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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18살로 왔는데 [1]

2런 벌써 그렇게 되었다 내가 무엇인지 세어보지 않았다 0원히 몰라도 되는 줄 알았다 단지 어땠는지만 헤집어본다 그제 본 0화는 예매를 안 했고 곧 볼 시험은 준비를 못 했다 3만 맴돌고 죽는 생각은 못한 채 9분도 안 가는 거울만 바라볼 뿐 한참 먼지가 아른거리며 속삭인다 2러니 저러니 하는 말을 노려보지만 그건 나보다 약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며 커갈 거랬는지 후벼팔 마음조차 남지 않았다 5늘은 어떻게 두드려 넘어뜨릴까 밤하늘의 별보다 빛나는 모니터를 보면 한 생각만 나를 채워 올라간다 18 시 쓸 만하다

내가 지금 18살로 왔는데
/ 2020-07-08
한바지
갑오징어 을낙지 [1]

언젠가 별을 보곤 했다 빛을 쫓는 오징어들이 수근거렸다 크게 될 거야 크게 될 거야 만선이다 땅꼬마도 빛을 셌는데 언젠가 털과 이가 빠진 나는 낙지가 되어 심해를 기어갈 것이라 읆조렸다 만선이다 그렇다면 난 대왕낙지가 될 거라고 그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거라고 빌어먹을 주둥이가 먹물을 내뱉었다 만선이다 모두 말랑거린다 부드러운 입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어 그저 잿물이 흘러나올 뿐 오래전에 벗어버렸던 갑옷이 아른거린다 만선이다 가끔 오징어 틈으로 낙지가 말려온다 해류보다 가벼운 축하가 올려세웠다 그럴 때면 별로 흥겹지 않게 만선이다

갑오징어 을낙지
고인환 /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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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잡음 [1]

똑 딱 똑딱 또 똑딱 소리가 침대 위 나를 두드립니다 귓바퀴를 꿈틀대며 헤아려 봅니다 철커덕은 낡은 시곗바늘의 소리 후두둑은 여름 소나기의 소리 스르륵은 반지하 곰팡이 위를 기어가는 바퀴벌레의 잠버릇이며 부르릉은 이른 시간부터 택시 일을 나가는 앞집 아저씨의 자동차 시동인데 그 모든 소리 중 똑딱이란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어제의 초승달이 어둠을 끌고 가며 내는 신음이고 가장 바라는 것은 내일의 둥근 해가 기지개를 쭈욱 켜며 내는 잠꼬대입니다 부딪히고 빠져나가는 파형에 침대의 모서리는 둥글어가고 나만 입이 왜 이리 삐쭉한가요 해결하지 못한 불안에 입천장에 혀를 맞대며 똑 딱 똑딱 또 똑딱

새벽의 잡음
워터가이드 /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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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별이 되고서 [2]

새벽은 잿물을 흩뿌린 채 흘러가지 않는데 간간히 별들은 자꾸 기어오르려고 합니다 너무 더러워 너무 미끄러워 우리는 하나 둘 힘을 잃습니다 노력과 의지가 없어 보름달은 햇빛을 머금은 채 웅얼거렸습니다 난 달의 말을 주워 담으며 한참동안 몸을 부풀리려 살았습니다 깜빡이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제 나도 불을 꺼볼까 하는데 가로등이 많지 않던 공터에서 한 아이가 외쳤습니다 별님 저는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래요 너무 안쓰러워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환하게 붉어집니다 간간이 별들이 조금 꿈틀거리는 밤에 조금이나마 밝은 별똥별이 흘러가곤 합니다

내가 별이 되고서
고인환 /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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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소나기에 대고 [2]

도망칠 때면 구름을 쫓습니다 우박보다 비를 맞고 기절하려 합니다   배보다 세모난 연기를 안개 위에 둥실 띄우고 뱃삯은 내 욕설입니다 어이 없는 사공보다 젖은 나의 머리카락   흰색이 파랑으로 물들 때 구름이 녹아들 것이며 땅으로 녹아들 것이며 식물에 맺힐 것이며 맺힌 게 많을 것이며 이슬을 잡아먹을 생각에 배가 고파지는데   그 바다 어딘가에 사는 북극곰은 물개를 뜯어먹고 내 이슬을 훔쳐갈 것인데   하릴없이 노를 젓는 당신을 돌이켜 세우고 당신의 바짓가랑이에 몸을 좀 맡기겠습니다 말이 없는 사공보다 빠른 나의 손가락   나는 목 가까이 물웅덩이가 차오르기 전에 비밀을 털어 놓아야 합니다 뒷덜미에 서리는[…]

초여름 소나기에 대고
/ 20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