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적(김호연)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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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 빼곡한 책들이 날 반겼다.

그 중 가운데 칸에서 빼곰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드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누가 읽다가 꽂아두었던건지 약간 비뚤고 아슬아슬하게 다른 책들 사이에 걸쳐져 있었다.

제목은 연적 . 뒷 표지를 보니 내가 생각한 그 애정에 관한 내용이 맞는 거 같았다.

당장 책을 빌려 와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였다

 

이 책은 죽은 '재연' 이라는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싸우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이야기이다.

죽은 재연과 얼마전까지 사귀던 남자인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는 우유부단하고 마른 나 '고민중'과

아주 오래전 재연의 전 남자친구였던 피트니스 센터 트레이너 '앤디'

성격도 체격도 정 반대인 이 둘은 재연의 장례식장에서 서로를 마주치게 된다. 넘어질 뻔한 민중을 붙을어 주고 갈 길을 간 앤디는 그때 처음으로 서로를 가까이에서 만나게 되고, 몇 년 후 재연이 들어간 납골당에서 서로를 한 번 더 마주치게 된다.

털레털레 납골당에 재연을 보러 온 민중은 그곳에서 조화로 재연의 유골함을 장식하는 앤디를 보게 되는데,

돌아가던 길에 민중은 우연히 앤디의 차를 타게 된다. 전전 남자친구와 전 남자친구의 만남이 기묘하고도 우스운데,

재연과 사랑했던 그 둘은 차 안에서 재연의 이야기를 하며 그녀가 여행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사람이었음을 떠올리며

납골당 안에 있는 것이 얼마나 답답할까 한탄하게 된다. 그때 앤디가 갑자기 재연을 꺼내 주어 가고 싶어하던 곳에라도 훨훨 날려 보내주자고 제안하고 민중은 고민 끝에 승낙하고는 재연의 뼈가루를 몰래 빼내 온다.

무턱대고 빼내 오긴 했으나

사랑했던 연인을 두고 두 남자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재연이 가고 싶어 했던 제주도까지 같이 가게 되는데 동행하는 며칠 동안 성격도 체격도 정 반대인 그들은 몇 번씩이나 싸우고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소심한 민중이 결정을 못 내릴 때 앤디가 빠르게 선택해 주고, 머리 쓰는 일이 필요할 때는 급한 앤디 대신 민중이 나선다. 서로가 서로의 보완자가 되어서 전 여자친구를 보내 주러 가는 것이다.결국 마지막에는 앤디와 민중이 힘을 합쳐 재연의 뼈가루도 날려보내고, 재연의 책 출판 건이 왜 무산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파내어 재연의 작품을 공짜로 자기 것인 양 발표하려는 영화 감독도 고발하게 된다.

 

두 사람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연적 즉 적 그 자체다 , 전 여자친구의 전 전 남자친구면 적이면 적이지 친구가 되지는 못할 것이나 이 두 사람은 오히려 재연이라는 연결점으로 인해 협동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므로써 성장하게 된다.

신중하지만 지나치게 우유부단하고 소심하던 민중은 앤디와의 동행과 재연을 보내 주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고소중한 것을 지킬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며 앤디는 민중과 함께하며 신중함을 배우고 좋은 동료로써 참을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연적이면서 동시에 친구가 된 이 두 명의 동행 과정을 보면 두 사람이 재연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고 같이 웃고 울게 된다. 이 작품에서 굉장히 좋았던 부분은 단순히 재연 이라는 여자를 두고 두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내면도 상세히 보여 주며 재연을 보내주며 정신적으로 성숙해 감을 상세히 묻어나게 그렸다는 것이다. 또한 적당한 코믹함과 박진감 있는 전개로 마치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재연을 사랑했지만 붙잡지 못한 민중을 보고 소심한 나를 떠올렸고 앤디와 민중의 협력을 보며 나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을 그동안 피하기만 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재연 역시 마냥 단순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민중과의 연애 과정 중 연인이라면 한 번 쯤 겪는 어려움들, 연락 문제 등 과 같은 것들에서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민중과 싸우고  혼자 여행을 가는 등 개성있는 역할이어서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얽히고 섥힌 갈등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풀어 쓴 이 책을 주말 늦은 오후에 좋아하는 간식을 두고 먹으며 쉬면서 읽기에 좋은 영화 같은 책이라고 소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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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빛이 내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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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사랑한다

모든 활자 하나하나가 주는 선명함과 감각, 여러 모양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글의 섬세함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 절망적이었다.

 

어릴 적 나는 책을 퍽 좋아하는 아이였다.

