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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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가지지 않을 것. 다시 쥐고 흩뿌렸다. 사금파리가 공중을 걷는다. 아직, 벽에서 기어 나오는 것들. 너는, 또 암벽을 등진다. 빛을 바닥에 눕힌다. 그 양식은 너만 안다. 아주 () 숨을 쉰다. 무호흡증인 것처럼. 그러나 호흡을 흉내 내는 것이다. 숨이 변질되고 있다. 넌, 그리고 아주 가만히 있다.

 

이른 흰 봄의 병상에서 손톱을 깎으며 놀았다. 해도 함께 깎았다. 낙낙한 시취를 들이켰다. 썩은 장송들이 나란히 걸어왔다. 너는, 또 병상을 등진다. 이제 발목으로 호흡할 수 있다. 그러나 봐, 우리의 가시에 닿지 않는 것을.

 

(저 구름 위에는 우리의 가시에 닿지 않는 것이 있단다.)

 

영영 밖을 바랄 것.  심해에 가라앉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망자처럼. 그러나 봐, 난 죽일 수 있다니까. 놓고 얘기하자. 비잔틴의 새로운 덥스텝. 속에서 잉태한 사랑니. 불투명한 올리브 손톱. 박탈감은 너만 느끼지 않아. 그러나 봐, 또 구멍을 뚫어. 비숍의 ()로 내가 트윈이 된다면. 구토하는 장송들과 나란히 쓰러지는 헤세드. 봐, 이제 고막을 주지 말자고.

 

대신. 우리의 가시에 닿지 않고

연명할 수 없는 것들에게 묵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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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주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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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야, 내일은 손금이 발바닥으로 옮겨 갈 거래 이젠 손으로 걸어야 할까 지난밤 얇게 저몄던 복사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은 모두 장난이야 려야, 아름답지 않니, 거꾸로 걷는 사람은 사실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지 다리에 힘을 주지 않아도 괜찮지 팔만 붙든다면 인어공주의 꼬리가 없어지거든

 

려야, 이제 입이 하나 더 생기고 귀가 하나 줄어들 거래 네가 파렴치한이라고 욕해도 좋아 잊지는 않기를 바랄게 려야, 조잡한 밤에 널 재운 게 누구인지 기억하니 단단한 꿈의 안내자가 누구인지도 기억하니, 네가 잊어버린다면 난 아-주 행복하겠지 그 행복이 다리를 불릴 거야 부글부글

 

려야, 빈약한 품을 가득 끌어안는 거야 고요히 터져버린 버블버블, 그러면 네가 이긴 셈이야 괜찮으니까 다리를 뻗어 아직은 발이 손이고 손은 발이며 다리가 팔이고 팔은 다리며 귀가 입으로 바뀐 채라지, 그러니까 려야

 

(너는 나를 잊어서는 안 된다니까!)

 

려야, 요즘은 아주 환상적인 명분을 생각하는 중이야 환상 속에서 환을 키울 환상적인 환상의 명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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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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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외치지 않고서야 나는 왼손을 사랑할래

 

빨갛게 영사되는 법은 넘어가

우린 어뮤징 댄스, 튜튜를 원했는데

 

¹과한 하늘색을 입었어

이걸 좀 봐, 발가락이 간질거려

모래알이 가슴 가득 묻은 기분

 
살구색 두부 스틱은 얼마나 깨물 수 있을까

²여름날 오후 3시의 온도가 유독가스처럼 죄여오면

 

아주 좋아, 랄라에게 갈래

 

 

¹ 짙은 질감이고 혀에 감기는 게 나쁘지 않고 그러나 방독면의 대타가 되지는 못했어
² 한때 우리는 흉측한 향을 맡았어 장미의 환상인지 밤꽃의 무도인지 유독가스로 둔갑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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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str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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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의 도화지 위에서 춤을 춰요

머스터드 씨의 입안에서는 물감이 나와요 비켜줘요 곧 난도질 될 차례니까

 

물러서요

 

이를테면, 두 갈래라고 쳐요 실은 양 갈래도 좋아요 하나는 싫어요, 언제나 두 개를 사랑해요 꼭 붉은 장미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나, 노란색을 더 껴안고 싶죠

 

머리카락은 간지러워요 언제나 높게 묶으면 워닝, 워닝, 눈은 쳐다보지 말아요 언젠가 나, 노란 장미를 선물로 줄 테니까요

 

아는 척하진 마요
내일은 머스터드 씨를 부를 수도 있으니까

 

 

* Moon struck. (특히) 사랑에 빠져 이상하게 보이거나 미친 것처럼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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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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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에서 하늘이 터지면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을 깨물기로 했다 나는 벨의 치마 위에서 뛰었다 모두 이단자였다 구두소리는 묵음이었다 치마를 찢었다 케이크에게는 치마가 생겼다 시트러스의 홍차, 딸기 생크림 쿠키, 털 달린 케이크, 고양이맛 스프링클 머핀, 생장과 난행에서 거미와 아날로그가 파티를 열어줬다

 

 

3

 

 

 

 

이 찻잔을 버려줄래

내일이면 쓰레기 더미에서 잊혀질 텐데

 

 

2

 

 

 

무도회장은 침을 뚝뚝 흘리지

찻잔 귀퉁이에는 벨의 이름이 살아있어

 

 

1

 

 

 

막 도착한 파티장에서 무도회가 끝났다 벨의 드레스가 붉었다 레드카펫은 창백했다 무도회장은 벨을 삼켰다 찻잔은 묘비가 되었다 달콤한 밀고의 저녁은 누가 먹었길래

 

 

이 순간 야수의 발 밑은 전부 묘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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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서 묽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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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는 슬리퍼가 기어 다닌다

 

