛이 들었더군요. 정신을 차리니 겨울이 가을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기나긴 이 계절이 다시 지날 때 즈음 되면, 봄은 가고 다시 여름이겠네요. 이 계절들은 왜 이리도 긴지. 이 계절들은 왜 이리도 빠른지요. 나는 가만히 서서 흐려져만가는데 여름 겨울 계절의 빛은 짙어져만갑니다 .

여름 겨울
/ 2021-10-14
루시엔 티누비엘
부탁 [1]

저기 저 기쁨을 노래하는 이들이여 내게 웃음 좀 빌려주오 주변에는 기쁨이 많은데 마음이 복잡하여 나오질 않으니 원없이 웃어보면 나을까 그 웃음 좀 빌려주오 저기 저 소망을 노래하는 이들이여 내게 웃음 좀 빌려주오 기쁨의 말을 잊은 벙어리가 한 수 배우려 하니 내 마음의 밝은 이야기를 노래하는법 좀 가르쳐주오

부탁
/ 2021-09-30
루시엔 티누비엘
[1]

꿈은 깨어졌다. 눈 앞에 아른거리던 웃음은 없다. 거기 너 아이야 네가 말해주려니, 내가 웃고 있다고 그래 너 아이야 네가 전해주려니, 내가 울고 있다고. 시간이 묻은 자리에는 꿈을 묻는 이 밖에 남지 않았구나 네가 사는 세상에 이 소식 전해주겠니. 영혼 없는 불빛이 깜박이는 거리에도 풀은 자라리라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거리에도 빗물 한 방울은 떨어지리라 그리 꿈꾸던 아이는 꿈에서 깨고 말았다고. 네가 전해주려니, 내 기억을 가진 네가.

/ 2021-09-23
루시엔 티누비엘
해(害)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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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조각 떨어지는 꽃잎 하나, 둘. 흰 담벼락에 세월을 묻히듯 느리게 광기어린 파도처럼 한순간에 무뎌서 베이는지도 모르는 칼은 피부 위를 스치는구나 조각조각 떨어지는 꽃잎 한 방울, 두 방울 손가락 끝의 칼날에 꽃잎이 떠네

해(害)
/ 2021-09-16
루시엔 티누비엘
제목 미정 [2]

길 가에 어여삐 솟아난 꽃 한 송이. 생각 없이 걷다 밟아버렸다. 푸른 산 속 작은 풀 한 줄기. 너무 많아 있는지도 몰랐다. 하늘 지나가는 구름은. 매일 같기에 지나가는 것 조차 알지 못하며. 어딘가 빛나는 별 조각들. 하늘을 보지 않아, 빛나는지 빛나지 않는지 잊고 사노라. 항상 거닐던 세상에.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다 말하여도 결국 저만 생각 할 것을. 눈물 한 방울에 사라질. 나라는 인간에 의미란 있는 것입니까.

제목 미정
/ 2021-05-17
루시엔 티누비엘
그 어딘가의 [1]

모두에게. 어디든 가십시오. 자유로우니까요 언제든 돌아오십시오. 기다릴테니까요 가실 때는 무엇이든, 걱정은 두고 가십시오. 돌아오실때는 무엇이든, 기억해 주십시오 좋은 것이었으면 합니다. 어떤 선택이든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었으면 합니다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바랄 뿐입니다. 고마운것, 미안한것. 이런저런 마음이 많지만 모두에게 전할 수는 없기에. 이렇게 말해봅니다. 언제든 다시 돌아오시라고 언제든 기억해 주시라고 잊지 말아 달라고.. ㆍ ㆍ ㆍ ㆍ 잊지 않겠다고, 제게 소중한 사람이었다고. 모두에게 전합니다. 내게서, 언젠가 떠나간 언젠가 떠나갈. 헤어지는 모든 이들에게 드리는 글.

그 어딘가의
/ 2021-04-13
루시엔 티누비엘
바보 [2]

언젠가부터 멈추었던 걸음 한발짝이라도 내딛던 작은 불씨는 언젠가부터 빛을 내지 않아 다시 마음을 다잡아도 잠시. 다시 꺼진 불꽃은 엉뚱한 곳에서만 반짝이는구나 의욕없이 움직인지 오래. 아니, 살아온 날이 얼마 되지 않으니 잠시. 열정없이 움직인지 오래. 살아온 날에 비해 오래. 타오르는건 가끔. 엉뚱한 곳에서만 가끔. 다시 또 다시 멈추었던 걸음을. 차가운 불씨를. 제자리에 서서 생각만 했던. 되살리기 보단 그저 끌고만 갔던. 나는 아직도 여기에

바보
/ 2021-04-12
루시엔 티누비엘
편지 [2]

안녕, 잘 지냈니. 오랜만이야. 혀 끝에 머물던 한마디를 결국 뱉지 못한채. 그 작은 용기를 결국 건네지 못한 채. 속으로만 되뇌어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던 나의 소중한 사람아. 보고싶었어 많이 변했구나 너도 나도. 그때의 시간은 그대로 간직한채 많이 자랐구나. 서로를 알아보았음에도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했고 눈이 마주쳤음에도 살짝 웃어주지 못했던 우리. 그 거리만큼 시간이 지난것이겠지. 싸운것도 아닌데 서서히 멀어져 이제 기억만 남아버린 우리의 사이는 앞으로도 인사 한번 못하고 지낼 그런 사이는 아닐까. 친한 이들이 아니면 잘 다가가지 못하던, 날 대신해서 반갑게 인사해주던 너였는데 그때 그 일로 변한것 같아 조금 안타깝고 나는 있는지도[…]

편지
/ 2021-04-08
루시엔 티누비엘
별거 아닌 [2]

신선한 공기의 색. 입가에 닿던 바닷바람 색에 작별 인사를 보낸다 가벼울 수 없던 인사를. 초록 길을 걷던 그 때엔 보이는 것들이 전부였고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 소중히 빛나던 시절. 가장 아름다웠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성한 곳 없던 나의 앞길은 실패만 가득할줄 알았건만 작게 빛나는 별이 나를, 가없이 흘러가던 나의 앞길을. 여전히 비추고 있더라. 우울했던 날들은 수도없이 많았고, 작별 인사를 보낼 준비를 한 적도. 내 마음의 가장자리에 서서 울어본 적도 있었지만 명료히 빛나던 예전의 행복이 작금에도 있다는걸 알았으니, 그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던 이에게. 작별인사 대신 안녕이라는 행복을 빌어본다. 가장 소중한[…]

별거 아닌
/ 2021-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