학교가 파하고 나면 도서실로 곧장 달려갔다. 주로 소설집 등 허구의 세계가 그려진 책을 읽었는데,

그때 나는 친구도 없었고 성격상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것이 고역이었기에 책에 빠져들어 현실을 잊었다.

책에 파묻혀 사니 당연하게도 글쓰기 대회에 자주 나가게 되었다.

글을 퍽 쓰는구나 – 라는 담임교사의 말에 따라 나는 매번 글쓰기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작게나마 나는 늘 상을 받아 왔고 주위 아이들은 점점 나를 글 쓰는 아이로 인식하여 나름대로의 존재감도 키울 수 있었다.

나 또한 내가 만든 세계관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쓰며 큰 즐거움을 느꼈고 글은 나의 모든것이 되어 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근처의 평범한 중학교에 입학하였다.

초등학교와 확연히 달라진 공부라던가 , 처음 보는 아이들 등에 나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한 나와 비슷하게 글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이 만났는데 나보다 실력이 우수한 것을 보고 그때 나는 충격을 받았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오면 나의 세계란 없었음에 절망하고 다시 우물로 기어들어가고 싶어한다.

그 때의 내가 그랬다. 공부도 글도 뭣도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다. 다들 멋진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끊임없이 남과 나

를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졌다. 간혹 오만한 판단력으로 나보다 뒤떨어져 보인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 때면 나는 그 아이

와 나를 비교하며 더러운 우월감에 빠져들었다.

입학 후 이 년 정도가 지나도 나는 여전히 열등감이 심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 무렵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여럿

일어나 나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증까지 생기게 되었다.

우울증은 나의 어휘력과 독해력을 모두 앗아갔다.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을 읽던 예전과 달리 30분 조차 집중할 수 없었으며

문장 하나를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마냥 즐겁게 쓰던 글도 쓸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자 나는 더욱 글에 처절하게 매달렸으나 극심한 불안 상태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엄청난 압박이었다.

이번 년도 초반까지 한 글자조차 쓰는 것이 무서웠다. 누군가 나를 보며 비웃을 것 같았다.

내 글을 폄하하며 조롱할 것만 같았다. 또한 나 역시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그들의 글에 비하면 나의 것은 쓰레

기라며 쓰기도 전에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꽤나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한 단어를 쓰는 것조차 무서워서 내 머리에서 나온 글

을 쓰려 할 때면 눈물이 나고 손이 떨렸다. 그럼에도 나는 무엇이라도 써야 한다는 생각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남과의 비교는 멈추지 못 했고 그들의 글을 은연중에 따라할 때도 있었다. 점점 내 색깔이  탁해지는 느낌이었다.

더이상 즐겁게 무언가를 쓸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몇 달간 글을 놓아버렸다.

몇 달의 시간 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펜을 잡지 않은 시간동안 나는 간절하게 느꼈다.

내 글을 쓰고 싶다고.

자진하여 정신과에 방문했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매일 약을 먹고 잠을 자고 하루가 지남에 따라 나는 조금씩 호전되어 갔다.

불안함이 줄어들었고 글을 향한 지나친 강박과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빚어진 열등감 등이 녹아내려갔다.

 

마지막으로 내 소망이 하나 있다.

나는 내가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

비록 책 한 권 못 낼지라도, 남들의 취향에 맞지 않아 인기가 없을지라도 나는 평생 글을 쓰고 싶다.

내 생각을 종이 위에 써내어 말의 풍경을 그려내고 싶었다.

늦어도 괜찮고 못나도 괜찮다 늦고 허약해 보일지라도 난 꾸준히 달릴 거고 내 글이 무엇인지 찾을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꾸준히 내가 쓴 것을 올릴 것이다. 지금은 아직 모든 것이 어렵지만 나는 터널을 지나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지내려고 한다. 사방이 막히고 캄캄한 터널일지라도 언젠가는 햇빛이 찬란하게 부서지는 밖이 나온다.

