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마
칠월이 오늘도 우리에게 왔다 [1]

※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폭력, 자살, 자해 등)

칠월이 왔다 양팔을 내밀고 다녀야 하는 계절이라서 더위는 겉옷을 붙잡아 팔 부분을 서걱서걱 잘랐다 비린내 나는 온기가 손목에 묻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흉터만 고요히 앉아있었다 반창고를 한 움큼 챙기고 너덜거리는 옷을 바느질하고 계절은 점점 두꺼워져 갔다 매달린 채로 밧줄이 팽팽해지는 잡음 육교에서 도로와 줄다리기하다 들리는 경적 몸통이 불길에 묶여 멀어지는 유성우와 아파트에서 추락하던 몸이 궤도를 스치는 소리 간혹 여름의 중간에 서서 귓불을 접으면 쓰러진 매미의 울음과 함께 들리는 것들이었다 칠월을 대충 발음하면 춥다 귓속에 강한 발음이 침과 함께 들어왔다 침은 이미 숨을 끊어버린 사람의 것이라 서늘했다 아직도 꽃이 머무는가 보다 취준생이[…]

칠월이 오늘도 우리에게 왔다
/ 2021-07-01
사랑하마
눈발이 세 가지 방향으로 흩날리는데 [2]

사랑은 하나가 되어 겨울로 흘러갔다.   1. 삶은 바람처럼 고요히 엎드리고 얼어버린 바다의 내부에는 얕은 윤슬조차 묻지 않았다. 약한 몸으로 견디기에 턱없이 무겁고 감싸 안기에 허리가 두꺼웠다. 사람들은 심해 한가운데에서 자신이 생겼다고 믿었다. 나도 그랬고 우리 엄마도 그랬다. 바닷물이 울컥 밀려오면 짠내가 요동치듯이, 우리는 늘 겹겹이 코에 올라선 피비린내에 익숙했다. 두 팔을 벌려도 스치는 것은 양수뿐이다. 부들대는 진동과 머리를 뒤흔드는 충격은 발끝까지 전이되었다. 열 달간 작은 단칸방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는다. 나는 살덩이가 하루하루 불어 가고 있었고, 미끄러운 촉감에 잠식되었다. 누군가의 심장 아래에 나의 심장이 덤으로 파생되었다는 우스꽝스러운[…]

눈발이 세 가지 방향으로 흩날리는데
/ 2021-06-30
사랑하마
봄이 자상을 핥을 때까지 [1]

봄날에 시를 쓰며 혓바닥에 붙은 솜털을 떼어낼 때마다 자상을 스스로 핥는 고양이가 된다 햇볕은 창틀을 꽉 쥐어 도통 놓아주질 않는데 작은 어미는 굳은살이 정갈히 피어난 손으로 내 이마의 열을 잰다 열감을 식히자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적이며 얼음을 찾는 어미, 나는 한 발짝 물러나 입을 가린다 어미는 마음껏 토해도 괜찮다는데 아니 엄마, 구역질은 그저 하는 것이지 내용물을 하나하나 만지는 게 아니에요 바닥에 들러붙은 소변의 시큼한 향 단정히 죽는 것을 포기하니 짧아지는 그림자 생애 숨 단칸방 모서리, 그 위에 웅크린다 한 줄 읽어달라고 한 줄만 더 읽어달라고 어미는 원고지를 주워 나의 손에 포개어준다[…]

봄이 자상을 핥을 때까지
/ 2021-06-20
사랑하마
당신의 지구는 평평한가?-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2018) [1]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시속 1600km로 자전하는 구체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 구체는 시속 110,000km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고, 그 태양계는 시속 880,000km로 움직이면서, 은하를 가로지르고. 그 은하는 시속 수백만 km로 우주를 누비지만 우린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시겠죠. 실제로 우리가 있는 곳은, 거대한 플라네타리움이자 테라리엄이면서 사운드 스테이지 겸 할리우드의 야외 촬영지입니다. 여러분과 지금까지 살면서 알고 지낸 모든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죠.” -마크 서전트- 행성과 항성의 자전 및 공전이 없는 세상. 낭만적이게도 상식적인 지식을 선택한 사람과 평면 지구인은 각자 다른 땅에서 다른 물리적 현상을 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

당신의 지구는 평평한가?-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2018)
/ 2021-06-16
사랑하마
하나의 삶 위에 또 다른 삶을 포개어 본다 (종현 '하루의 끝 ', 이하이 '한숨') [2]

볶음밥을 먹기 위해 달걀을 깨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편의점에 겨우 들러 삼각김밥을 샀으나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지도 못한 채 다시 잠들고는 한다. 한 발짝 내민다는 것, 비록 사람마다 보폭이 다르기도 하지만, 그 사소한 일조차 내 등을 억눌렀다. 어쩌면 이 무게가 다른 사람에게도 붙어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을 우리는 기분 부전 장애라고 스스로 처방했다. 내가 아픈 게 정말 맞는지 확신이 없었다. 한편 더 쉽게 느껴지는 단어인 우울증으로, 언론과 에세이 작가들 그리고 평범한 우리들 사이에서 우울이 주로 언급되었다. 나는 눈을 뜨면 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불쾌했다. 그 아침을 혐오하고 지워버리고[…]

