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현
그 날 나는 동생을 죽이고 말았다 [1]

    나는 살인자다. 사람들은,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그것이 단순한 ‘사고’라 믿었지만,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동생과 그리고 나만이 내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고, 나는 지금까지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생각이 없으므로 이 사실은 나와 동생,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     솔직히 어떨까 싶다. 살인자, 그것도 다름아닌 자기 친동생을 죽인 미친 소시오패스가 수많은 대중들 앞에 서는 가수가 된다는 것은. 아니, 가수가 된다 안 된다 이전에 그런 놈과 같은 공간에서 숨조차 쉬고 싶지 않아할 것이다. 살인자가 여전히 길거리를 버젓이 돌아다닌다는 건 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놀랄 만치[…]

그 날 나는 동생을 죽이고 말았다
/ 2018-08-30
강시현
산속에서 [2]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었다. 수줍음이 많고 사교성이 없는 해미에게 친구란 자기와는 영 동떨어진 종류의 세상이었다. 적어도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내훈과 만날 때까지 기억 속에서 해미는 늘 혼자였다. 산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해미가 살던 작은 동네에는, 평범한 동네에 자주 있는 야트막한 동산이 아니라 진짜 산이 있었다. 놀이터의 나무 기둥 뒤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만을 지켜 보았지만 산에서는 달랐다. 시원한 공기. 맨발 사이를 간질이는 푸른 잔디와 온갖 작은 동물들은 해미만의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다. 해미는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외진 곳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곤 했다. 당연하게도 해미는 산속 지리를 훤히 알고 있었다.[…]

산속에서
/ 2018-02-21
강시현
기억 [1]

  오정화가 라시현의 눈물을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라시현이라는 인간은 여태껏 마음 여리고 바보같이 착했던 오정화조차도 인정할 만큼 냉정했다. 찌르지도 않은 선임을 날려버렸다는 죄목으로 기수열외가 된 지도 거의 1년이 다 지나가는 만큼 슬슬 포기하려던 차였다. 사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게 남들 보기에는 도려 이상할 정도로 경멸받고 있었으니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었다   그날 밤의 그 일만 없었더라면 오정화는 결국 라시현이라는 존재를 영원히 마음 속에서 놓아버렸을 것이다. 설령 그러한다 해도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서서히 쌓여 온 혼자만의 애정은 마음에 작은 흠을 남기겠지만, 시간을 들여 만들어진 흔적이니 시간에 의해 자연히 옅어지고[…]

기억
/ 2017-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