이대로 꾸준히 달리다 보면 분명 햇빛은 나를 기다려 줄 것이라 믿는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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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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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외할머니는 언제나 무서운 사람이었다.
호통을 치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며 무뚝뚝하고 억센 여자셨다. 밖에 나갈 때는 언제나 진한 화장에 화려한 옷을 입으셨고 눈이 커다랗고 통통한 체격에 사교성이 넘치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런 멋진 분이셨다.
그러나 그런 외할머니는 이제 없다.
약 15년 전 외할머니는 위암에 걸리셨다.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고 술을 즐겨 마시던 외할머니에게 온 위암은  언젠가 만나야 할 것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속이 쓰렸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간 방치하던 할머니는 결국 그날 병원에 가서야 위암 3기 판정을 받으셨다고 한다. 결국 위 전체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종양덩어리와 함께 할머니의 위는 몸 밖으로 잘려 나갔고, 식도와 소장을 이어서 살아갔다. 그렇게 먹을 것을 좋아하고 활달하던 사람은 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이 순식간에 빠져 생기있던 볼은 푹 꺼졌고 부드러운 죽 같은 것만 드실 정도로 허약해지셨다.
그리고 위장 없이  7년간을 연명하셨다.
7년간 부드러운 것만 드시며 위통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끝내 점점 쇠약해지셨다. 병원에 가도 노환에 의한 몸의 자연스러운 변화 와 수술의 후유증 이라는 말 뿐이었다. 의사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인간이 잡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노화와 죽음에 외할머니는 끌려가기 시작했고 방법도 없이 외할머니는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다.
기력이 쇠약해 질 대로 쇠약해져 마지막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 말을 들은 외할머니는 엄마를 불렀다. (사실은 외할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는게 더 정확하겠다) 어린 나 역시 엄마를 따라 갔다. 오랜만에 본 외할머니는 나의 외할머니가 아니었다.몇 년 전만 해도 장난을 쳐놓은 나에게 호통을 치고 나가기 전에는 꼭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며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아니었다. 피골이 상접하고 흐린 눈을 가진 노인 한 사람이 있을 뿐 내 외할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화장품을 가지고 놀지 말라고 크게 혼을 내던 예전과 달리 내가 마구 화장품을 발라도 아무런 말이 없으셨다. 변해버린 외할머니가 무서워서 그때 오히려 혼을 내 주었으면 좋겠다고 느낄 정도였다.
위장이 아파서 (사실은 위장이 없으셨지만 외할머니의 표현에 의하면) 도저히 뭔가를 삼킬 수 없다고 하시며 밥 조차 드시질 않으셨다.
하루종일 거의 굶다시피 하시며 누워만 계시는 외할머니는 살아있는 송장 같았다. 딱딱한 뼈마디가 만져졌고 어떠한 것 조차 하지 못한 채 천장만을 바라보셨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살아가셨다.
어느 날, 외할머니는 메론이 너무나 먹고 싶다 하셨고 엄마와 나는 메론 철이 아니었음에도 시장을 수소문해 메론 2개를 사 왔다. 하지만 정작 사오자 외할머니는 구역질이 나올 거 같다며 드시지 못하셨다. 어린 나는 메론이 너무 먹고 싶었고 외할머니가 드시지 않는 것을 오히려 기쁘게 생각했다.
그리고 두고두고 그 생각은 후회로 나를 찔러대었다. 그때 메론 사탕이라도, 그 합성착향료와 설탕 덩어리를 섞어 메론 짝퉁스러운 맛이라도 맛보게 했어야 했다. 그게 할머니가 메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았더라면.
외할머니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었고 나중에는 당뇨 환자들이 먹는 캔에 든 당뇨식을 드셨다. 하지만 그 작은 캔 마저도 반 조차 먹지 못하시곤 했다. 그리고 몇 주 후 외할머니는 배설물을 가리지 못하게 되셨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분명 내 외할머니이나 외할머니가 아니다.
굳세고 강하고 화장을 하던 외할머니는 이미 예전에 죽은 게 아닐까. 이제 배설물도 못 가린다며 우시는 외할머니와 묵묵히 치우는 엄마는 너무나 서글펐고 또 서글펐다. 내가 잡지 못하는 외할머니의 시간의 흐름, 죽음으로의 카운트다운. 내 수명을 드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배설물까지 못 가릴 지경이 되자 외할머니는 요양원에 옮겨졌다. 요양원에는 말 그래도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머리가 반 쯤 함몰된 할아버지, 산소호흡기를 차고 있는 할머니 등 생기없는 눈으로 죽음만을 기다리는 사형수들과 같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외할머니가 추가되었다.
소변줄을 달고 누워만 있는 외할머니, 당신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짐작조차 가질 않았다. 찬란한 20대의 젊음을 만끽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케이크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그 어디에도 없다. 세월이 할머니를 삼켜버렸고 껍데기만 남은 할머니가 저 병실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사람의 껍데기란 툭 치면 바스라질듯 나약한 것이었다.
요양원에 간 지 일주일째,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여느 요양원의 죽음과 다름 없이 숨이 점점 약해졌고 가족들에 둘러싸여 죽었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여 수없이 다들 외할머니의 성함을 불러댔고 죽기 전에 내 손을 잡고 내 이름만은 똑바로 불러 주셨다. 그때의 납덩이같은 슬픔의 분위기와 외할머니의 손의 주름 얼굴의 표정 목소리 하나하나가 떠올라서 나를 괴롭고도 행복하게 한다. 나는 평생 이 순간을 잊지 못하고 가끔 눈물을 흘릴 것이며 내 가슴 마디마디에 새겨져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은 건 처음이었던 날이다. 할머니의 시신은 어디론가 옮겨졌고 할머니가 누워있던 침대는 깨끗이 비워져 새것이 되었다. 할머니의 오물이 묻은 이불과 깔개는 세탁기 속으로 들어가 할머니의 마지막을 거품과 함께 물에 씻어 내려보내졌다.
외할머니의 기억 속엔 나는 언제까지나 10살의 아이일 것이나 나는 어느새 17살이나 되었다. 호통을 치고 무서웠던 외할머니를 어릴 적 나는 도깨비 보듯 피해다녔고 무서워했으나 그것 역시 외할머니가 살아있을 때 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죽은 사람에게 아무리 소리쳐 봤자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남은 사람만 소리치고 소리치고 소리친 말은 땅바닥에 가라앉아 사라져 버린다. 닿을 수 없는 감정들을 홀로 끌어안고 주렁주렁 몸에 걸친 채 외면하며 살아갈 뿐이다. 아무리 찬란한 사람일지라도,순수한 어린아이일지라도,젊음의 정상에서 뜨겁게 사랑하는 청년들일지라도 고작 사계절이 70번 내지 지나면 한 줌의 흙으로 부질없이 사라져 흩날린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무섭고도 잔인한 것이어서 주변의 죽음을 간절하고 또 간절하게 잡고 싶었으나 나 역시 언젠가는 죽어 사라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하염없이 슬퍼하고 추억하고 묻어갈 뿐이었다. 이렇게 나는 75살의 외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외할머니의 시간은 7년전에 멈추었는데 내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미치도록 야속하다.
70년 이상 존재하던 사람인데도 이제 외할머니의 흔적은 사라졌다. 다시는 외할머니의 음식과 옷을 볼 수 없다. 한 사람이 지워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다. 잔인하게도 흔적조차 사라져 버리고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잊혀지지 않으려 불러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예전의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흔적을 좇아 기억하려 애쓸 뿐 사라진 사람을 돌아오게 할 순 없었다. 나는 외할머니가 아직까지 보고 싶은데 이 마음조차 외할머니는 모른다. 납골당에 백골이 되어 옥빛 통에 담긴 뼛가루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외할머니는 없다는 이 사실이 너무나 슬퍼서 매번 울었다. 어째서 이렇게 잔인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 슬픔은 해가 갈수록 커지는데 슬픔의 대상은 없다는 사실이 화가 나고 서글퍼서 더 슬픔이 커지곤 했으며 소중한 추억의 한 자리에 외할머니가 있던 것에 감사하지만 소중한 만큼 슬프고 슬퍼서 되새기기 무서운 추억들이었다. 잊혀지는 것 조차 무서워하는 나는 어떻게 당신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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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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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긴 파란 끈이에요