하나의 삶 위에 또 다른 삶을 포개어 본다 (종현 '하루의 끝 ', 이하이 '한숨')
/ 2021-06-10
사랑하마
여름에 밤 접는 법을 배우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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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에서 밤의 옆구리가 터졌다고 벽에 머리를 박는 아이가 읊어주었다 아버지의 얼굴이 자꾸만 아래로 쏟아지는데 한 장의 밤을 어설프게 접고 말았다. 허름한 맨살에 그의 발길질이 몇 번씩 스치고 해가 정수리를 내밀 때까지 열 시간이 걸리던 날 유일하게 불 켜진 집, 병든 모기는 몇 번이고 궤도를 고쳐잡다 몸 사이에 놓인 네 허파를 물었다는데. 오늘도 네 밤은 반밖에 없니. 나는 흰 가운을 입고 병동의 중간쯤에 서서 중간의 말을 하고. 너는 환자복을 걸치고 삶의 중간쯤에 앉아 중간의 울음을 뱉는다. 아무래도 아빠가 쓴 편지에는 언어가 없는 것 같아요. 그가 쓴 반성문에는 여름이 없다. 열 시간의 밤도 없다. 그곳에는 소년이 없다. 너를 집에서 쫓아낸, 모기의 이름도 세상에 없지. 집에서 터져 나온 발걸음은 온전히 네 거야. 쪽빛 색종이는 여전히 반듯해서 삐죽 튀어나오게 접는 법을 배운다. 너는 바르는 약을 달라고 명치를 긁었다. 가슴의 두드러기는 한 움큼의 은하가 되어 매끄러운 밤의 표면으로 떠내려갔다. 병동 창틀에 기대어 여름 바람의 향을 맡았다. 네 곁에도 야트막하게 고이던 숨이었다.

여름에 밤 접는 법을 배우며
/ 2021-06-09
42 줄거리에 흥미를 느끼고 싶어요 [6] 사랑하마 2021-05-27 Hit : 276 사랑하마 2021-05-27 276
사랑하마
삶의 형태를 매만지는 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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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찾고 싶네요. 나는 지나칠 정도로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그저, 내 안에 외투를 입은 어떤 여자가 서 있는 것 같았어요. 그녀는 팔뚝만 한 식칼을 들고 있었습니다. 이미 사람을 헤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저는 알아요. 그녀는 길가에 매달린 팬지꽃을 베었고, 하늘로 떨어지고 있는 풍선을 모조리 터뜨렸어요. 웃기게도 과일 상가에 남은 수박은 진땀을 내며 두 동강 내고, 미술 학원 홍보물을 찢고, 자신의 외투도 조각냈어요. 그녀는 내가 보기엔 누구도 죽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길거리는 반으로 갈라졌어요. 가끔 핸드폰으로 찍었던 그 들꽃이 살아있을 것만 같아요. 어렸을 적에 놓친 풍선, 북처럼 두드리고는 했던[…]

삶의 형태를 매만지는 일
/ 2021-05-25
사랑하마
실려가는 늦봄의 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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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다 나의 눈은 하루에 몇 번이고 침침해진다. 아침 버스를 타듯 빼곡히 모여있는 잡초들. 그 사이로 들꽃이 자신의 키를 자랑하듯 길쭉하게 피어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려 무진 애를 썼다. 해바라기 닮은 꽃, 이건 민들레 아니면 내가 알던 세상 밖에서 사는 야생화겠지. 땅을 보다 목덜미가 시큰해지면 삐딱하게 몸을 흔드는 이파리를 향해 삿대질한다. 간혹 나만 알 것 같은 나무의 이름을 대면 어깨가 높아지고는 했다. 그림자는 납작이 엎드렸다가 내 얼굴에 들러붙었고, 나의 몸을 잡아 바득거리며 정수리까지 오른다. 나는 선크림을 꺼내려 가방을 놓고 지퍼를 확 잡아당겼다. 오래된 가방이라 그런지 지퍼는 가방 입구에 걸려 움직일[…]

실려가는 늦봄의 영
/ 2021-05-13
사랑하마
우리가 건너가는 봄 그리고 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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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해바라기 액자가 벽에 걸쳐있다. 노트북을 보면서 눈이 건조할 때마다 늘 보는 해바라기였다. 비뚤어진 꽃잎과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을 달고 있는 그들은 자유로워 보였다. 삐딱한 고개를 들고서 단체로 나를 바라보는데, 때로는 불량아들의 눈치를 본다는 착각이 든다. 나는 무조건 겁에 질려있어야 했다. 겁이라는 건 후퇴를 부르고 그 덕에 나는 살 수 있는 거였으니까. 해바라기는 그것도 모르고 고개를 내빼고 있다. 나는 그들이 보기 싫을 정도로 밉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이 무서웠을 뿐이다. 뿌리로 거머쥔 온화한 흙마저도 내게 있어 폭력 같았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빗었고 대강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시계를 확인하며 5분, 10분[…]

우리가 건너가는 봄 그리고 밤
/ 2021-04-30