 

올리브는 벽을 뚫는다 속은 희다 흰은 떨어진다 벽에 붙는다 틈을 열고 들어오는 올리브들, 과연 묽고 따뜻한

 

 

올리브 슬리퍼가 기어 다닌다
바닥에는 올리브의 다리가 무수히 꺾인다 그의 처형인은 포크였다

 

 

올리브의 벽은 한 겹 얇아진다
( 묽어질 때야, )

 

 

해의 볍씨가 흰에서 출몰한다
기는 것의 위로 양육된 낱말이 쏟아진다 착종된다고 한다 하나는 수열을 뱉고 하나는 음계를 뱉고 오직 우아한 명멸을 가져 트윈인 올리브들

 

 

상인의 혓바닥은 뒤집는 게 좋을 거다
항아리에는 새 혀가 꿈틀거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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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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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린 한 몸이었다고 하자

 
같은 침대에서 살고 바닥에는 마른 꽃을 뿌리고 창문의 입은 닫아주고 흰 주름치마에서 낳은 흰 알들을 흰 손으로 듬성듬성 놓기로 했지 애틋하게 껴안은 알들

 
태풍에는 진득히 절여지잖아

 

왜 우리는 펑하고 터지지 않아

왜 우리는 폭탄을 키우는 중이지

 
그래서 J야 나침반을 봐 달의 숨구멍이 어딘지 해의 숨구멍이 어딘지 겨드랑이 뒤 목 뒤 발목의 뒤 아님 또 어느 것의 뒤인지 설마 우리 그림자의 뒤일까 영영 묶이는 곳의 좌표는 얘, 찍어야지
발가락들이 욕을 해도
창문에서 묽어지면

 

 

나이 수만큼 꽃을 꼽자 약속이야

 
그래서 J야 내가 *바톤을 쥐었거든
내일 나침반에서 찾아, 난간 위 지문을

 

 

* 누가 이 선로 중앙에서 제일 붉게 빛나는지 우리, 아무도 몰랐잖아 그래서 낮게 사랑하고 죽고 난간에서 얽히고, 그래서 내가 저 오로라를 밟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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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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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 출신의 콘크리트 침대에서 R이 자랍니다

 

금박 자수로 지구의 속눈썹 밑을 채워요 나는 저기에 있잖아, 아무나 사탕을 바라는 행성을 그리고 오겠어요 하여튼 우리의 열여섯 번째 계절이 낙하하는 중이니까요 어서 행성의 그림자를 덮어쓰세요

 

발버둥 치고 손을 풀고 알레그로, 허덕이고 견주고 배제하고

빼앗기면 총구를 겨누면 험악해지면 그러다 뿔 한 쌍을 키우면

 

낡은 단지가 기생하던 자리가 촘촘히 내려가요 펜을 들고 죽기에 딱 좋은 날씨, 선례는 없나요

 

R의 전언

 

좀 보드랍고 억울했고 샛노란 청년이

아직 목도리가 그리운데 말이야

어이 유리 아가씨가 다가오잖아

 

*R2, R2, 새빨갛게 포옹하는 두 송이들

 

 

 

*손톱 끝에도 R2가 내리려 듭니다. 햇빛에는 푹 절여지는 붉은 손들아 손들아, 어제는 또 보라가 되기도 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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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연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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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너 그거 들었니 앞집 골목 아재가 또 죽었다면서.

 

로 붓점을 찍는 알몸들의 대화

 

어깨에 듬성듬성 묻어있는 멍든 야수들을

좀 털어줄래, 상냥하게 말이지

 

네가 아랫집 아줌마 성대를

껴안고선

앞집에 좀 던져줘, 크게 말이지

 

베란다에서 절충되는 암전

 

방향제로 변질된 운하

나 아줌마를 본 것도 같은데

인어공주였는지도 몰라

 

내가 아는 달은 말이 많았어

추앙받는 레몬 맛으로 춤추던 그

 

얘, 너 그거 들었니 아랫집 아줌마가 죽였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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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 ro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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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의 코르크 마개가 뽑혀 네가 수증기에서 기거했다고 하자

사체는 선잠에 들었다고 하자

 

관이 욕조가 되고 물이 포도주가 되고

한 줌씩 훔친 살점이

코르크 마개가 되고 뼈가 오프너로

 

살갗에는 오프너의 빗금이 내렸다

 

욕조로 추락하면 포도주는 달아오르지, 불타는 우편마차

저길 봐, 새빨간 것들이 내려오지 내려오지 타일이 가득이지

 

( 사방은 허물의 오크통 )

 

파랗게 상승하는 포도주를,

거기 좀 깊게 부어줘 타일이 돌아가게

 

타일의 손상=상像의 손상

암암리에 맴도는 종말형의 공식

 

깨진, 타일, 의, 비명, 끊긴, 글자, 들, 금이, 간, 알아, 볼, 수, 없는,

 

너를어디에서나담을수있었어알고는있을까사실이손에는말이야네가다담겨있는걸

우편마차의행방불명을공표한우리의목소리목소리,목,소리,목,소,리,목…

 

( 금이 간 생전의 글씨가 온전할 수는 없다는데 )

 

일행의 옆을 봐

손상된 허물은 네 발에 밟힌 지렁이

언제 다시 붙을지 몰라

포도주가 되고 지렁이는 뱀이 되고 도마뱀이 되고

 

꼬리가 길군 허물이 되겠어

날름, 벗겨지는

 

타일이 붙는다는데

우리 또 부어버리는 거야

 

다만 피부가 갈라진 타일의 말은

사, 실은 말, 이 아,니 지 않을 까,

 

ㅈ, 즈, 증

증발하는 욕조의

 

알코올은 차가워서, 꼬리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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