한 가닥 뿐이기에 조심스레 들고선

어떻게 만들까 손에 놓고 쭈뼛거려요

싫은 기억은 적당히 잘라서 한 바퀴 묶어놓고

좋은 날은 조금 더 붙여서 늘려볼까요

반복되는 하루는 칭칭 감아 동여매 주고

슬픈 날은 과감하게 태워버려요

예쁜 추억들로 가운데를 꾸며 주는 걸로 끝

 

이제 내 삶은 예쁜 파란 리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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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두드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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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깊은 물 속에

꽁꽁 숨겨놓고 쌓아둔 감정의 화석

층층이 덮이고 덮이다 감당할 수 없어서

수면 밖으로 터져버렸어

울긋불긋 두드러기가 돋아난 몸처럼

울컥울컥 감정의 두드러기가 솟아났고

돋아난 감정들이 미치도록  가려워서

벅벅 긁어대었더니 터져버렸네

 

터지고 남은 마음에는 말이야

피부로 흘러넘친 감정들이 뒤섞여 있어

다음에도 이런 두드러기가 올라오면

어떻게 하면 삭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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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반 잔만 채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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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질 듯 가득 차거나

없는 듯한 적은 느낌은 싫어요

 

부족하지도 많지도 않은

딱 반 잔의 모습이기에

 

당신의 흔들림에 따라서 흔들리고

흘리는 대로 나는 흐르고

더 많은 것을 포용하는 동시에

속의 것을 비울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마음의 물컵에 딱 반 잔만을

당신으로 채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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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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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필 게시판에는 처음 글을 써 보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감정적으로 친밀하게 교류하는 것은 예전부터 나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먼저 말을 걸려면 큰 용기를 가지고 풀칠 한 것 마냥 굳게 닫힌 입을 어렵게  떼어야 했고, 어찌어찌 친해진다 하더라도 무심하고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망부석같은 성격 탓인지 대부분의 사람들과  '그냥 이름만 아는 조금 어색한 사이' 에서 더 발전하지 못 했다.

그 후로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는 게 문제인가 싶어서 여러 번 학기 초가 될 때마다 반 아이들을 편하게 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주변 아이들을 보고 그런 친해져야겠다는 마음을 접었었다. 반 안에서 서로 없으면 못 살듯 살갑게 친하던 아이들이 한번 싸운 걸로 서로에게 욕을 퍼붓고 한순간에 돌변해서 원수진 듯 미워하고,  1년간 친하게 지냈어도 다음 학년에 올라가서 새 친구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인사도 안 하는 걸 종종 보니 얄팍한 관계를 굳이 노력해서 만들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진심인들 상대방이 진심이 아니라면 괜히 나 혼자 지나치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서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건 오버해서 너무 진지해 보이지 않나 싶기도 하였고 ,한번 친해지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인연을 놓고 싶지 않아하는 내 신념과 달리 1년의 유통기한을 가진 우정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누가 먼저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도 점차 반응을 잘 하지 않게 되었고, 딱히 외로움도 타지 않아서 친구관계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 보다는 오히려 혼자가 훨씬 편하고 자유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예전의 내가 많이 후회된다. 매번은 아니었지만 한두명씩은 '친해지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꼭 있었고 그 아이들도 나를 싫어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친해져도 얼마 가지 못할 게 뻔해' 라면서 일부러 피하고 시큰둥하게 반응을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다 동굴 속에서 바깥이 무서워서 나가지 못하고 틀어박힌 새끼 문어마냥 시도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해 버린 것 같다. 이렇게 포기해 버리니 시간이 흘러서 각자의 무리가 생기고, 반도 달라지고, 학교도 달라져서 이제는 볼 수 없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 만약 그때 내가 조금 더 살갑게 굴었더라면 오늘 밤에 집에 올 때 그 친구와 전화를 하며 요즘 학교생활은 어떻니,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니,어떤 책을 제일 좋아하니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수다를 떨면서 집에 왔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누군가와 친구가 될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타인과의 교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타인과 교류를 함으로서 서로 성장하고 잘못된 점은 고쳐나가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을 설명해 보자면 그것은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모음집을 보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속에는 지금까지 배우고 겪은 일이 담겨 있고 그 사람의 얼굴 속에는 자신의 삶의 태도가 들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겪어 보지 않으면 우리가 살아온 세상 안에서만 살게 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일을 다 겪지도 못할 뿐더러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관점이 다 다르기 때문에 타인과 나의 생각,관점을 나누지 않으면 나의 관점에만 사로잡혀서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다. 다양하다 라는 말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사람들은 다양하고 모래알처럼 독립적이다. 각자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목표 성격 행동 습관 등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타인을 통해 나를 성찰하고 배울 만한 점을  배우며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본 결과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솔직하게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서로 사이를 좁히는 데 방해가 되었던 것이 바로 내가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거였는데 이제 좋은 인연으로 남든 남지 않든 새로운 누군가와 친해질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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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속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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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고 날카로운 새장 안에서

흐릿한 눈으로 밖을 갈구했다

목이 나가라 소리를 씹어 뱉었는데

"귀엽구나" 라는

어리석은 대답만 꽂혀왔어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곱디 고운 깃털 가졌는데

나는 행복하지 않아

 

껍데기뿐인 내 겉치레는

정말 아름다운 나일까

숨쉬듯이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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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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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고 까만 겉모습 속에

부끄러운 듯 조심스레 싸여진

새하얀 밥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각각의 속재료를 보니

나 역시 서로 끌어안은 채

온기를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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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에서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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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고 하찮은

그저 몸 하나 이끈 채 시간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거울을 보았다

 

나는 바다로 가지 못한 심해생물

깊은 심해 어두운 끝에서 살아야 하는

외롭고도 외로운 심해생물

 

수면 위로 튀어올라와

더이상 심해에서 살지 않겠다 라며

자신있게 내뱉던 말 뒤로

바다를 그리워하는 비틀어진 내가 남았다

 

오도 가도 못하는 수면 위에서

고통스럽게 아름다운 노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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